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월 18일

꼭 29번의 잠 - 21 로마 포르타디로마+천국의계단교회+복습시작+마지막

by 윤에이치제이

꼭 20번의 잠, 로마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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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Italy 초콜릿을 두 개 샀다

당 충전을 위한 밀크 초콜릿 하나 원래 좋아하는 72% 다크 초콜릿 하나

피아몬떼에서 생산된 꽤 유명한 초콜릿이라는 건 사고 알았다

로마에서 (물론 다른 유럽 여행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군것질을 자주 하게 되고 밀가루가 주식인 식사를 주로 하고 있어서

인식의 나는 괜찮은데 내 장기들도 같은 생각일까 궁금하다

이번 모든 여행을 합치면 80일, 두 달이 넘는 기간인데

고작 이 기간이 내 생애를 통해 축적된 내 몸의 데이터를 망가뜨리는 건 아니겠지

어릴 때는 하지 않았던 걱정을 이제는 하고 있다 그래도

유럽으로 여행 올 때는 언제나 한 달 이상을 체류하곤 했는데

한국에서 어떤 양념이나 음식을 챙겨 오지 않고도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는

식성 때문에 여행이 늘 편하긴 하다 지금도 속은 어떨지 몰라도

먹는 문제에 대해 까탈스러운 것 없이 잘 먹고 잘 지내고 있다





오늘은 별 것 없이 보내는 하루를 계획한다

그래서 오전엔 (우리나라로 치면 코엑스몰과 같은) 대형 쇼핑몰을 간다

낯선 문화를 공유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역사 말고 일상에 좀 더 근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떼르미니 역에서 38번 버스를 타고 종점 3 정거장 전


Porta di Roma

영화관 푸드코드 대형 마트 음반 매장 다양한 브랜드 매장이 다 모여 있다

이곳의 유명한 Alice 피자 가게는 줄이 길고 좌석은 북적거려 혼자서

자리 차지하고 태연하게 먹는 건 상상으로도 가능할 것 같지 않아 대신

기념이 될 만한 파스타를 종류별로 구입하고 먹을거리를 좀 샀다

본격적으로 쇼핑몰 구경에 나섰을 때에는 역시

제일 눈에 띄고 욕구가 생기는 건 가죽 가방이었다

하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풍경 속을 걷는 건 한 나절도 거뜬하면서

어쨌든 실내인 이곳은 갑갑하고 금방 흥미가 떨어진다

일상을 경험하겠다는 의지는 1시간이 최선이었다


Trieste

오는 버스 안에서 보고 찜해 두었던 동네를 버스를 타고 되돌아간다

역시 이 편이 나에겐 즐겁고 숨이 쉬어진다

특별히 봐야 할 게 있는 건 아니고 이마저 그냥 일상의 경험이다

어느 동네의 어느 풍경 어느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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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복습의 시간이 시작된다

잠이 오지 않는 어느 밤에 나머지 시간 동안 새로이 가야 할 곳과

떠나기 전에 한 번은 더 가고 싶은 곳 리스트를 작성해 두었다

그리고 떠나기 10일 전인 오늘부터 일정에 넣어 둔 그곳들을 꼭 다시 갈 생각이다


베네치아 광장으로 가는 60번 버스를 타고 로마 중심으로 돌아온다

왔던 곳이지만 오늘의 하늘과 구름이 너무 예뻐서 같은 구도로 찍은 사진도

완전히 다른 멋짐으로 가슴에 꽂힌다 아름다운 것은 매일 아름답구나


천국의 계단 교회 Scala Coeli

계단에 앉아 여유를 즐겼던 첫 만남의 시간을 지나 오늘은

계단 끝까지 올라 교회 안으로 들어간다

이곳은 사도 바울이 갇혔던 곳으로 지하에 감옥이 보존되어 있고

1만여 명의 순교자들을 함께 기리기 위해 천국의 계단 교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번 여행의 모토가 슬렁슬렁 다니는 것이었지만 역시

슬렁슬렁이 까딱하면 빠뜨리고야 마는 것들이 생겨나 나머지의 시간들 중

떠나기 전 한 번 더, 라는 생각으로 돌아보는 모든 곳들은

그런 아쉬움이 생기지 않게 좀 더 눈여겨봐야겠다


Piazza del Campidoglio

깜피돌리오의 미켈란젤로 계단과 바닥을 지나고

포로 로마노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오른다

역시 좋아하는 것은 자꾸만 더 좋아지고 자꾸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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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도서관

노트북 딱 하나 가지고 들어가 지정석에 앉아

안내방송이 나올 때까지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또 한다

이 시간이 다시 올까 싶다 어쩌면 도서관 방문증은 오늘까지만

그 기능을 충실히 한 후 기념품이 될 것 같다


pm 6:45경 퇴실 안내 방송을 듣고 사물함의 물건을 챙겨 나올 때까지

의식적으로 서둘렀다 뭐에 쫓기는 사람처럼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마음과는 달리 몸이 날쌔게 움직이고 있었다

두렵거나 피하고 싶은 건 어떤 마음에서였을까

트램을 타고 돌아오는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않은 건 스스로도 좀

지나친 행동이었던가 싶다


+


오늘은 식욕 부진의 날이었다 하루 종일 오전에 산 초콜릿 1/2을 먹은 게 다다

그런데 배가 고프거나 뭘 먹어야겠다는 의무감이 전혀 없었다

원인을 알거나 모르거나 이유가 있거나 없거나

삶을 살다 보면 한 번씩 찾아드는 본능적인 의욕이 꺾이는 어떤 날이

한 장소에서 길게 체류 중인 이곳에서도 찾아온 날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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