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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러 날이 아닌 겨우 하루 일을 얘기할 뿐입니다 그리고요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는 더 이상 어색하지 않게 된 한 인간 친구의 옆집에 사는 강아지입니다 개 아니고 강아지 맞습니다 요즘 살이 좀 쪘고 덩치가 커졌지만 저는 네 살이에요
다들 아시다시피 눈이 내리고 심지어 눈이 이렇게 예쁘게 쌓인 흔치 않은 날을 저는 무척 좋아합니다 그러니 이런 날 어떻게 집에만 있을 수 있겠어요 크고 작은 평평한 곳 어디든 하얗고 폭신폭신한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데 이 멋진 광경을 어떻게 그냥 눈으로 보고만 있겠어요 하얀 눈 위를 살포시 밟기도 신나게 뛰기도 하면서 이 순간을 만끽해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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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옆집 친구도 그 마음이 저랑 같았나 봅니다 새벽 내내 내려서 쌓인 눈 위에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한껏 설레어 있는 모습을 보았거든요 그래서 우리 같이 얼른 나가보자고 보기만 하지 말고 마당만 거닐지 말고 좀 더 멀리 가보자고 당장 당장 지금 당장 이어야 한다고 펄쩍펄쩍 뛰며 재촉했지요 눈이 온 우리 마을 풍경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자랑하고 싶기도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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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그래서 흔쾌히 따라나선 나의 인간 친구와 함께 거닐었던 눈이 내린 그날의 풍경을 당신께도 이렇게 보여 드릴 수 있네요 어떤가요 부러운가요 아니면 당신도 이곳과 다르지 않은 그날의 눈 속을 거닐었나요 충분히 설레고 행복했나요 그렇다면 이곳이 아니고 저와의 동행이 아니었더라도 우리는 같은 마음을 느꼈을 테죠 참 다행입니다 그날의 당신도 좋았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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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아지의 옆집 인간 친구도 한마디 합니다
요즘 이 아이는 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건너와 마당을 어슬렁거린다 그게 한 달 전쯤부터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횟수가 쑥쑥 늘었고 머무는 시간이 쭉쭉 늘었다 오늘은 심지어 몇 시간을 머물며 마당을 제 집 제 안방처럼 차지하고 누워 잠을 청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가끔씩 그런 생각을 했었다 소리에 민감한 아이는 조그마한 바스락 거림에도 위협을 느껴 밤이고 새벽이고 짖어대며 위험으로부터 무엇을 지켜내려 애를 쓰는데 저러자면 대체 언제 저러자면 대체 얼마나 편한 잠을 잘 수 있을까
그래서 산책을 할까 싶은 기대로 나를 기다리며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내 안쓰러웠다 그러니 오늘처럼 저렇게 편안하게 스러져 내가 내는 웬만한 소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자장가 삼아 미동도 없이 잠들어 있는 모습에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저렇게라도 따뜻한 햇살 아래서 푹 쉬고 꿈꾸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너 이제 그렇게 자리를 튼 거니 이곳에 아예 네 낮잠자리를 마련한 거니 그런 생각이 안쓰러움 다음으로 안심 다음으로 떠오르며 웃음이 터져서 그 모습을 고이 남겨 두었다
어쨌든 우리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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