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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Jan 06. 2021

조도니 (找到你)

한국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의 중국판


■ 원어 제목: 조도니 (找到你, 자오따오니)

■ 영어 제목: Lost, Found

■ 장르 : 드라마 / 가정

■ 년도 : 2018

■ 감독 : 吕乐

■ 제작 : 冯小刚

■ 주요 배우 : 姚晨,马伊琍,吴昊宸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2018년에 나온 중국 영화 <조도니(找到你)>입니다. 중국어 제목의 뜻은 '너를 찾아냈다'는 뜻이고, 영어 제목도 'Lost, Found'로 찾아냈다는 의미를 함께 담아냈습니다. 이 영화를 볼 때는 막상 몰랐는데, 리뷰를 쓰려고 찾는 와중에 이 영화가 한국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의 중국 리메이크 버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씽:사라진 여자>의 한국에서의 성적과 평가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영화도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괜찮았습니다.


이 영화는 19년 8월 말, 귀주성(贵州省) 성도 귀양(贵阳)의 한 호텔방에서 봤습니다. 해야 할 일이 있어 노트북을 켰는데, 영 그 일이 하기가 싫어 미적거리다가 iQIYI를 켰지 뭡니까. 중국에서 iQIYI나 영상 플랫폼을 켜는 것은 거의 우리나라에서 넷플릭스를 켜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어서,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질 못하죠. 영화 목록을 뒤지다가 이 영화를 발견하게 됩니다. 마침 주인공으로 나오는 두 배우가 모두 아는 사람이네요. <도정호(都挺好)>의 셋째 딸 야오천(姚晨,요신), 그리고 <교가대원(乔家大院)>의 마이리(马伊琍, 마이리). 평점도 좋고, 일단 시작 버튼을 누릅니다.


누군가 네이버 인물 사진 좀 바꿔주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영화의 큰 틀에서의 줄거리는 한국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조선족 보모라는 설정은 없어졌지요. 대신 농촌에서 올라온 농민공 여성으로 새롭게 그려졌습니다. 여담으로, 안타깝게도 한국판에 조선족 보모가 등장하는 까닭에 중국에서 <미씽:사라진 여자>의 평점은 중국판보다 좀 낮은 편입니다. 궁금해서 리뷰를 좀 읽어봤는데, 두 종류로 나뉘는 것 같아요. 하나는 "왜 중국을 이렇게 나쁘게 그리냐!! 부들부들", 다른 하나는 "중국판보다 확실히 원작이 낫구만? 공효진 연기 진짜 잘하네~ 중국어도 좀 배웠구만." 요렇게 말이죠. 


재미있는 건, 4년 전, 그러니까 원작 <미씽:사라진 여자>가 막 나왔을 무렵 중국인 관객이 쓴 한 리뷰가 '좋아요'를 많이 받았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렇게 중국을 깠다고 욕먹어도, 봐라. 몇 년 뒤에 중국에서 리메이크한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 되었네요. 제작자인가?


전체적인 줄거리는 비슷하지만, 보모의 출신을 포함해 몇 군데 디테일에서 다른 점이 좀 있습니다. 이 차이가 어쩌면 가장 '중국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우선 제목. 한국판의 제목은 <미씽:사라진 여자>. 사라졌다고 했지 어떻게 되었다고는 말 안 해줬죠. 그런데 중국판은 어떻습니까? 이미 제목부터 '찾았다'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영어 제목도 'Lost, Found' 아주 결말을 이미 제목부터 스포하고 있죠. 


주인공의 직업도 다릅니다. 한국판에서는 아마 홍보회사의 직원이었나 방송국 직원이었나 그랬던 것 같은데, 중국판은 변호사입니다. 여자는 변호사, 남자는 의사, 밖에서 보면 누구라도 부러워할 부부인데 안에서는 곪아있는 모습을 전형적으로 나타냈죠. 그에 더해, 주인공이 변호사이기 때문에 결말 부분에 추가적으로 늘어난 디테일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마 영화를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말씀드리면 너무 양심에 찔려서요.


여하튼, 아이를 찾고 여운을 남기며 끝나는 한국판과 달리, 중국판에서는 찾은 후에 주인공이 깨달은 것, 마음속의 교훈 등을 후반부에 함께 실었습니다. 제 생각엔 한국판과 중국판이 가장 다른 부분이 여기에 있는 것 같네요. 우선 두 영화의 포스터를 좀 보시죠.



왼쪽은 한국판, 오른쪽은 중국판 포스터


두 포스터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오히려 오른쪽 포스터는 전형적인 '감동 영화'의 그것을 본뜨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가정부의 실종과 그를 찾는 과정의 긴장감에 더 방점을 실은 한국판과 달리, 중국판은 실종된 가정부를 찾는 동안 여자 주인공이 같은 엄마로서, 여자로서 느끼는 감회, 그리고 그를 이해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말씀드린 제목의 차이나 결말 처리의 차이가 모두 거기서 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근본 원인은, 여기가 중국이기 때문이고, 이 영화가 국경절 연휴에 개봉한 국경절 블록버스터(国庆档)이기 때문입니다. 국경절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을 축하하는, 일주일 씩이나 쉬는 큰 휴일입니다. 긍정적이고 행복한 색채가 넘쳐나야 할 시기에는 그에 맞는 영화가 나와야 사랑받죠. 이런 기간에 우울한 영화는 관객들에게 선택받지 못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들이 모여 중국판 <미씽:사라진 여자>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영화는 결국 여성으로서, 또 아이의 엄마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어려움을 좀 더 조명하였습니다. 영화 속에서 두 주인공은 배우자로 인해 계속 궁지로 내몰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하죠. 어떤 이유에서건 다른 사람의 아이를 몰래 데리고 떠나는 것은 잘못된 행위이고, 직업적인 이유로 자신의 마음속 윤리와 상충되는 사람을 변호하는 것도 양심을 거역하는 행위입니다. 다행스러운 건, 두 주인공 모두 '엄마'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죠. 한국판과의 또 다른 차이는, 한국판이 주로 '한매(공효진 분)'의 모습을 부각시켰다면, 중국판은 리지에(李捷, 배우: 야오천)와 쑨팡(孙芳, 배우: 마이리) 모두를 부각시켰다는 점입니다.


영화에서 눈 여겨볼 배우는 쑨팡의 조력자로 나오는 장보(张博) 역을 맡은 배우 우하오천(吴昊宸, 오호신)입니다. <환락송(欢乐颂)>에서 치우잉잉(邱莹莹, 배우: 양즈)의 우유부단한 남자 친구로 나왔던 배우인데, 여기서는 불량스럽고 지하세계에서 살지만 그 나름의 인정이 있는 남자로 나오죠. 깡마르고 어려 보이는 배우인데 영화에서 나름대로 연기 변신을 좀 했습니다.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마이리(马伊琍)와 우하오천(吴昊宸)


원작인 한국판과는 달리 다소 중국적인 디테일이 있지만 또 그 나름의 매력이 있는 영화 <조도니(找到你)>. 영화 속 아이를 되찾은 주인공 리지에(李捷, 배우: 야오천)가 한 독백이 인상적이라 위챗 리뷰에는 그 말을 적어두었네요. 그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아이를 낳는다는 것,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일이다. 다른 사람의 생명으로 자신을 완벽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랑이 가장 위대하다고들 하지만, 사실 어머니의 아이에 대한 사랑도 결국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감사의 인사를 들어야 할 사람은 결국 아이다. 아이가 부모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여자에게 갖는 기대치는 너무도 높다. 당신이 만약 워킹맘이 되기를 선택했다면, 누군가는 당신이 가정을 돌보지도 않는다고, 엄마로서 실격이라고 한다. 만약 당신이 전업주부를 선택한다면, 또 누군가는 당신에게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여성으로서의 본분이니 직업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열심히 일을 했기에 나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 것이고, 아이가 생겼기 때문에 나는 생명의 의의를 이해할 수 있었고, 또 잔혹한 현실을 직시할 용기가 생긴 것이다." 야오천(姚晨) 연기 대박! 불쌍한 사람이라고 사실 '악'이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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