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서평] 딸이 책을 빌려왔다. 2편

일홍, 행복할 거야 이러도 되나 싶을 정도로

by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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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긍정적인 서평은 아닙니다. 이 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읽으셨거나, 좋은 감정이 있으신 분이 있다면 읽지 않는 것을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인어사냥 (2).png 손이 안 가서.. 겨.. 겨우 만듦..


저자 일홍

출판 부크럼

발행 2024년 7월 29일




아이에게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아이가 반짝이는 눈과 기대에 찬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엄마 내가 빌려준 책 어땠어~?”


아이의 물음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내가 누구던가!! 나는 어떤 것이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최고로 잘하는 이 집안의 일인자! and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진 자로서 콩으로 쑤어야 하는 메주를 왜 팥으로 쑤어야 하는지 왜! 쑬 수밖에 없는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바탕에 두고 화려한 언변으로 클라이언트를 홀리는 액티브 스킬(Active Skill. 스킬을 습득한 후 플레이어가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라 적고 눈치 또는 센스, 사회성 등등으로 읽는다.)을 획득하지 않았던가.. 는 개뿔.


"빌려 줘서 너무 잘 읽었어~ 하지만 책의 일부분은 엄마의 취향은 아니었어. 그래도 고마워."


지능과 다정함을 동시에 버리더라도, 취향에 대해서는 죽어도 타협 없는.. 원래의 패시브 스킬(Passive Skill /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 항상 효과가 발휘된 상태로 유지되는 기술이라 적고 타고 태어난 성향이라 읽는다.)이 나도 모르게 툭 튀어 아이와 나 사이를 데구르르르 굴러갔다.


"아.."


아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아- 를 듣자 나는 서부시대 쌍권총을 서로 마주 들고 방아쇠를 누가 먼저 당길 것인가를 눈치 싸움 중인 흡사 카우보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등 뒤에서는 식은땀과 함께 빠라빠라밤 바바밤. 하는 BGM이 동시에 흘러내린 것은 내 착각일까. 잠시 정적 후 아이는 들고 있던 책에 다시 고개를 파묻으면 말했다.


"그랬구나. 맞아 나도 책을 빌려다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빌려왔는데, 이해 안 되고 재미없는 책이 있지"


그 말을 하고 책에 고개를 파묻은 아이의 정수리에 대고 '맞아 너의 말 대로 책의 일 부분은 괜찮았고, 어떤 부분은 엄마의 가치관과 맞지 않았어. 하지만 빌려준 덕분에 너무 잘 읽었어.(선.. 선의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미안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다시 한번 더 말하자 다시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여준 아이는 '그럼 되었어'라는 표정으로 너무 쉽게 인정했다.


'모든 책이 다 나에게 맞을 수 없고, 다른 사람들이 잘 읽은 책이라 해서 나에게 무조건 좋을 수 없고, 다른 사람들이 별로라고 해서 그 책이 나에게도 별로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아이에게 던진 나의 도전장과 같은 말에 아이는 너무 쉽게 수긍하고 인정하며 내 보고서에 도장을 찍어줬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낳은 것인가.. 싶었지만, 그렇다. 이 책은 좋고 나쁨을 떠나 그. 냥. 단. 순. 히. 내 취향, 그러니까 나의 가치관에 맞지 않은 책이었다. 노래에도 취향을 타는 것처럼, 외모에도 취향이 있는 것처럼, '행복할 거야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라니... 사실 제목부터 내 취향이 아니었다.


취향이 아닌데 왜 꺼내 보았는가. 글도 그럴까? 싶어서였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게 베스트셀러라고? 힐링이 되는 책이라고? 내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나의 인류애가 박살 나 버린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내가 너무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것인가. 별별 생각이 다 들어 그냥 조용히 접었던 것인데 다시 돌고 돌아 내 손에 다시 온 이유가 있겠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는 식탁을 빙자한 나의 전용 원목 책상에 앉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나는 읽을 수 있다. 잘 읽을 수 있다. 명상까지 한 상태로 좋은 마음으로 때 묻지 않은 마음으로 심기 일전해 첫 장을 펼쳤다.


'행복은 불행을 이길 수밖에 없으니'


알고 있었지만, 다시 만난 제목을 보고 나의 명상도 소용없다는 듯. 처음 만났을 때 보다 더 격한 마음의 반응이 튀어나왔다. 나는 작가님이 어떠한 시간을 보냈고, 어떤 상황에 처해보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지를 모르므로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지 알지만, 뭔 머리에 꽃밭인 소리예요? 미쳤어요?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행복은 불행을 이길 수밖에 없으니' 망연히 제목을 곱씹었다.


나에게 있어 행복이란 것은 개인적이고, 행복에 대한 가치관은 저마다 다르기에 그 기준을 내가 세울 수 없고, 나의 잣대로 세워서는 안 되는 것이기도 하고. 불행이라는 단어 안에 불행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절망'이라는 챕터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절망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빠지는 속도가 더욱더 빨라지는 늪과 같아 행복이란 저 작디작은 단어들을 손쉽게 짓밟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책을 읽다 말고 이 작가님에 대해 찾아보았다.


https://brunch.co.kr/@bookrumbrunch/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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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내에 부크럼 출판사가 있었다. 작가님의 인터뷰를 읽었다. 작가님이 제목을 정하며 제목에 대한 걱정이 있었음을 적어 두었고 개인적으로 제목과 글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행복을 강요하는 기분이라기보다 내가 느낀 감정은 '행복에 대한 강박'이었다.


어떤 상황에서건

어떤 상황에 처해도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

작가님의 프롤로그에서 이런 말이 있다.



우리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애쓰곤 한다. 지금 버티면 나중에 행복할 거야.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해야지. 숱한 애씀이 훗날을 위한 버팀에 불과하다.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과거와 미래에 대한 집념을 놓지 못한다. 과거와 미래는 기억과 상상 속에만 있을 뿐, 우리가 존재하는 곳은 언제나 현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프롤로그에는 지금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자고 하지만 내 가치관에서 보기에 글 곳곳에서는 지금 버티면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 말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올 행복을 위해 버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도서관 책을 가만히 접어 바라보았다. 끝까지 펼쳐진 자국이 없다. 모두 읽다 접어 버린 듯이.



P51

그러니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삶에 몰입하여 성실히 살아 내야 한다. 그것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성실히 살아도 나를 사랑 하지 못 할 수 있다. 그것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P67

걷다가 걷다가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타인에게서 장점을 많이 발견하는 사람이었구나. 내가 부러워한 점은 결국, 내가 그들에게 발견한 빛이었구나. 부럽고 낮아졌던 마음을 뒤집는다. 내 시선에 포착되는 모든 불편을 뒤집으로 편안의 상태가 된다. 그들의 특별함을 그대로 바라본다. 저 사람은 그럼.. 되게 하얗고 예쁜 사람, 저 사람은 무난하고 평범한데 신기하리만큼 자신감 있는 사람. 그래서 특별한 사람..... (중략) 저 사람은.. 드디어 그간의 노력이 빛을 발한 사람.


- 그간의 노력이라는 것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개인의 잣대를 타인에게 들이 대는 것은 위험하다.


P78-79

통제된 상황 속에서도 기어이 문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각자의 이상함으로, 각자의 용기와 희망으로, 각자의 성실과 최선으로 살아갈 우리가 있다. 나는 우리를 응원한다. 우리의 연이을 실패를 응원하고 그 끝에서 기다릴 각자의 성공을 응원한다. 그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즐거움과 행복을 응원한다. 우리가 '할 수 있음'은 열려있는 문으로 걸어갈 용기가 되어 줄 것이다. 올해 남은 시간 동안 당신도 모르던 당신의 구슬들을 빛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반짝일 수 있도록, 나도 할 수 있고,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용기로 살아 내자.


- 할 수 있음은 조건과 상황이 되는 이들에게나 가능하다. 조건과 상황이 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P88-89

나의 괴로움을 내가 키워 내고 있음을 느낄 때, 그때야말로 단순해져야 할 때다. 흔들리는 마음은 흘러가게 두고, 버리지 못하면 잠시 보관하는 마음으로, 쏟아지는 부정에 속지 말고 마땅히 누려야 할 삶의 기초를 행해야 할 때, 대부분 한 숨자면 괜찮아질 것들이었고, 맛있는 음식 한입과 숨찬 운동 한 번이면 잊혀지는 불안이었고, 따뜻한 물로 씻고 나오면 개운해지는 마음이었음으로.


-그 한 숨 자는 것이 힘든 이들이 있고, 맛있는 음식을 사 먹지 못하는 이들이 있으며 숨찬 운동 또한 상황이 안 되는 이들이 있고 따뜻한 물이 당연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행복해 질 수 없을 수 있다. 이 순간이 지나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믿음이 절망이 되어 그들의 삶을 어둠으로 덮어버려도 ..


그 앞에서 이렇게 말 할 수 있을까.?


P109

자주 행복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두며 살아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옷, 좋아하는 동물, 색감, 촉감, 날씨, 향기, 시간, 나를 이롭게 만드는 것들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내가 애정하는 것들은 곧 나의 취미가 되고 취향이 되어 어느새 삶의 모양을 이룬다. 나의 하루를 조성하고 나라는 사람을 만든다. 표정 잃은 얼굴로 거리를 걷다가도 지는 노을 바라보며 아름답다 느끼는 게 사람이고, 피로에 쪄들어 다 귀찮게 느껴지는 하루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응원 한마디면 없던 힘도 생기는 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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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김완, 죽은 자의 집 청소의 한 내용이 떠올랐다.


https://brunch.co.kr/@jinf4sb/180


P18~19

가방 속에서 이력서가 발견되었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 휴대전화 부품 공장에서 일했다. 오 년을 근속하고 또 다른 대기업 공장으로 옮겨 또 몇 년 동안 일했다. 이 년 뒤 서른이 될 나이다. 단색 배경에 표정 없는 증명사진, 한 반에 동명이인이 꼭 한 명은 있을 것 같은 흔한 이름. 이력이라곤 단 몇 줄뿐, 여백을 많이 남긴 이력서는 그녀가 짓는 풍부한 표정과 좋아하는 음식과 오랫동안 따라 부른 노래와 닮고 싶었던 사람과 사랑하는 친구의 옆 모습에 대한 기억은 담아내지 못한다.

텐트 뒤에서 책 몇 권을 발견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참 소중한 너라서>>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아주, 조금 울었다.>>

<<내 마음도 모르면서>>


모두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을 위한 책이다. 서점에서 이 책들을 발견하고 집 혹은 집이라 불리는 캠핑장에서 읽기 위해 값을 치르며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텐트 안 램프에 불을 밝히고 문장을 읽어나가며 그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누군가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했다면 스스로 삶을 저버리겠단 생각 따위는 하지 않고, 어느 덧 서른을 맞이하고, 소중한 '너'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가끔은 울기도 하겠지만 행복한 시간 속에 머물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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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님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버텼음에도 행복이 찾아오지 않으면 어쩌나요. 시시때때로 덮쳐오는 나의 부정적인 감정과 상황을 버티고 버텼음에도 끝내 행복해지지 않으면 어쩌죠? 끝내 행복하지 못하는 제가 약한 건가요? 끝내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는 제가 너무 부정적인 건가요? 작가님. 대답해 주세요. 그것이 그렇게 잘못인가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하지 않으면 안되는 건가요? 아니면 차라리 삶을 놓음으로 해서 아예 이런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하나요?


나는 끝내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삶을 잘 살기 위해서 내가 노력해야 하는 것임을 안다. 노력한 만큼 그 결과 물고 돌아오면 베스트겠지만, 노력한다고 해서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나는 나 대로 살아가겠다. 이런 말도 내가 남에게 돈을 빌리러 가지 않을 만큼 살 수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걸. 건강하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걸 내 주변에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임을 안다.


아이는 왜 나에게 이 책을 빌려주었을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내가 행복해졌으면 해서 일까. 이 책을 읽고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해 지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내가 더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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