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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주신 겨울 무와 당근이 달다 마을 운영회에서 맛있는 점심을 사주셨다 빌려온 책 중 두 권이 무척 마음에 든다 읍내에 나간 날 자주 지나는 작은 전시관에서 새로운 전시가 시작돼 아름다운 작품들을 보게 됐다 아끼던 그릇 세트의 컵을 깨 먹었다
일희희희희 일비
4 : 1 승리면 제법 훌륭한 승리 아닌가 쾌재 좀 불러도 좋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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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희일비 一喜一悲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슬퍼하다는 뜻으로 작은 변화에 감정이 쉽게 흔들리는 상태를 가리킨다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말로 많이 쓰인다 작은 부침에 좌우되지 말고 평정심을 지키라는 가르침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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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창에 단어를 치면 이제는 어학사전을 찾을 필요도 없이 AI가 친절하게 알려 준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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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일희일비라는 그 말은 일상 중에 하루 기쁜 날도 있고 하루 슬픈 날도 있고 그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시간과 함께 흘러가며 살면 되지 않겠냐는 그런 의미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일희일비가 아니라 일희희희희 일비로 산다 그건 얼마나 아름다운 일상인가 살면서 슬픈 일이 없을 수가 있나 기운 빠지는 일이 생기지 않은 적이 있나 머피의 법칙은 나에게만 적용되는 것 같고 하필이면, 이란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게 사는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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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쨍하고 하늘이 파랗고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바람이 쉬익 쉬익 소리를 내고 아침에 새 지저귀고 나무숲이 비처럼 울며 춤추고 달이 휘영청 밝고 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그런 것들이 다 삶을 기쁘게 하는 것들이라 이곳에서의 일상에 슬픔보다 기쁨이 많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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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낮의 구름이 가장 달뜨고
일출과 일몰은 일란성과 이란성 어느 사이 쌍둥이 같고
구름이 흐르는데 달이 떠가는 것 같은 밤은 바람의 장난이고
이렇게 변화무쌍한 하늘만 보고 있어도 희희희희 웃음 나는 날들의 연속인데 하루쯤 비가 내리고 하루쯤 바람이 세차고 하루쯤 오들오들 떨고 하루쯤 낙심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어떤가 기쁜 날이 네 배 많은데 어떻게 행복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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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 관두고 너나없이 시골집에 살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내가 이곳에서 기쁨의 폭이 훨씬 커진 이유는 단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 때문이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과 주위를 살필 수 있는 여유를 찾으면서 얻은 평안과 안정감 때문이다 그러니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그것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렇다면 마냥 슬픔에 갇혀 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젊음이 그렇듯 팔팔한 그때의 기운을 믿고 채찍을 휘두르며 무작정 달렸었다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그 시절을 몽땅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보지 않고 심정을 헤아리지도 못한 채 젊음을 과시하며 함부로 나를 혹사시킨 그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반려견(내게 소중한 일)에 목줄을 매고 산책을 나왔는데 여유 있게 산책을 즐기지 못하고 목줄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 달리는 반려견에 질질 끌려다니며 미친 듯이 달리고 숨이 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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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바뀌고 세대가 바뀌어서 우리는 우리가 모르던 슬픔의 병명을 알게 되었고 신체의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이 건강한 것이 너무도 중요하여 그것을 잘 치유하고 지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걸 알지 못했을 때에는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나는 지금 시골집에 살면서 내 몸의 중요한 사이클이 거의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음을 느낀다 스스로를 많이 들여다보고 나에 대해서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수확이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 지내니 일희희희희 일비가 된 것이다 그러니
시골집에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열심히 일을 하든 도시에 살든 조금 나태하게 지내든 시골에 살든 나를 잘 들여다보고 나를 잘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희희희희 더 많이 웃고 더 기뻐하며 내 삶을 행복과 감사함으로 가득 채울 수 있지 않을까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지 않을까
나는 AI가 아니라서 정확한 데이터에 입각해 모두가 인정할 만한 최상의 결론을 도출할 순 없지만 나의 그릇된 경험을 지나 올바른 일상을 찾아냈다는 것에서 그냥 한마디 보탤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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