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2월 4일

꼭 29번의 크리스마스 - 4 드레스덴

by 윤에이치제이

꼭 4번의 잠, 첫 번째 도시에서의 네 번째 크리스마스





하루가 더 지났고 두통이 더 심해졌다

종교 없는 친구는 일요일 예배를 가고 (나도 가고 싶었건만)

나는 약을 2알 삼키고 눕는다 잠시 각자의 시간에 소속된다


am11시가 다 된 시간까지 누워있다니!

두통이 잦아들자 지나버린 오전 시간을 만회하고 싶은 열망이 굴뚝 가득 차올랐다

먼저 외출했던 친구의 문자를 받고 냉큼 옷을 걸쳤다 두껍게 껴입고 꼼꼼히 여몄다


드레스덴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가 걸을 또 다른 길은 쇼핑을 위한 길이다

쯔빙거 궁전을 낀 오늘의 이 일정은 이것저것 놓치기 싫은 여행자에겐 실속 없는 시간일 수 있다

나도 그런 쪽이지만 함께인 여행에서 때로는 고집을 놓아야 하는 때도 있다


기차역을 기준으로 혹은 구시가지 입구를 기준으로 어디가 동쪽인지 어디가 북쪽인지

방향치 길치인 이들이 그걸 제대로 알 리 없지만 어쨌든

구시가지 크리스마스 마켓의 (마켓은 구시가지 전체가 아니라 구간이 정해져 있다)

동서남북으로 새로운 구역들과 수많은 길들이 있고 그중에는 여전히 우리가 가지 않은

지금 우리 사는 곳과도 별반 다르지 않은 세련된 길들이 있다

그곳을 쉬엄쉬엄 걸으며 2주의 시간이 전부인 친구는 물건을 담고

80여 일의 시간이 여유로운 나는 풍경을 담는다


묵직한 양손을 비우고 다시 목격되지 않은 길들을 찾아 나서기 위해 잠깐 숙소에 들렀다

이제 이곳에서의 아늑한 시간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니 아쉬움이 밀려들어

애정 깃든 테이블 앞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다 최고 최상의 수준은 아니었어도

제법 괜찮았던 긴 여행의 첫 숙소 이후, 또한 친구와 동행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는 조금 불편함을 감수한 잠을 청하게 될 것이다

긴 시간의 행복한 방랑을 위해서는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어떤 부분이 존재하니까


충분한 휴식 후 드레스덴에서의 마지막 만찬(?)의 여정을 나서기 전 각오를 다진다 왜냐면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기로 한 가게를 찾아 나서는 건 꽤 쉽지 않은 미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없이 특별한 12월엔 늘 로컬들로 가득 차 있을, 유명한 로컬 슈니첼 맛집에서의

식사를 계획했다 그리고 예상된 각본대로 어김없이 길을 헤맸다

여느 때보다 좀 더 심각하게 1시간가량을 헤매고 헤매고 또 헤맸다


도시가 큰 것도 아닌데 처음 가는 단순한 길들은 낯선 걸음 앞에서 제멋대로 복잡해진다

하지만 간절히 찾는 이에게 길을 보여주시나니.. 인적 드문 길에서 겨우 붙잡은 한 사람은 기적처럼

출근길의 이 슈니첼 맛집 가게 직원이었다 믿을 수 없다고? 당시의 우리조차 믿을 수 없을 만큼

이 우연은 제대로 놀라운 진실이다


초행길이라면 결코 쉬이 찾기 힘든 주거 지역의 골목 깊숙이 꽁꽁 숨겨진 가게 앞에

친절한 그(he) 덕분에 무사히 도착한 우리는 12월이므로 더욱더 감사한 마음으로

슈니첼 하나 비프 요리 하나 맥주 한 잔 콜라 한 잔을 주문했고

너무도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과 따뜻하고 감동적인 그곳의 분위기 덕에

드레스덴에서의 행복한 추억이 배로 더해졌고

다른 날이라면 길이 아닌 곳에 있었을 밤 10시경 우리는 느린 걸음으로

곧 이별을 앞둔 익숙해진 거리를 천천히 걸어 돌아왔다


이제 내일의 시간이 되면 우리는 두 번째 크리스마스 도시에 있을 것이다

이 도시를 떠나는 아쉬움과 그 도시를 만나는 셀렘이 반반

그래도 잠을 청할 수 있다 어쨌거나 아직은 우리의 크리스마스가 계속될 것이니까






가던 길을 벗어나면 또 다른 길이 나오고 그 길이 또 다른 공간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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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거기가 어딘지 잘 모르지만 모르는 거기가 거기 있어 좋다 - 쯔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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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동서남북은 몰라도 구시가지의 동서남북 모든 방향에 새로운 길이 자꾸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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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맛집을 찾아 로컬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짜릿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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