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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Jun 03. 2021

남방차참적취회(南方车站的聚会)

30만 위안의 주인은?!


■ 원어 제목: 남방차참적취회 (南方车站的聚会, 난팡쳐짠더쥐후이)

■ 영어 제목: Wild Goose Lake

■ 장르 : 드라마, 범죄

■ 년도 : 2019

■ 감독 : 刁亦男

■ 주요 배우 : 胡歌,桂纶镁,万茜,廖凡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2019년 12월 중국에서 상영한 영화 <남방차참적취회(南方车站的聚会)>입니다. 제목을 해석하면 '남쪽 터미널에서의 약속'이네요. 영화는 그해 5월 칸 영화제에서 먼저 상영을 했는데, 영어 제목은 'Wild Goose Lake'. 중국어 제목과는 거리가 좀 있는 영어 제목이죠. 왠지 좀 을씨년스러운 느낌도 듭니다. 이 Wild Goose Lake는 중국어로 예어완(野鹅湾)인데,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지역의 이름입니다. 중국어 제목은 스토리를 반영한 제목인데 비해 영어 제목은 함축적이면서 영화의 우울한 느낌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영화의 감독인 디아오이난(刁亦男) 감독은 이 영화 이전에 <백일염화(白日焰火)>라는 영화로 영화제 수상을 한 경력이 있는데요. <백일염화(白日焰火)>나 이 영화나 색채의 대조를 충분히 이용하는 예술적인 감각과 다양한 인간군상의 묘사 등으로 눈길을 끕니다. 영화는 <백일염화(白日焰火)>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 랴오판(廖凡, 료범)과 꾸이룬메이(桂纶镁, 계륜미), 그리고 일전에 소개드린 <렵장(猎场)>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후거(胡歌, 호가)와 완쳰(万茜, 만천)이 주연으로 출연하였습니다. 랴오판(廖凡)과 완쳰(万茜)은 특별출연이라고 하네요.


영화의 줄거리를 한 마디로 말하면, '30만 위안의 행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주인공 저우저농(周泽农)은 오토바이를 훔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암흑세계의 업자입니다. 어느 날 우연히 오토바이 '작업'을 하다 어떤 사건에 휘말려 누군가에게 총을 쏘는데, 하필 맞은 사람이 경찰이었죠. 경찰에 대한 공격적 행위로 주인공은 현상범이 되어 도망치게 됩니다. 그의 몸에 걸린 현상금이 바로 30만 위안입니다.


실수로(?) 사람을 몇 명 죽이고 경찰까지 쏴 죽였으니 꽤나 큰돈이 걸려버렸습니다. 저우저농의 판단으로, 자신은 잡혀도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면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죠. 그래서 그는 어떻게든 그의 몸에 걸린 30억 위안을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낸 아내와 유일한 피붙이인 아이를 위해 남기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30만 위안 안겨주기' 프로젝트를 계획하죠. 이 영화는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그립니다.


이 영화는 제가 상해에 있을 때 직접 극장에 가서 본 영화입니다. 시간이 넉넉할 줄 알고 저녁 여섯 시 반 영화로 예매를 했는데, 고객 미팅이 너무 늦어져 상영 시간이 10분 지나서야 상영관에 들어가게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12월 상해는 비까지 내려 몸으로 한기가 스미는 데다, 해까지 빨리 져서 그런 뭔가 우울하고 스산한 분위기에 이 영화를 보니 왠지 모르게 몸이 으슬으슬 떨려오는 기분이 들더군요.


영화를 보며 후거(胡歌)나 완쳰(万茜) 같은 낯익은 얼굴이 나온다고 좋아한 것도 잠시, 묘하게 미스캐스팅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후거(胡歌)는 이 영화의 주인공 같은 밑바닥 인생 역할에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나름대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려 한 것 같은데 이 작품은 아쉬움을 조금 남깁니다. 꾸이룬메이(桂纶镁)는 <말할 수 없는 비밀(不能说的秘密)>로 유명한데, 영화 속에서는 수영을 빙자한 매춘을 하는 도시 하층민 여성을 연기합니다. 외모에서 풍기는 여리여리함과는 다르게 억척스러우면서 닳고 닳은 여성을 연기하는 그 모습이 또 약간 미스매치로 느껴집니다. 꾸이룬메이는 오히려 같은 감독의 다른 작품, <백일염화(白日焰火)>에서 좀 더 제 옷을 입은 것 같은 연기를 보여준다고 봅니다. (<백일염화(白日焰火)>는 곧 다른 리뷰에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오히려 특별출연으로 등장한 두 배우, 그러니까 랴오판(廖凡)과 완쳰(万茜)이 더 눈에 들어오더군요. 막상 영화를 볼 당시에는 후거(胡歌)를 더 좋아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배우의 연기나 스토리의 전개보다 마음속에 잔상이 더 길게 남는 것은 영화 속 한 장면 한 장면이 가진 '분위기'입니다. 앞서 색채의 대비를 감독이 잘 이용한다고 적었는데, 색채를 포함해서 밝기, 촬영 구도, 공간의 설정, 주변 환경들이 관객들의 마음속에 'Wild Goose Lake(野鹅湾)'의 모습을 아주 선명하게 각인시킵니다. 상하이 출신인 후거(胡歌)가 우한(武汉)에서 숙식을 하며 배웠다는 우한 방언이 주는 지방의 느낌도 그 인상을 더 깊게 만들죠. 오죽했으면 영화를 보고 나서 나오는 길에, 후거(胡歌)가 마지막에 흡입하던 우육면과 훈툰이 그렇게 땡겼을까요. 설정된 배경에 스며들게 만드는 것. 디아오이난 감독의 영화가 가진 매력이 이런 점인 것 같습니다. 다만 이 감독의 작품을 하나만 봐야 한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백일염화(白日焰火)>를 더 추천드리고 싶네요.


후거(胡歌) 인기로 예상보다 흥행 성적이 좋았지만 전작보다는 다소 아쉬웠던 영화, <남방차참적취회(南方车站的聚会)>였습니다. 최근 유플러스 TV에도 <와일드 구스 레이크>라는 제목으로 들어온 것 같더군요. 그럼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너무 우울한 영화다 ㅠㅠ 내가 볼 땐 후거(胡歌)는 이런 밑바닥 인생을 연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너무 잘생겼거든.... 완쳰(万茜)이 연기를 잘했다. 꾸이룬메이(桂纶镁)는, 내가 볼 땐 그다지 완벽한 연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랴오판(廖凡)은.. 탑티어급 배우를 놓고 너무 작은 역할을 준 건 아닌가 싶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갑자기 뜨끈뜨끈한 우육면과 냉훈툰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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