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9번의 크리스마스 - 19 장크트 길겐 >> 바트 고이세른
다섯 번째 크리스마스 도시에 가다 : 12월 19일 - 21일 바트 고이세른 (2박 3일)
꼭 19번의 잠, 다섯 번째 도시에서의 열아홉 번째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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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트라운의 예약은 결국 확정되지 않았다 할 수 없다
차선책으로 예약해 둔 바트 고이세른으로 간다
그렇다 해도 같은 잘츠 감머구트 지역이다
잘츠부르크를 시작으로
장크트 길겐, 장크트 볼프강, 오버트라운, 바트 고이세른, 할슈타트
잘츠 감머구트 지역 중 가려고 계획했던 곳 중 오버트라운은 제외됐지만 말이다
다만 할슈타트 역시 예약 확정인 상황이 아니라서 여차하면
바트 고이세른에서 더 오랜 시간 머물게 될 수도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내가 가려는 곳들이 유럽인들에게는 겨울에도 인기 지역인 이유로
혹은 동절기에 숙박을 쉬는 곳이 많은 이유로 예약이 쉽지만은 않다
어쨌든 지금 가는 곳은 바트 고이세른이다
12월 19일 memo
장크트 길겐 >> (포스트 버스 150) 바트이슐 >> (기차) 오버트라운 (할슈타트 1 정거장 후 하차)
(기차) 바트 고이세른 (할슈타트 2 정거장 전 하차)
(최종) 바트 고이세른 / 게스트하우스 뮬틀밀러 2박 3일, 현지 결제
+ 5박 6일 (할슈타트 예약 실패 시)
새벽 1시 즈음, 3시 즈음, 5시 즈음 주기적으로 깼다 아무래도
예고 없이 혹사시킨 몸이 회복하느라 용을 쓰는 것을 고스란히 느낀 밤 같다
결국 6시 즈음 일어나 2번에 걸쳐 짐 정리와 확인을 마치고 일찍 식사를 한다
어제 아침 식사 이후 이제야 챙겨 먹는 끼니라 천천히 충분히 잘 먹는다
밤새 눈이 내렸고 폭신한 하얀 이불을 덮은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작은 마을 풍경은
내가 정말 보고 싶었던 바로 그것이라 1시간 정도라도 다시 마을을 걷기로 한다
그러길 정말 잘했다 어제는 시련이 있었지만 오늘은 멋진 마지막 선물을 받는다
좋은 곳에 오면 가족 생각이 난다는데 정말 그랬다
잘츠 감머구트 지역 중 특히 장크트 길겐과 장크트 볼프강은 나중에
엄마와 꼭 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했다
눈이 온 쯔벨프호른을 보기에 딱 좋은 날, 케이블카가 열심히 매달려 가고 있다
오늘이었으면 더 좋을 뻔했다 아니다,
생에서 곱씹어보니 사로 가는 길목의 지난 고난이 추억이 되고 있고 그러니 괜찮다
나를 태우고 이곳에 왔던 150번 버스가 다시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가 줄 것이다
온통 눈이 덮힌 잘츠 감머구트 지역은 어느 곳이나 명장면이겠다
그래서 그중 한 곳인 바트 고이세른으로 가는 길이 벌써 기대로 부푼다
포스트 버스를 타고 기차를 한 번 더 갈아타는 동안 웃는 입모양이 내려가질 않는다
그리고 도착한 바트 고이세른 기차역
지금까지 본 어떤 기차역보다 역대급의 감동이 밀려온다
겨울의 산을 품은 기차역은 그냥 한 폭의 액자라는 오래 묵은 표현밖에 할 수가 없다
Bad Goisern
스키를 타러 온 게 아닌 여행자는 산자락 가까이 보다는 역에서 가까운
숙소를 예약했고 그 짧은 길을 걷는데 벌써
이 동네에 반해버렸다 겨울을 위해 존재하는 곳인 것 같았다
진짜 겨울의 한가운데 고립되어 있는 동화 속 느낌은 첫날에만 유효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다시 새로운 곳에서 들뜨고 만다
너무 들뜨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한 게 어제의 일이건만
아무것도 손대지 않았는데 하얀 눈 때문에 자꾸만 파란빛을 담는
사진도 괜찮다 손이 자유로울 적에 다시 또 찍으면 되니까
두 번 담아도 예쁜 풍경은 찍고 찍어도 좋으니까
젊은 부부이거나 연인이거나 친구일 남녀가 운영하는
이 게스트하우스는 싱글룸을 예약했지만 숙박비가 저렴하다
이 지역의 주택 특징처럼 나무로 지어 올린 게스트하우스는
운치가 있고 좋았다 게스트가 나 밖에 없는 것 같은 느낌도 좋았다
다인실 쪽은 가보지 않아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싱글룸은 제일 위층인 3층에 있었고 어쨌든 거기엔 내가 유일한 것 같았다
물론 저렴한 가격과 사진으로만 확인한 조건 때문에
실제로 방을 맞닥뜨렸을 때는 실망스러운 감정이 크게 밀려 들어왔다
아주 나쁘지는 않은데 지금까지의 숙소와 비교가 되니 그랬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추운 게 문제였다
제발 할슈타트에 뿌려놓은 예약 메일 중 하나라도 답장이 오기를
더욱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되었다
위로를 받기 위해 바로 밖으로 나왔다 생각대로
금세 기분은 복구되었고 이번에는 사랑스러운 감정이 쉴 새 없이 밀려 들어왔다
걷다가 반가운 장소를 발견한다 사랑스러운 이 동네는
제법 큰 마트가 있어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할 장을 본다
혼자가 되면서 레스토랑 문을 열기가 쉽지가 않아
매일을 멋진 식사를 위해 멋진 가게를 찾아 들어가 우아하게 앉아
칼로 썰거나 맥주를 들이켜는 일이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너무 가고 싶으면
정말 큰 용기를 내야 했다 그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혼자 밥을 먹는 건 멀리 온 여기서도 어려웠다
불빛이 하나 둘 풍경 속에 끼어들고 있다
눈이 만든 풍경에 드는 노란빛 혹은 주황빛이 또 은은하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날은 늘 그렇듯 좀 더 잘 쉬어야겠기에
숙소로 돌아온다 예약 메일에 답장이 와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하면서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정말 답메일을 받았다!! 서울에서부터 계속 요청했던, 그러나
오래 묵묵부답이던 곳에서 드디어 예약 확정 메일이 왔다
여행 중에는 감사한 일이 많이 생긴다 이 기운이 남은 여행에서도 계속되기를
여전히 추운 방 안에서 최대한 꽁꽁 싸매고 엎드려
또 가고 있는 하루를 정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