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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Apr 07. 2021

모편 (毛骗)

이야기의 힘을 믿은 저예산 웹드라마의 반란


■ 제목: 모편 (毛骗, 마오피엔)

■ 장르 : 범죄 / 추리 / 반전

■ 년도 : 2010~2015 (3개 시즌)

■ 감독 : 李洪绸

■ 주요 배우 : 杨羽,邵庄,邢冬冬,安宁,黎伟,汪甜甜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중국의 대표적인 저예산 웹드라마, <모편(毛骗)>입니다. 총 3개의 시즌으로 나뉘어 방영되었으며, 시즌 1은 2010년, 시즌 2는 2011년 방송되었지만 최종편인 시즌 3은 2015년에야 방송되어 시즌 1, 시즌 2를 통해 팬이 된 사람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또우빤에서 드라마 랭킹을 찾아보다가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전체 랭킹 중에 굉장히 상위권에 있었거든요. 평점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세 시즌 평균으로 9점이 넘는 작품이니까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연기자에도 감독에도 제가 아는 이름이 전혀 없는 겁니다. 이렇게 랭킹 상위권에 있으면 보통 한 명이라도 유명한 배우가 나올 법한데 너무 이상하죠. 그래서 사실 오랫동안 이 드라마는 '소장' 목록에만 있다가, 볼만한 드라마가 보이지 않을 때쯤 갑자기 생각이 나서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드라마의 제목인 '마오피엔(毛骗)'이라는 말은 사기꾼을 뜻합니다. 드라마에서는 사기와 도둑질, 강도질을 완벽히 구분합니다. 사기는 일반적인 도둑(小偷)이나 강도(强盗)와는 다르다고 말이죠. 도둑은 기술이 부족하고, 강도는 예술성이 부족합니다. 사기꾼은 기술도 필요하고, 예술 함량도 매우 높은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한 '건'을 해내기 위해 그들은 고심해서 타겟을 정하고, 공들여 계획을 짜고, 엄청난 연기력으로 타겟을 속인 뒤 목적을 이뤄냅니다. 그들이 하는 행위는 세속의 눈으로 보면 물론 '범죄'입니다. 사기죄에 해당하는 일들이죠. 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치 그 옛날 천사소녀 네티가 그랬듯, 그들은 악한 부자를 속여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사기를 치죠. 그들 조직에는 나름의 규율도 있고, 규율을 어긴 자는 조직에 계속 남아있을 수 없습니다.


드라마는 영국의 <Hustle>이라는 드라마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단순히 주인공들의 사기극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대적하는 어떤 단체(이들 역시 사기꾼 무리지만)와 벌이는 갈등의 과정, 그 안에 숨어있는 내막, 또 주인공들이 위기를 극복해내는 과정 등을 모두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위기감과 적절한 반전이 숨어있어 아주 보는 맛이 있죠. 사실 많은 떡밥이 시즌 2에 뿌려지는데, 정작 그 떡밥들을 회수해야 하는 시즌 3의 방영이 너무 늦어졌기 때문에 많은 팬들이 아우성쳤던 것도 있습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도시는 허베이성(河北省)의 성도(省会)인 스쟈좡(石家庄, 석가장)인데요. 허베이성은 허난성(河南省)과 함께 중국에서 그다지 부유하지 않은 성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좀 덜할 수도 있지만 예전엔 정말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길거리에 소매치기가 가득하고 외지인 티가 조금만 나면 눈 뜨고 코 베여가는 그런 도시였죠. 드라마에 나오는 사기 행각들이 묘하게 현실성을 갖는 것은 배경이 되는 곳이 이 도시여서이기도 할 것입니다. 실제로 이 드라마에 나오는 각종 사기 행각들은 제작진이 당시 스쟈좡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사기 사건들을 참고하여 재구성했다고 합니다.


또 스쟈좡이라는 도시의 자연환경 역시 이 드라마의 느낌과 아주 잘 맞는데요. 스쟈좡은 철강 산업이 많이 들어와 있는 도시로 공장의 운영 때문에 대기질이 많이 안 좋습니다. 산뜻하고 청량한 멜로물을 촬영하기엔 역시 그다지 적합하지 않죠. 미세먼지로 희뿌연 도시의 변두리에서 누군가에게 사기를 치고 다니는 사람들, 좀 어울리지 않나요?


솔직히 말하면 이 드라마는 영상 퀄리티나 촬영 퀄리티, 배우들의 연기, 의상, 소품 등 그 어떤 면에서도 내세울 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드라마는 요우잉문화(优映文化)라는 정말 소규모의 제작사에서 정말 최소한의 자본으로 제작한 드라마이고, 배우들 역시 대학을 갓 졸업하고 유명세가 거의 없는 학생들을 데려다 썼거든요. 특히 시즌 1은 정말 어느 대학교 졸업작품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의 퀄리티라 드라마에 실제 출연했던 출연진이나 제작진도 아직까지 시즌 1을 제대로 돌려보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계속 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스토리라인이 정말 견고하고 웬만한 1선의 추리극보다 스토리로는 훨씬 훌륭합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니었는지 시즌 3개에 걸쳐서 <모편(毛骗)>을 사랑하는 팬들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심지어 팬클럽이 생기고 이 드라마에 나온 각종 복선들을 해석해주는 사람도 등장하는 등 드라마의 인기는 높아져만 갔습니다. 또우빤에서 높은 평점의 드라마라는 점 때문에 새로운 시청자도 지속해서 유입되었고요. 작년은 이 드라마가 세상에 나온 지 10주년이 되던 해였죠. 본래 10주년 기념 전국 순회 팬미팅을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연기되었고, 올해 요 몇 달에 걸쳐서 그 팬미팅이 진행되었습니다. 완결된 지 벌써 5년 넘게 지난 작품인데도, 대형 기획사가 뒷받침하는 작품이 아닌데도 그 인기가 대단합니다.


팬미팅 사진 from 제작사 웨이보


스토리부터 배우까지 모두 완벽한 드라마를 추천해야 한다면 이 드라마는 아마 예선 탈락 감입니다. 아마 이 소개를 보고 시즌 1 1화를 틀어보셨다가 실망해서 닫으시는 분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이곳에 소개하는 것은, 저예산 웹드라마도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소자본으로 창작활동을 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드라마의 제작사도 드라마가 다소 유명세를 타자마자 이런저런 자본의 유혹을 맞닥뜨렸죠. 하지만 창작 활동에 장애가 될까 싶어 무분별한 자본의 유입은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오로지 창작에 대한 '꿈' 하나만 가지고 만든 드라마, 스토리의 힘만 믿고 제작한 드라마가 오프라인으로 전국 순회 팬미팅을 할 정도가 되었다는 점이 이곳 브런치에 글을 쓰는 많은 분들에게 긍정적 자극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글을 갈음하려 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모편(毛骗)> 시리즈를 다 봤다! 정말 뒤로 가면 갈수록 재밌다.. 이 드라마를 아직 못 봤을 때는 평점이 왜 이렇게 좋은지 정말 궁금했는데, 보고 나니까 왜 그런지 완전 알겠다. 웹드라마로 충분한 자본도 갖고 있지 않고, 마지막 시즌에 항공 촬영 외에는 거의 돈을 안 쓴 것 같고, 배우들도 완전 무명에 연기도 점점 나아지긴 하지만 정말 보통 수준이고, 어떤 때는 정말 너무 아마추어 같은데... 그런데 스토리가 정말 매력적이라서 계속 보게 된다! 이 제작사의 다른 드라마도 보고 싶어 진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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