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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Dec 05. 2020

다시, 여기, 캠퍼스 (1)

학교 선정 및 비자/입학등록 서류 준비

19년 3월 22일, 초기 정착 미션들 중 가장 마지막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날이었다. 휴대전화 번호 개통, 은행 계좌 개설, 고정 숙소 계약에 이은 마지막 미션은 바로 학교 및 어학원 등록. 초기 정착 과정이 마무리된 후에는 본격적으로 현지어 학습에 집중해야 했기에 앞으로의 2~3개월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달린 가장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다른 미션들과 달리 한국에서 사전 준비가 필요한 건이라 막상 현지에서는 직접 만나 비용을 지불하고 등록절차를 마무리하는 일 위주로 진행되었다. 매거진 이번 회차는 두 편의 글로 나누어 1편에서는 출국 전 준비과정, 2편에서는 출국 후 등록하던 당일의 절차를 주로 소개해보려고 한다.


참고로 지역전문가 과정의 특성상 한 학기 혹은 1년 정도의 수업밖에 들을 수 없어 학부(本科)나 석사(研究生) 과정을 신청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나는 한국 대학 여러 곳에 이미 있는 '한국어학당'처럼 중국 대학에 설립된 '중국어학당'에서 수업을 듣는 어언진수생(语言进修生) 과정에 참여했고, 이 글 역시 이러한 어학당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참여하는 것에 대해 작성되었음을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양지해주시기 바란다.



[출국 전 준비]


1. 유학원 선택 및 컨택하기


상해에서 유학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상해 대학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디에 외국인이 참여할 수 있는 어학 프로그램이 있는지, 커리큘럼은 어떤지 등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다. 교환학생 시절 북경은 지원하기 전부터 마음에 담은 학교(북경인민대학)가 있었기에 부족한 중국어로라도 스스로 알아보고 등록했지만, 이번에는 관련 지식이 없어 학교부터 다시 알아봐야 했다. 학교 등록은 입국과 비자 등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부분이기에 개인적으로 진행했다가는 문제가 생기면 큰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관련 업무를 진행해본 경험이 있는 유학원을 찾아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접수를 진행했다. 유학원을 통해 학교 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학교에 송부하게 되고, 입수한 입학통지서 및 관련 서류(JW202)를 근거로 학생비자 취득이 가능하다. 대행업체를 쓰는 셈이니 소정의 처리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개인이 처리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많은 일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 학교 선정하기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정한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현지에서 초반에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게 되고, 시간 낭비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보려고(以史为鉴) 과거의 일을 좀 참고해볼까 싶어 북경 교환학생 때 인민대는 어떻게 골랐는지를 복기해보니 우습게도 그땐 '캠퍼스 크기'를 보고 골랐었다. 북경이라는 그 큰 땅에서 자전거를 못 타는 내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그나마 아담한 인민대 캠퍼스뿐이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론 이 선택에 아주 만족했지만, 상해에서도 이 기준으로 학교를 고르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 우선 선택 가능한 세 개의 학교를 놓고 비교를 좀 해보기로 했다.


내 맘대로 정리해본 학교 비교표 (개인적인 의견이며 수나 양이 많거나 큰 것을 上으로 표기)

(1) 상해교통대학 (上海交通大学)


상해시와 교육부가 1896년 공동으로 설립한 대학으로 올해로 벌써 124주년을 맞이한 전통의 대학이다. 약칭으로 쟈오따(交大, 교대)라고 부른다. 전 국가주석 장쩌민(江泽民, 강택민)의 모교로 알려져 있다. 상해에는 쉬후이구(徐汇区) 외에도 몇 곳에 캠퍼스가 있는데, 대부분의 학부생들은 민항 캠퍼스에 있고, 쉬후이 캠퍼스에는 주로 석사생과 어학당 학생들이 많다. 아침마다 민항-쉬후이 간을 잇는 셔틀이 학교 문 앞에서 출발한다. 어학당 수업은 쉬후이 캠퍼스의 인문학원(人文学院) 건물에서 듣는다.


아무래도 학교 이름값이 있다 보니 어학당 등록금은 세 학교 중 가장 비싸지만(한 몇백 위안 정도 차이가 난다) 역사가 있는 학교다 보니 캠퍼스에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많고 무엇보다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충분히 이동이 가능하다. 어학당 분반은 10개 반(초급 4개 반, 중급 3개 반, 고급 3개 반)으로 나뉜다. 학습 강도는 선생님마다 다르고 수준별로도 차이가 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화동사범대보다는 덜 빡센 편이며 희극학원보다는 빡센 편이라고 한다. 한국인은 고급반으로 갈수록 좀 보이는 편이지만 전체적으로 화동사범대보다는 적다.


위치적으로 쉬쟈후이(徐家汇)와 교통대학(交通大学) 지하철역에 모두 붙어있기 때문에 프랑스 조계지, 신천지 등 번화가와의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상해도서관(上海图书馆)과도 가깝다. 또 대부분 오전 수업으로 진행되는 다른 어학당과는 달리 수업 분배가 오전·오후 탄력적으로 분배되어 있고, 작전을 잘 짜면 대학 때처럼 주4파(월~목만 수업을 듣는 시간표)나 오후파가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2) 화동사범대학 (华东师范大学)


1951년 교육부와 상해시가 함께 세운 대학이다. 약칭은 화사대(华师大).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선생님을 길러내는 대학인데, 그래서 그런지 어학당 커리큘럼이 가장 전문적이라고 소문이 나 있다. 분반도 12개 반(왕초보 3개 반, 초급 3개 반, 중급 4개 반, 고급 2개 반)으로 나뉘고 선생님들도 무척 엄격한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선생님들이 다 본교 석사과정 이상급 학생들이다. 곧 선생님이 되려는 분들이 직접 와서 가르치니 엄격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선생님들이 출결에도 엄격하고, 수업태도에 대한 지적도 많이 들어간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빵만 먹어도 바로 지적이 들어온다고. 당연히 시간표에 대한 융통성도 높지 않아 오전 수업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커리큘럼이 좋다고 소문이 나서인지 많은 한국인 유학생이 이 학교를 선택하고 있고, 그래서 고급반으로 갈수록 한국인 비중이 높아진다. 그리고 (내게는) 결정적으로, 캠퍼스가 너무 커서 자전거를 타야 한다.


위치적으로는 나쁘지 않은데 13호선 진샤장루(金沙江路)역과 2호선 중산공원(中山公园) 역에 근접해 있다. 바로 앞에 Global Harbor(环球港)라는 쇼핑몰이 있다.


(3) 상해희극학원 (上海戏剧学院)


1945년 세워진 학교로 연극 및 공연예술 관련 전문가를 기르기 위한 일종의 전문대학이다. 약칭은 상희(上戏). 앞에 두 학교는 종합대학이라 이름이 대학(大学)으로 끝나는데 여기는 단과대학이라 학원(学院)으로 끝난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예술종합학교나 서울예술종합대학 같은 느낌의 학교다.


지옹(囧) 시리즈의 감독으로 유명한 쉬쩡(徐峥, 서쟁)과 <아적전반생(我的前半生)>으로 한국에도 알려진 유명 여배우 마이리(马伊琍), <랑야방(琅琊榜)>의 후거(胡歌, 호가), <도정호(都挺好)>의 꾸어징페이(郭京飞, 곽경비), <장안십이시진(长安十二时辰)>의 레이지아인(雷佳音, 뢰가음) 등 중국에서 너무나 유명한 배우, 감독들의 모교로 알려져 있다.


상해희극학원 출신 유명인들, 글에 나열된 순서와 같다. 이 외에도 무진장 많다.


재밌는 건 이런 학교에도 어학당이 있다. 추측컨대 유학생한테 학비 받아서 학교 재정에 보탬이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그런 만큼 아주 설렁설렁 운영되는 어학당이다.


앞선 두 학교들에 비해 비자 규정이 좀 느슨하고 선생님들도 출결에 대한 부담을 거의 주지 않아(선생님들이 제발 시험만 보러 오라고 학생들에게 빌 정도다) 편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싶은 유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것 같다. 근처에 정안사(静安寺) 등 번화가가 바로 있어서 그런지 서양인 학생이 많고, 한국인 유학생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반은 총 6개(A~F)로 나뉘고 오전 수업만 진행한다.


장점으로 가장 꼽히는 것은 학교에 배우 지망생들이 많아 미남미녀가 많다는 점인데, 문제는 이 미남미녀들이 학교를 잘 나오느냐! 그건 또 아니다. 생각해보라. 배우 지망생들이 촬영장에 있지 여유롭게 학교생활하겠냐 말이다. 만약 이 점을 생각해서 이 학교로 정했다면 그건 조금 오산이다. 다만 학교에 연기를 배우는 학생들이 있어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연을 하게 되면 공짜표를 많이 나눠준다고 한다. 또 오후 특별수업 중에 연기나 발성 등 수업이 있다고 하는데, 유학생도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학생들의 출석률이 높지 않아 본인이 열심히 학교를 나오면 선생님과 거의 1:1로 수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생긴다. 다만 그게 너무 부담스러우면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아침마다 고개를 들기 쉽다.



내용을 잘 읽어본 분이라면 느끼겠지만 내가 최종적으로 정한 학교는 상해교통대학이었다. 상해로 가는 내 1차 목적이 어학 학습이 아니었던지라 화동사범대의 주입식 빡센 커리큘럼은 좀 꺼려졌고, 가장 높은 반에 가도 읽고 듣는 것 위주의 어학수업만 하는 화동사범대와 달리 비즈니스 중국어, 중국문화, 문학 수업  학부생 수준의 수업들을 선택해 들을  있다는 상해교통대학의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었다. 대학 때처럼 오후파나 주4파 시간표를 짜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물론 자전거가 필요 없는 캠퍼스의 크기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한 가지 더 내 마음을 굳히게 된 계기가 있다면 그건 나를 지역전문가로 추천해주신 그룹장님께서 상해에 계실 때 이 학교에서 MBA 과정을 들으신 적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MBA 과정 역시 같은 캠퍼스에서 진행이 되었고, 비록 시간은 지났지만 같은 캠퍼스라도 밟아보겠다는 나의 팬심이 작용했다.


3. 필요 서류 제출 및 입학통지서 입수, 비자 취득


학교를 정한 후 유학원에 학교 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먼저 제출했다. 교통대의 규정에 맞게 여권 앞면 사본, 여권 사진, 최종학교 졸업증명서 영문본을 냈다. 서류 제출과 동시에 비자 발급비용과 국제 우편비 등이 포함된 대행비용을 결제하고 약 한 달 뒤, 학교로부터의 입학통지서 및 JW202표, 그리고 학생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입학 통지서는 학교에서 발급하는 문서이고, JW202표는 각 지역의 경찰서(公安局)에서 발급하는 문서로 해당 기간 동안 학생으로서 중국에 체류해도 된다는 허가증서라고 할 수 있다.


4. 유학생 보험 가입


3번까지 완료되면 사실상 출국 전 학생 신분으로 중국에 갈 수 있는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마지막으로 챙겨야 할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유학생 보험이다. 사실 현지에 도착한 후에도 한국보다 싼 값에 학교에서 주관하는 보험을 들 수 있지만, 아무래도 외국인 신분으로 드는 보험이다 보니 보장 범위가 너무 좁고 형식적이다. 비용이  들더라도 한국에서 따로 유학생 보험을 가입하고 들어갈 것을 추천한다. 물론 상해가 치안이 안 좋은 도시는 전혀 아니지만, 세상에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므로. 무엇보다도 안전제일!



이로써 출국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는 완료되었다. 상해로 떠나기 전 준비된 서류와 등록비용 등을 잘 챙겨가기만 하면 된다. 그럼 입학 등록 당일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이야기는 다음 회에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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