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볕이드는창가 Feb 06. 2021

소년적니 (少年的你)

19년 하반기 부인할 수 없는 1위 영화


■ 원어 제목: 소년적니 (少年的你, 샤오니엔더니)

■ 영어 제목: Better Days

■ 장르 : 드라마 / 멜로 / 범죄

■ 년도 : 2019

■ 감독 : 曾国祥

■ 주요 배우 :  周冬雨,易烊千玺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한국에서도 <소년 시절의 너>라는 제목으로 작년 7월 개봉한 적이 있는 중국 영화 <소년적니(少年的你)>입니다. 19년 10월 말 중국에서 개봉하였는데, 엄청난 흥행실적을 거둬 세상을 놀라게 했고, 또 홍콩에서 금상장(金像奖)을 수상한 작품이죠. 중국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하는 일이 사실 많이 드문데, 한국의 상영관에서 개봉을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대중성은 증명된 셈입니다. 


혹시 이 영화를 접해보지 않은 분이라면 <소년 시절의 너>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아마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라든가 <나의 소녀시대> 등의 대만 느낌 나는 청춘 영화를 연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풋풋하고 아름다운 첫사랑 이야기를 생각하고 이 영화를 보신다면 아마 크게 당황하실 것입니다. 이 영화는 분명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쩌면 더할 나위 없이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이죠. 하지만 그 사랑을 둘러싼 현실은 말 그대로 잔혹하고, 잔혹한 현실 속에서 이들은 소년 시절의 서로를 지키기 위해 애씁니다. 


이 영화는 제 첫 중국 친구가 소개해주었습니다. (지난 매거진 글 <제 첫 번째 중국 친구를 소개합니다> 참고) 아침에 나갈 준비를 하면서 뉴스를 좀 들으려고 샤오아이 동학(小爱同学)에게 말을 걸었는데, 마침 뉴스에서 이 영화의 흥행 소식을 알리고 있지 뭐예요? 궁금해서 또우빤에서 찾아보니 이미 평점도 무척 높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화였고, 남자 주인공이 아이돌 TF Boys 출신의 이양첸시(易烊千玺)라서 평점 안에 거품이 좀 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일단 영화관으로 갔죠. 중국 영화관에서 본 제 3번째 영화였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관객크리는 없어서 온전히 영화에 집중하며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구월희(玖月晞)의 <소년적니, 여차미려(少年的你,如此美丽)>라는 소설이 원작입니다. 수능으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기를 기대하는 여자 주인공 천녠(陈念, 배우: 저우동위)이 결전의 날을 앞두고 어마어마한 왕따 사건에 휘말려 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여자 주인공 앞에 나타난 것은 소년이라기엔 이미 너무 세상의 쓴 맛을 잘 아는 샤오베이(小北, 배우: 이양첸시). 비록 본인의 삶에는 더 이상 동년(童年)이 없지만, 샤오베이는 천녠의 동년만큼은 지켜주고 싶습니다. 영화는 이들이 어떻게 서로를 지키려고 하는지, 그 처절한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영화의 감독인 정궈샹(曾国祥, 증국상)은 이미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七月与安生)>으로 관객에게 알려진 바 있습니다. 전작이 그러했듯 이 영화도 더할 나위 없이 현실적이고, 중국의 일반적인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중국 사회의 어두운 사각지대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감독이 홍콩계라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감독이 이런 어두운 면을 드러내기 위한 배경으로 삼은 도시는 충칭(重庆)입니다. 산지가 많고 길이 복잡하고 그만큼 감시의 눈길이 닿기 어려운 곳이 많은 이 도시는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는 데 아주 적합합니다. 이후 느낀 건데 이상하게 경찰물이나 범죄물의 촬영지로 충칭이 많이 선택되는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잘 아시다시피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 문화 콘텐츠는 어느 정도 체제 홍보나 선동의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문화 콘텐츠에는 중국의 나쁜 면이나 밝히고 싶지 않은 자랑스럽지 못한 면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은 알고 있습니다. 왕따 사건이나 도시 빈민,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년 문제 등은 인구 14억이 넘는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이슈라는 것을요. 그래서 온통 찬양 일색인 영화나 드라마는 중국 대중들에게 이미 너무 익숙하고, 그래서 사실 새로울 게 더 이상 없는 콘텐츠입니다. 정궈샹 감독은 중국 대중들의 사실주의에 대한 욕구를 읽었고, 그에 부응하는 영화를 만든 셈이 됩니다. 그러니 대중들에게 크게 호응을 받은 건 당연한 결과죠. 


배우 저우동위(周冬雨, 주동우)야 뭐 더 말해봐야 입 아플 정도의 연기력을 가진 친구죠. 개인적으론 캐릭터 스펙트럼이 그리 크지 않은 배우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직 젊으니까 그런 이슈들은 차차 극복할 것으로 보이고요. 제가 이 영화에서 주목한 건 남자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이양첸시(易烊千玺)입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저는 <장안십이시진(长安十二时辰)>이라는 드라마로 이미 이 배우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매거진에서도 소개드렸지만, 아이돌 출신의 그에게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그래서 드라마를 보고 좀 놀랐죠. 


영화 <소년적니>에서 이양첸시는 이미 도시의 바닥에서 생활하고 있는 소년 샤오베이(小北)를 연기합니다. 제도권 교육에서는 이미 이탈한 그는 삶에 대한 그 어떤 기대도 희망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그의 앞에 그가 살아온 삶과는 정반대로 살아온 한 소녀가 등장합니다. 소년은 소녀를 지켜주고 싶습니다. <장안십이시진(长安十二时辰)>에서 신분도 바르고 배경도 바르고 바른생활만 해온 고관대작의 자제 리삐(李必)를 연기하다가 갑자기 여기서는 사회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불량소년에 가까운 인물을 연기하는데, 놀랍게도 전혀 위화감이 없습니다. '이 친구에게 이런 면이?' 하는 생각이 들죠. 배우 캐스팅을 할 때, 제작진은 이양첸시가 가진 약간의 성숙미가 가미된 소년스러움에 꽂혔다고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캐스팅이 아주 잘 되었습니다. 놀라운 건 이 영화가 이양첸시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입니다.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가 아닐 수 없네요. 


스토리가 주는 약간의 쇼킹함, 영상미, 배우들의 연기 등이 어우러져 이 영화는 2019년 하반기에 가장 화제가 된 영화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옥에 티라고 느끼는 부분은 마지막에 나오는 쿠키 영상인데, 한국에서 상영할 때도 이 부분이 그대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에 소년 보호나 왕따 사건에 대해 중국 당국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어떤 법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등을 영상으로 만들어두었습니다. 영화관에서 볼 때는 사실 몰입을 좀 깨는 느낌이 있어서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생각해보세요. 중국 당국의 입장에서, 이렇게 중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잔뜩 보여주는 영화를 통과시켜주고 싶을까요? 이 영화가 심의를 통과하게 하려면,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예술적인 완결도를 약간 포기하고서라도 타협책을 찾아야 합니다. 마지막 쿠키 영상은 그런 배경에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중국 영화로서는 드물게 현실적이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 <소년적니>.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호평 일색이라 보게 된 <소년적니>. 정말 잘 만든 영화 같다. 어떤 동료가 말했던 것처럼 조금 우울해지긴 해도 이렇게 사회문제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이양첸시는 이미 TF Boys 출신의 그 어린아이가 아니다. 이 영화에선 사회에서 떠도는 양아치의 모습을 성공적으로 연기해냈다. <장안십이시진>의 리삐보다 연기를 더 잘한 것 같다. 옥에 티를 잡자면 경찰인데, 뭐 이거야 중요하지 않다. "넌 내가 아픈지 물어봐준 유일한 사람이야.", "내가 꼭 너의 뒤에 있을게."... 학교, 가정, 경찰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따돌림 문제의 답안은 어쩌면 누군가 자신의 뒤에 있다고 믿게 하는 든든함이 아닐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