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첫 별표다, 야호!
선양에서 돌아온 다다음날, 오랜만에 서예 수업에 갔다. 오랜만에 상하이의 예쁜 하늘을 감상하며 학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다행히 전날 저녁 벼락치기로 선생님께서 내주신 피에(撇) 숙제는 끝냈으니.
오늘 수업시간에는 지난번에 배운 피에(撇)와는 반대로, 오른쪽 아래로 뻗어나가는 획인 나(捺)를 배웠다. 왼쪽 아래로 뻗어나가는 피에(撇)가 처음엔 힘 있게, 끝으로 갈수록 얄쌍하게 변하는 모습을 포인트로 갖는다면, 오른쪽 아래로 뻗어나가는 나(捺)는 오히려 처음에는 힘을 빼고 시작했다가 획 끝으로 갈수록 손에 점점 힘을 줘가며 굵기를 변화시키고, 마지막엔 다시 천천히 힘을 빼면서 마무리지어야 한다.
우선 선생님께서 써주신 모양을 보고 획을 따라 쓴 뒤에, 지난 시간에 배운 피에와 오늘 배운 나를 합친 한자, 사람 인(人)을 배웠다. 선생님께서 시범을 보이실 땐 너무도 쉬워 보였던 이 획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단단하게 잘 뻗어나간 선생님의 획과는 달리, 내가 쓴 획은 얼핏 달팽이의 몸 같기도 하고, 콧물 같기도 하고, 무튼 잘 쓴 글자로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 손목의 힘을 조절하는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겠지.
조금 더 연습한 뒤에 사람 인이 포함된 한자, 하늘 천(天)을 써보고, 또 약간의 응용으로 역사 사(史)에도 도전해보았다. '하늘 천'은 가로 획 두 획을 긋는 것부터 이미 구조에 맞춰서 그어야 했는데, 거기에 또 너무 매몰되다 보면 막상 글자가 안 예뻐지는 어려움이 있었다.
역사 사(史)는 역시 당시 내 수준보다 한참 어려운 글자여서 그런지 일단 맨 위의 입 구(口)를 쓰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어렵사리 어설픈 네모를 그리고 나니 이번엔 나(捺)의 시작점이 문제였다. 중간부터 시작하는 이 획은 더더욱 손의 힘을 어떻게 주는지가 중요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한참을 글자를 쓰다 보니 드디어 선생님께서 별표를 해주신 글자가 생긴 것이다! 물론 내가 봤을 땐 선생님께서 써주신 것보다는 한참 모자란 글자였지만, 늘 '그나마 낫다'는 느낌의 V표만 있다가 처음으로 별표를 한 번 받아보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학원에 열심히 좀 나오라고 선생님께서 그냥 적어주신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한참을 피에나(撇捺)를 연습한 수업 시간이 끝나고, 그날 써본 글자들을 한 장, 한 장 카메라에 담다 보니 문득, '좋은 사람이 되기란 이렇게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피에(撇)와 나(捺)로만 구성되어 있는 사람 인(人)은 쓰는 사람의 집중도나 심경에 따라, 어떤 때는 작은 사람, 어떤 때는 비뚤어진 사람으로 변하곤 했다. 아무리 첫 획을 잘 써도, 두 번째 획까지 집중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뭉개진 사람'이 되기 일쑤였다. 좋은 사람이 되기란 참 힘들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론 내가 아무리 혼자 잘나도 누군가 곁에서 나를 지탱해줄 사람이 없다면 그 모습이 이렇게 초라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바르고 곧은, 큰 사람을 쓰려면 쓰는 이의 내공과 집중도가 무척 중요했다. 마치 올곧은 사람이 되는 것이 그렇게나 힘든 것처럼. 그래도 계속 노력해야겠지. 소인배(小人)나 비뚤어진 사람(歪人)이 아니라 호인(好人)이 되기 위해.
[중문 일기 in 위챗 모멘트(朋友圈)]
(譯) '좋은 사람' 되기 참 힘들다. 어째서 나의 '사람 인'은 어째 작은 사람, 아니면 비뚤어진 사람이 되고 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