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ㆍ
잘 가요
2025.12. 31. 서쪽 하늘을 향해 작별의 인사를 건넸다 아쉬움이 없을 리는 없지만 보내는 마음의 표정이 서럽지 않고 돌아서는 발치에 걸린 미련이 무겁지 않다 언젠가부터 아주 특별한 것을 남기지 못한 한 해에 대해서 괴로워하고 자책하는 마음을 착착 접어버리거나 과감하게 구겨버렸다
하릴없이 빠르게 흐르는 시간에 관하여 조바심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의미를 찾으려고 마음먹으면 사소한 무엇에서든 소중함의 조각들을 찾아낼 수 있으니까
ㆍ
ㆍ
어서 와요
2026.1.1. 동쪽 하늘을 향해 덜 깨어 부신 눈으로 반가움의 인사를 건넸다 그것 말고는 어제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달라져서 좋을 것도 없다 해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떠오르는 해는 변함이 없고 나도 그렇고 나의 일상도 그랬다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일 뿐이다 어제도 해가 뜨고 지고 오늘도 해가 뜨고 질 것이니까 유난 떨 것 없이 지내자고 했지만 이미 낯선 곳에서 떠나보낸 해와 맞이하는 해로부터 유난스러운 마음이 된다 그래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어제와 오늘이 그저 나의 일상인 것도 자연스럽게 흐르는 생활로서의 삶인 것도 안심이 된다 별일 없으면 그걸로 좋다 그렇지만
기어코 한 가지 바라게 되는 것은 나도 누구라도 무탈한 것 그것 하나만 바랄 뿐 알고 보면 가장 크고 큰 소망
ㆍ
ㆍ
(+)
그리고 새해 다음날 오늘 2026.1.2. 생일을 맞았다 날짜상으로 진짜 꽉 채운 n번째 삶을 말하자면 그게 오늘이다
대체로 올해의 생일 축하를 아이러니하게 지난해에 받거나 새해 첫날 인사를 겸해 미리 받았다 한 해가 시작되자마자 서둘러 태어났으니 늘 반복되는 상황이다 사실 어릴 때는 하필 겨울 방학 중이라거나 혹은 새해 첫날 분위기에 교묘히 묻혀 버리기도 해서 삐딱해진 마음을 얼굴에 한껏 드러냈었다 나이를 먹고 보니 지금은 오히려 생일을 챙겨 받는 게 오글거린다는 말은 진심이다 무엇보다 누군가와의 통화 중에 툭 튀어나온 말은 본심이고 진심 중의 진심이었다
어쩌면 이제는 죽을 날이 더 가깝고 잘 죽는 게 중요한데 태어난 날 기념하는 게 뭐가 그리 대수냐고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모성과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된 운명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지만 그걸 매해 축하하는 게 어린아이 적처럼 간절하지 않아서 서러움의 크기도 서운함의 모양도 왜소해졌다
ㆍ
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