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body's Fine
■ 원어 제목: 일절도호 (一切都好, 이치에또우하오)
■ 영어 제목: Everybody's Fine
■ 장르 : 드라마 / 가정
■ 년도 : 2016
■ 감독 : 张猛
■ 주요 배우 : 张国立,姚晨,窦骁,陈赫,叶一云,张译,张歆艺,周冬雨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2016년 1월 1일 원단(元旦)에 개봉했던 허쑤이피엔(贺岁片), <일절도호(一切都好)>입니다. 제목을 직역하면 '다~ 괜찮습니다'라는 뜻인데, 혹시 매거진의 다른 리뷰를 좀 보셨던 분이라면 생각나는 드라마가 하나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도정호(都挺好)>와 제목이 비슷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는 이 영화가 <도정호(都挺好)>의 영화 버전이라고도 합니다만, 사실 뭐 제작연도로 치면 영화가 더 먼저니까 그다지 적절한 별칭은 아닌 듯합니다.
영화는 1990년 이탈리아 영화 <모두 잘 지내고 있다오(Everybody's Fine, 중문 제목: 天伦之旅)>를 리메이크하였습니다. 순서로 치면 먼저 미국에서 이 영화를 2009년에 리메이크한 후, 2016년에 중국에서 중국적 요소들을 반영하여 새로 만들었다고 봐야겠습니다. 그래서 중국판의 영어 제목은 원작과 같이 'Everybody's Fine'입니다. 한국에는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처음엔 <관즈궈 씨의 기억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던 것 같은데 현재 기준으로는 영문 제목인 <Everybody's Fine>으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는 자식 사 남매가 모두 독립해 떠나간 후 배우자와도 사별한 아버지 관즈궈(管治国, 배우: 장궈리)가 각지에 흩어져 사는 자식들을 하나하나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말에 원래 가족모임으로 집에 오기로 했던 자식들이 못 오게 되는 것이 계기가 되었죠. 하나같이 일이 너무 바쁘고, 하는 일이 너무 잘 되고 있어서 못 온다고 하니, 새로 맞춘 집 열쇠도 건네줄 겸, 다들 진짜 잘(Fine) 살고 있는지 확인도 할 겸, 관즈궈씨는 천진, 항주, 상해, 마카오에 이르는 아주 긴~ 여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가끔 부모님이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면 보통 어떻게들 대답하시나요? 제 경우를 돌이켜보면, 유치원, 초등학교 다닐 때야 짝꿍이 뭘 어쨌는지, 담임 선생님이 뭐라고 했는지 미주알고주알 털어놓곤 했지만, 막상 중학교 이후만 되어도 내 주변에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곧이곧대로 잘 말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좋은 일이라면 말했을지도 모르지만, 나쁜 일이라면 잘 말하지 않았죠.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안부 전화가 오면 '잘 지낸다', '아무 문제없다'라고 말하는 것이 일상이죠. 하나하나 말씀드리기에는 부가적으로 배경 설명해야 할 것도 너무 많거니와, 괜히 한 마디 했다가 걱정시켜드릴까 우려되는 것도 있고요.
중국은 아예 이런 상황에 쓸 수 있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빠오씨부빠오요우(报喜不报忧)라는 말이 그것이죠. 좋은 일만 전하고, 나쁘거나 걱정시킬 수 있는 내용은 말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가족 간에 좋은 일만 전하는 상황에서도 쓸 수 있고, 언론에서, 혹은 정부가 좋은 소식만 대중들에게 공개하고 나쁜 소식은 공개하지 않을 때에도 쓸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잘 한 점만 보고하고 잘 되지 않은 점은 보고하지 않을 때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관즈궈씨는 자식들 한 명 한 명을 방문하면서 아이들이 부모 걱정 끼칠까 봐 늘 "잘 지내고 일도 너무 순조로워요"라고 말해왔던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본인도 죽은 배우자에게 '아이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다'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죠. 영화는 가족 구성원 간의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상황을 모면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실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사랑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1월 1일, 새해 첫날에 상영하기 딱 알맞은 가족 영화죠.
영화 속 아버지가 대표하는 건 독거노인(空巢老人)입니다. 본인도 이미 은퇴를 했고, 가족도, 배우자도 모두 떠나가 혼자 집을 지키고 살아야 하는 장년층/노년층을 일컫는 말이죠. 중국어로는 빈 둥지를 지키고 있는 노인(空巢老人)이라고 합니다. 아버지가 자식 한 명 한 명을 찾아가 새로 맞춘 고향집의 열쇠를 건네는 것은, 자식들에게 '너희들에겐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집이 있단다'라는 말을 은유적으로 하는 것과 같죠.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이 그만큼 비어 있다는 말을 돌려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알아두셔야 할 점은, 중국의 독거노인은 한국인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경제적으로 쪼들리거나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을 보면, 현역 시절 지질 연구자로 일했었고, 살고 있는 집도 북경 백탑사(白塔寺) 근처의 사합원(四合院, 중국 북경 쪽 전통 가옥)이죠. 백탑사 근처면 북경에서도 2환 안쪽이니까, 한국으로 치면 종로 어디에 단독주택 사는 것이나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뭐 어찌 보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자식 넷을 잘 키워낸 것일지도 모르죠.
드라마 <도정호(都挺好)>가 가족 안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곪은 상처들이 드러나는 드라마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아주 Soft하고, 세상 착합니다. 단 맛 <도정호(都挺好)>라고 할까요? 막장 요소나 발암캐도 없고, 따뜻하고 온화합니다. 중국에서의 평점은 어째 그다지 높지 않지만, 제 개인적인 평점은 높게 줬습니다. ㅎㅎ 인물들의 속 마음이 한국적인 정서와도 어느 정도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또 영화 속에는 중국의 여러 도시들의 모습이 짤막짤막하게 등장합니다. 각 도시의 풍경, 주거 형태, 사람들의 모습 등을 보시는 재미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아버지가 사는 북경,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검무를 추는 아주머니들. 다음은 작은 아들이 살던 천진. 다음은 태호(太湖)의 모습이 나오는 큰 딸의 집 항주. 다음은 택시기사의 사투리, 구식 주택에서 바라본 동방명주가 등장하는 큰 아들의 집 상해. 마지막으로 쁘띠 베니스가 인상적인 작은 딸의 집 마카오까지. 영화를 보고 나면 관즈궈 씨와 함께 중국 곳곳을 여행한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배우들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겠네요. 아버지를 맡은 배우 장궈리(张国立, 장국립)는 배우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나올 정도의 '선생님'급 경력이고, 큰 딸 야오천(姚晨, 요신)은 이미 매거진에서 몇 번 소개된 적이 있는 배우죠. 작은 아들 천허(陈赫)는 <동물관리국(动物管理局)>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고요. 그 외에도 중간중간 카메오로 등장하는 배우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첫째 딸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배우 장이(张译, 장역)는 우정출연으로 잠깐 나오는데도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고, 항주에서 상해까지 가는 택시를 함께 타게 된 여자는 배우 저우동위(周冬雨, 주동우)죠. 여기서 아버지는 영화 주제를 드러내는 한 마디를 합니다.
在一块待着呢,烦。分开了又想。
(애들이랑은) 같이 있을 땐 좀 귀찮아도, 떨어지면 보고 싶단다.
따뜻하고 온화한 '단 맛 <도정호>', 영화 <일개도호(一切都好)> 리뷰를 여기서 마칩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TSC 문제: 가족 간에는 비밀이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영화 속에 답이 있다. "걱정시키느니 숨기는 게 낫지 않나요?" 이 영화는 비록 <도정호(都挺好)>의 영화판이라고 불리지만, 내 생각엔 <도정호(都挺好)>보다 나은 것 같다. 억지스럽지도 않고, 또 모든 가정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서술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족에게 보통 좋은 일만 말하지 나쁜 일은 잘 말하지 않는데, 이렇게 하는 게 꼭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모든 것이 좋은 뜻에서 나온 행동임을 알아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