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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Jan 08. 2021

일절도호 (一切都好)

Everybody's Fine


■ 원어 제목: 일절도호 (一切都好, 이치에또우하오)

■ 영어 제목: Everybody's Fine

■ 장르 : 드라마 / 가정

■ 년도 : 2016

■ 감독 : 张猛

■ 주요 배우 : 张国立,姚晨,窦骁,陈赫,叶一云,张译,张歆艺,周冬雨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2016년 1월 1일 원단(元旦)에 개봉했던 허쑤이피엔(贺岁片), <일절도호(一切都好)>입니다. 제목을 직역하면 '다~ 괜찮습니다'라는 뜻인데, 혹시 매거진의 다른 리뷰를 좀 보셨던 분이라면 생각나는 드라마가 하나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정호(都挺好)>와 제목이 비슷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는 이 영화가 <도정호(都挺好)>의 영화 버전이라고도 합니다만, 사실 뭐 제작연도로 치면 영화가 더 먼저니까 그다지 적절한 별칭은 아닌 듯합니다.


영화는 1990년 이탈리아 영화 <모두 잘 지내고 있다오(Everybody's Fine, 중문 제목: 天伦之旅)>를 리메이크하였습니다. 순서로 치면 먼저 미국에서 이 영화를 2009년에 리메이크한 후, 2016년에 중국에서 중국적 요소들을 반영하여 새로 만들었다고 봐야겠습니다. 그래서 중국판의 영어 제목은 원작과 같이 'Everybody's Fine'입니다. 한국에는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처음엔 <관즈궈 씨의 기억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던 것 같은데 현재 기준으로는 영문 제목인 <Everybody's Fine>으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는 자식 사 남매가 모두 독립해 떠나간 후 배우자와도 사별한 아버지 관즈궈(管治国, 배우: 장궈리)가 각지에 흩어져 사는 자식들을 하나하나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말에 원래 가족모임으로 집에 오기로 했던 자식들이 못 오게 되는 것이 계기가 되었죠. 하나같이 일이 너무 바쁘고, 하는 일이 너무 잘 되고 있어서 못 온다고 하니, 새로 맞춘 집 열쇠도 건네줄 겸, 다들 진짜 잘(Fine) 살고 있는지 확인도 할 겸, 관즈궈씨는 천진, 항주, 상해, 마카오에 이르는 아주 긴~ 여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가끔 부모님이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면 보통 어떻게들 대답하시나요? 제 경우를 돌이켜보면, 유치원, 초등학교 다닐 때야 짝꿍이 뭘 어쨌는지, 담임 선생님이 뭐라고 했는지 미주알고주알 털어놓곤 했지만, 막상 중학교 이후만 되어도 내 주변에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곧이곧대로 잘 말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좋은 일이라면 말했을지도 모르지만, 나쁜 일이라면 잘 말하지 않았죠.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안부 전화가 오면 '잘 지낸다', '아무 문제없다'라고 말하는 것이 일상이죠. 하나하나 말씀드리기에는 부가적으로 배경 설명해야 할 것도 너무 많거니와, 괜히 한 마디 했다가 걱정시켜드릴까 우려되는 것도 있고요.


중국은 아예 이런 상황에 쓸 수 있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빠오씨부빠오요우(报喜不报忧)라는 말이 그것이죠. 좋은 일만 전하고, 나쁘거나 걱정시킬 수 있는 내용은 말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가족 간에 좋은 일만 전하는 상황에서도 쓸 수 있고, 언론에서, 혹은 정부가 좋은 소식만 대중들에게 공개하고 나쁜 소식은 공개하지 않을 때에도 쓸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잘 한 점만 보고하고 잘 되지 않은 점은 보고하지 않을 때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관즈궈씨는 자식들 한 명 한 명을 방문하면서 아이들이 부모 걱정 끼칠까 봐 늘 "잘 지내고 일도 너무 순조로워요"라고 말해왔던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본인도 죽은 배우자에게 '아이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다'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죠. 영화는 가족 구성원 간의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상황을 모면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실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사랑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1월 1일, 새해 첫날에 상영하기 딱 알맞은 가족 영화죠.


영화 속 아버지가 대표하는 건 독거노인(空巢老人)입니다. 본인도 이미 은퇴를 했고, 가족도, 배우자도 모두 떠나가 혼자 집을 지키고 살아야 하는 장년층/노년층을 일컫는 말이죠. 중국어로는 빈 둥지를 지키고 있는 노인(空巢老人)이라고 합니다. 아버지가 자식 한 명 한 명을 찾아가 새로 맞춘 고향집의 열쇠를 건네는 것은, 자식들에게 '너희들에겐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집이 있단다'라는 말을 은유적으로 하는 것과 같죠.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이 그만큼 비어 있다는 말을 돌려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알아두셔야 할 점은, 중국의 독거노인은 한국인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경제적으로 쪼들리거나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을 보면, 현역 시절 지질 연구자로 일했었고, 살고 있는 집도 북경 백탑사(白塔寺) 근처의 사합원(四合院, 중국 북경 쪽 전통 가옥)이죠. 백탑사 근처면 북경에서도 2환 안쪽이니까, 한국으로 치면 종로 어디에 단독주택 사는 것이나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뭐 어찌 보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자식 넷을 잘 키워낸 것일지도 모르죠.


드라마 <도정호(都挺好)>가 가족 안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곪은 상처들이 드러나는 드라마라고 한다면,  영화는 아주 Soft하고, 세상 착합니다.   <도정호(都挺好)>라고 할까요? 막장 요소나 발암캐도 없고, 따뜻하고 온화합니다. 중국에서의 평점은 어째 그다지 높지 않지만, 제 개인적인 평점은 높게 줬습니다. ㅎㅎ 인물들의 속 마음이 한국적인 정서와도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또 영화 속에는 중국의 여러 도시들의 모습이 짤막짤막하게 등장합니다.  도시의 풍경, 주거 형태, 사람들의 모습 등을 보시는 재미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아버지가 사는 북경,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검무를 추는 아주머니들. 다음은 작은 아들이 살던 천진. 다음은 태호(太湖)의 모습이 나오는 큰 딸의 집 항주. 다음은 택시기사의 사투리, 구식 주택에서 바라본 동방명주가 등장하는 큰 아들의 집 상해. 마지막으로 쁘띠 베니스가 인상적인 작은 딸의 집 마카오까지. 영화를 보고 나면 관즈궈 씨와 함께 중국 곳곳을 여행한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배우들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겠네요. 아버지를 맡은 배우 장궈리(张国立, 장국립)는 배우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나올 정도의 '선생님'급 경력이고, 큰 딸 야오천(姚晨, 요신)은 이미 매거진에서 몇 번 소개된 적이 있는 배우죠. 작은 아들 천허(陈赫)는 <동물관리국(动物管理局)>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고요. 그 외에도 중간중간 카메오로 등장하는 배우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첫째 딸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배우 장이(张译, 장역)는 우정출연으로 잠깐 나오는데도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고, 항주에서 상해까지 가는 택시를 함께 타게 된 여자는 배우 저우동위(周冬雨, 주동우)죠. 여기서 아버지는 영화 주제를 드러내는 한 마디를 합니다.


在一块待着呢,烦。分开了又想。

(애들이랑은) 같이 있을 땐 좀 귀찮아도, 떨어지면 보고 싶단다.


예고편에서의 저우동위(周冬雨)


따뜻하고 온화한 '단 맛 <도정호>', 영화 <일개도호(一切都好)> 리뷰를 여기서 마칩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TSC 문제: 가족 간에는 비밀이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영화 속에 답이 있다. "걱정시키느니 숨기는 게 낫지 않나요?" 이 영화는 비록 <도정호(都挺好)>의 영화판이라고 불리지만, 내 생각엔 <도정호(都挺好)>보다 나은 것 같다. 억지스럽지도 않고, 또 모든 가정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서술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족에게 보통 좋은 일만 말하지 나쁜 일은 잘 말하지 않는데, 이렇게 하는 게 꼭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모든 것이 좋은 뜻에서 나온 행동임을 알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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