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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Nov 22. 2020

상해 16구(區)를 소개합니다

상해 각 구의 이야기_번외편

지역전문가로 파견되는 이 1년이 나를 중국 전문가로 만들어줄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중국이라는 이 넓은 땅덩이를 온전히 이해하기에 1년이란 시간은 너무나도 짧다는 걸 나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우선 거점지역인 '상해'의 전문가가 먼저 되는 것을 1차 목표로 세웠다. 파견 전에 상해의 16개 구(區)와 갈만한 곳들을 대충 정리했었고, 1년 거주하면서 되도록 많이 접해보려고 노력했다.


지난 편에서 상해도시계획박물관 글을 쓰면서 아무래도 이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번 번외 편에서는 상해의 16개 구를 주제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혹시 상해라는 지역을 개괄적으로 알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선 상해 전도(全图). 한국과 마찬가지로 도심에 가까운 곳은 글자도 제대로 표기되지 못할 정도로 모여 있고, 교외 지역은 한산한 편이다. 아래에는 각 구별로 가지는 특징과 가볼만한 곳들을 정리해보았다.

상해도 중심지역은 서울처럼 혼돈의 카오스다


1. 황푸구(黄浦区)


교통 접근성 우수. 상해의 역사를 담은 구시가지(老城区). 와이탄(外滩), 인민광장(人民广场), 예원(豫园) 등 모두 이 구에 속해 있다. 그 외, 푸저우루(福州路)의 문구거리, 난징동루로 많이 알려진 난징루보행가(南京路步行街), 예원 앞에 있는 상하이라오제(上海老街), 윈난난루 맛집거리(云南南路美食街, 주로 간식거리 위주) 등 볼거리 먹을거리가 천지인 곳.


[참고] 라오청샹역사문화구 (老城厢历史文化风貌区) : 예원(豫园), 옥령롱(玉玲珑, 예원에 있는 돌)


[황푸 풍경] 2020년 1월, 예원 앞 상하이라오제의 모습. 쥐의 해라고 쥐 모양 등을 달아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2. 쉬후이구(徐汇区)


교통 접근성 우수, 교육, 교통, 문화의 중심지라고 열심히 홍보하는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상해교통대학(上海交通大学), 화동이공대학(华东理工大学), 상해사범대학(上海师范大学), 상해음악대학(上海音乐学院) 등이 모두 이곳에 있고, 상해남역(上海南站)에서 기차도 탈 수 있고, 시외버스터미널도 있다. 세계 10대 도서관 중 하나라는 상해도서관도 여기 있고, 상해체육관도 여기 있다. 상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찰이자 춘절 때만 되면 향을 올리려고 그렇게 사람이 몰리는 롱화사(龙华寺)도 이 구에 있고, 상해식물원, 구이린공원(桂林公园) 등 녹화도 잘 되어 있는 곳이다. 각종 인프라가 잘 되어 있는 땅값이 비싼 곳이기 때문에 만약 친구가 여기에 산다면 꼭 친하게 지내도록 하자.


[참고] 롱화역사문화구 (龙华历史文化风貌区) : 롱화탑과 롱화사(龙华塔和龙华寺), 롱화 현충원(龙华烈士陵园)


[쉬후이 풍경] 19년 4월, 구이린공원(桂林公园) 모습


3. 창닝구(长宁区)


교통 접근성 우수, 홍췐루만큼 코리안타운인 구베이(古北)가 있는 곳이다. 홍챠오공항(上海虹桥国际机场)이 있어 중국 로컬 비행할 때 자주 이용하게 된다. 공항이 가까워서인지 상해국제박람센터(上海国际展览中心)가 여기 있어 각종 주제로 박람회가 자주 열린다. 가볼만한 곳으로는 쑹칭링기념관(宋庆龄陵园), 상해동물원(시내에서 동물을 볼 수 있다)이 있으며, 골목골목 독립서점도 많다. 항일 시대 스파이들이 많이 살았던 위위안루(愚园路)는 지금은 아기자기한 카페나 식당이 많이 있으니 역시 추천.


[참고] 위위안루역사문화구 (愚园路历史文化风貌区) : 위구신춘(愚谷新村), 화동정법대학(华东政法学院), 상해시제3여자중학(上海市第三女子中学), 소년궁(长宁区少年宫)

[참고2] 신화루역사문화구 (新华路历史文化风貌区) : 신화루화원맨션(新华路花园别墅), 한어대사전출판사(汉语大词典出版社), 신화루화원저택(新华路花园住宅)

[참고3] 홍챠오루역사문화구 (虹桥路历史文化风貌区) : 사순맨션(沙逊别墅), 뤄건화원(罗根花园), 씨쟈오호텔(西郊宾馆)


[창닝 풍경] 위위안루(愚园路)에는 이런 색감이 잘 어울리는 풍경이 많다.


4. 징안구(静安区)


교통 접근성 우수, 를 떠나서 내 고정 숙소가 있던 곳. 구의 이름이 정해진 배경인 정안사(静安寺)라는 사찰이 있는데, 금빛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아주 화려한 사찰이다. 근처에 채식 식당도 있고 한 번쯤 가볼만하다. 상해기차역(上海火车站)에서 기차도 탈 수 있다. 또 긴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치대극원(美琪大剧院)이 있는데, 내부 시설도 보존을 하려는지 솔직히 좀 낙후되어 있지만 그 건물이 가진 역사를 생각해 직접 방문해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추천한다. 쉬후이구보다 더 부자가 많이 사는 동네로 알려져 있으니 여기 산다는 중국인 친구가 있으면 마찬가지로 꼭 친해지길 바란다.


[참고] 난징시루역사문화구 (南京西路历史文化风貌区) : 징안빌라(静安别墅), 화예맨션(华业大楼), 송가화원(宋家花园)


[징안 풍경] 정안사를 볼 수 있는 명당자리, 릴(芮欧) 백화점에서 본 정안사. 폰카라 화질이 영...

5. 푸투어구(普陀区)


징안구, 창닝구에 맞닿아 있어서 사실 위치적으로 나쁘지는 않은 곳인데 이상하게 상해에서 여기 사는 친구를 한 명 밖에 못 만나봤다. '푸투어구를 꼭 가야해!' 라고 해서 간 적은 없어서 여기 가본 적이 있나 싶었는데, 징안구와 맞닿는 곳에 있는 M50창의원(M50创意园)에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모간산루(莫干山路)에 위치한 곳인데, 예술인 단지 같은 곳이라 이것저것 구경할 것도 있고 가끔 공연도 한다.


[푸투어 풍경] M50창의원에서 봤던 토크쇼. 19년 상해에는 곳곳에서 토크쇼가 열렸다.


6. 훙커우구(虹口区)


접근성 좋은 편. 루쉰기념관이 위치한 루쉰공원(鲁迅公园)이 이 구에 있는데 훙커우 하면 떠오르는 인물인 윤봉길 의사와 관련된 매원(梅园)이 루쉰공원 안에 있다. 아마 루쉰으로 역사적 인물을 이용한 홍보에 맛을 들인 상해시에서 만든 것 같은데, 뚜어룬루 문화명인거리(多伦路 文化名人街)도 깔끔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 가볼만한 곳 중 하나다. 일본 조계지, 유태인 수용소가 있던 곳인데 재미있게도 일본인을 좋아하는 사람도 무척 많은 곳이다.


[참고] 샨인루역사문화구 (山阴路历史文化风貌区) : 뚜어룬루 종루(多伦路夕拾钟楼), 샹더루 우수보호건축물(祥德路优秀保护建筑), 상해방적간부활동실(上海纺织老干部活动室)

[참고2] 티란챠오역사문화구 (提篮桥历史文化风貌区) : 티란챠오 감옥 근처에 있는 건축물들


[훙커우 풍경] 루쉰 공원에서 만난 서예가 꿈나무


7. 양푸구(杨浦区)


도심에선 좀 멀지만 못 갈 거리는 아닌 곳. 상해의 학부(学府)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대학들이 포진해 있는 대학성(大学城). 복단대학(复旦大学), 동제대학(同济大学), 재경대학(财经大学), 상해이공대학(上海理工大学), 상해해양대학(上海海洋大学) 등이 모두 양푸에 있다. 그래서인지 대학생인데 양푸에서 공부한다고 하면 약간 시각이 달라지는 면이 있다. 한국에서 '관악/신촌/안암에서 공부해요'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대학이 많이 있어서 그런지 동네가 좀 젊은 느낌이고 물가도 비교적 싼 편이다.


[참고] 쟝완역사문화구 (江湾历史文化风貌区) : 쟝완 前 시정부 건물(江湾原市政府历史建筑), 쟝완체육관(江湾体育场), 제2군의관대학(第二军医大学)


[양푸 풍경] 20년 1월, 복단대의 겨울


8. 민항구(闵行区)


여기까지 아주~ 억지로 상해 도심이라고 칠 수 있을 것 같다. 상해 코리안타운 홍췐루(虹泉路)가 이 구에 위치해 있다. 홍챠오기차역(虹桥火车站)이 있어 기차 타기도 괜찮다. 하지만 억지로 도심이라고 하는 이유는, 민항구가 아주 크기 때문이다. 도심에 가까운 곳(예를 들면 홍췐루?)도 있지만, 거의 교외라고 봐도 될 정도의 거리인 곳도 있다. 치바오라오제(七宝老街)라고 옛 마을이 하나 있는데, 주말엔 사람이 미어터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평일에 가기를 추천한다. 주말에 가면 공황장애 올 수도 있다. 아, 상해교통대의 메인 캠퍼스도 여기에 위치해 있다. 내가 다녔던 쉬후이 캠퍼스는 어학당과 MBA, 석박사 과정과 학부생 소수 정도고 민항 캠퍼스가 메인이다.


[민항 풍경] 치바오라오제에 있던 七宝教寺에 있던 탑


9. 바오샨구(宝山区)


장강과 황푸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상해의 물길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아쉽게도 가본 적이 없고 산다는 사람을 본 적도 없다. 못 가봐서 좀 아쉽다.


10. 쟈딩구(嘉定区)


교외로 분류되는 곳이긴 하나, 지하철로 잘 연결이 되어 있는 편이기 때문에 같이 일하던 동료 중 이쪽에 살던 동료들이 꽤 있었다. 아무래도 도심보다는 집값이 싼 편이라 그런 것 같다. 이 구에는 난샹고진(南翔古镇)이라는 유명한 고진(옛 마을)이 있는데, 여기서 파는 샤오롱만터우(小笼馒头)가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가끔 상해에서 난샹만터우 라고 적힌 곳을 볼 수 있는데, 그 가게들의 원조다. F1 그랑프리가 열리는 경기장도 이 구에 위치해 있다. 이 구에 볼일이 있어 다녀온 적은 있는데 아쉽게 사진이 남아있지 않다.


11. 푸동신구(浦东新区)


총밍도라는 섬이 포함된 총밍구를 제외하고 상해에서 가장 면적이 큰 구로, 계속 면적이 넓어지고 있는 구이기도 하다.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곳이 바로 우리나라의 새만금처럼 간척을 통해서 만들어낸 곳이기 때문. 우리가 잘 아는 푸동국제공항(浦东国际机场)이 바로 여기 있는데, 이 푸동공항도 원래는 갯벌 같은 곳을 간척지로 해서 만들어낸 곳이다. 동방명주, 진마오빌딩(金茂大厦), IFC 등등 화려한 마천루가 위치한 곳이긴 하지만, 강변을 좀 벗어나면 얼핏 '여기가 상해가 맞나?' 싶을 정도의 교외 지역이 나온다. 영화 <색, 계(色戒)>의 배경이 되는 신창고진(新场古镇)도 이 근방에 있다.


상해에서 집값이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상해에 일하러 온 젊은 층들이 이쪽에 집을 얻는 경우가 많다. 땅값이 싼 편이고 미개발 지역이 많아 상해 디즈니랜드도 바로 이 구에 위치해 있고, 최근 곰 때문에 1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던 상해야생동물원도 여기 있다. 푸동신구 남동쪽에는 적수호(滴水湖)라는 호수가 있는데, 상해의 젊은이들이 친구들끼리 놀러 가는 장소 중 하나다. 푸동 공항으로 내리는 비행기가 착륙할 때쯤에 원형의 땅이 보인다고 하는데, 그게 적수호다.


지도에서 바라본 적수호의 모습
[푸동 풍경] 고즈넉하니 참 좋았던 19년 12월 신창고진


12. 진샨구(金山区)


안타깝게도 가본 적이 없는 곳. 상해시의 남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서쪽엔 우전(乌镇)으로 유명한 쟈씽시(嘉兴市, 가흥시)와 접하고 있다. 가본 적이 없어 코멘트할 것이 없어 아쉽다.


13. 송쟝구(松江区)


송쟝구 하면 할 얘기가 꽤 있다. 사실 지역전문가 파견 전에는 송쟝에 대한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유인즉슨 내 거래선 중 한 곳의 생산기지가 이곳에 있었는데, 출장으로 미팅을 오면 늘 유쾌하지 못한 기억뿐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팅이 끝나고 상해의 러시아워와 만나게 되면 그 또한 최악이었다. 퇴근길 교통 상황이 최악이라 '송쟝에서 5시에 미팅이 끝나 상해 시내로 돌아오려고 하면 오는 길에 송장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상해 지역 탐방을 하면서 교외에 가게 되면 의외로 가장 많이 들렀던 곳이 송쟝구다.


송쟝구의 별칭은 '상해의 뿌리(上海之根)'. 지금의 상해를 있게 한 뿌리라는 이야긴데, 이런 말이 생긴 배경은 이곳에서 발견된 광푸린 유적지(广富林遗址, 광부림유적) 때문이다. 4000년 전 상해의 유적들이 출토되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이곳은 물에 잠긴 건축물로 이름을 알렸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 있는 곳이다.


광푸린 유적지의 모습. 황푸강의 근원(浦江之源)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이뿐 아니라 송쟝구에는 상해의 산이라고 부를  있는 유일한  셔산(佘山, ) 위치해있어 평지만 보고 사는 상해인들이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을  종종 들르는 곳이다. (높이가 해발 100M 정도밖에  된다는 것은 비밀) 상해에서 가장  식물원인 쳔샨식물원(辰山植物园, 진산식물원) 이곳에 있고, 상해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주요 촬영지 상해잉스쳥(上海影视城, 상해영시성) 여기 위치해 있다. 공업 생산기지뿐 아니라 유명 대학의 2캠퍼스도 이곳에 많이 위치하고 있어 양푸구에 이어 2 대학성(大学城) 이루고 있기도 하다.


[송쟝 풍경] 쳔샨식물원의 월계화


14. 칭푸구(青浦区)


서쪽으로 쿤산에 접해 있는 칭푸구. 여기는 한국에도 꽤 알려진 수향고진(水乡古镇) 주쟈쟈오(朱家角, 주가각)가 위치해 있다. 상해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어디든 지하철로 어떻게든 이어져 있다는 점인데, 주가각도 이제는 지하철로 갈 수 있어 주말에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칭푸 풍경] 19년 4월, 비오는 주가각


15. 펑시엔구(奉贤区)


상해의 최남단에 위치해 있고 바다에 접해있는 구역이다. 이곳을 다녀왔다는 분은 몇 분 봤는데, 보통 바다에 접한 상해빈해국가삼림공원(上海滨海国家森林公园)을 다녀오는 듯하다. 주말에 휴양 삼아 바다를 보고 오고 싶을 때 가는 곳인 것 같았다. 아쉽게 나는 가보지 못했다.


16. 총밍구(崇明区)


상해의 마지막 구는 총밍구다. 총밍구는 사실상 총밍다오(崇明岛, 숭명도)라는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밍다오는 대만섬(*대륙 입장의 서술입니다), 하이난섬 다음으로 중국에서 가장 큰 섬으로, 장강의 입구(长江门户)라는 별칭이 있다. 여건이 되지 않아 이곳도 가보지 못했는데, 상해에 사는 사람들이 주말이나 휴일에 캠핑이나 레저를 즐기러 가는 곳 중 하나인 것 같다. 또 돈 많은 상해인(上海人)이 이곳에 땅을 몇 마지기 사두고 취미로 농사도 좀 짓고 번잡한 도시생활을 잊을 별장도 짓고 산다는 이야기도 꽤 들었다.



정리하고 보니 16개 구 중에서 4곳을 가보지 못했다. 이렇게 보면 완벽히 상해를 돌아봤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미련을 남겨두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거라고 위로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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