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에 걸린 붉은 달 / 뒷산 / 밀양 향교의 찰나

사사로운 이야기 24

by Jin

오늘은 정월대보름이고, 36년 만에 붉은 달이 뜬다고 하고, 동네마다 달이 다른 모양으로 색깔로 뜨겠냐만은 하필 아이의 방과 후 등록은 제일 예쁜 시간대인 8시 30분부터 동시에 시작하고- 방과 후 등록을 끝낸 뒤 부랴부랴 뛰쳐나간 아파트 밖은 너무 춥고 발발 떨며 찍은 '나뭇가지에 걸린 붉은 달'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글을 쓰고 부리나케 도망간다.


Jin



나무 가지에 달을 걸친 이유는 주변이 너무 어두워 나무에 반사된 가로등 빛이라도 흡수해 달을 찍어보고 싶어서이다. 포커스가 달에 맞춰져 나뭇가지는 그 흔적은 많이 남지 않았지만, 그 쓰임을 다 하고 찬란하게 밤하늘로 흡수되었다.




덧.

부산엔 이른 봄이 왔다. 하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사진이 그리 잘 나오는 편은 아니지만, 나는 여전히 산으로 들로 봄의 찰나를 찍으러 다닌다. 사진첩에 수많은 사진이 쌓였지만 설익은 밥 같아 내어놓기가 어렵다. 아래 사진은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들인다지만, 동그란 뒤통수가 너무 귀여워 숨소리도 내지 않고 나는 나무다. 나는 나무다를 염불처럼 읖조리며 숨죽여 초록 색의 작은 새들의 찰나를 찍었다.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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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밀양 향교에 매화가 멋지게 피었다고 해서 사진을 찍으러 갔다. 우리가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8시 10분이였나? 이미 동호회 아저씨들이 밀양향교 입구에 진을 치고 모델을 두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르르 몰려다니며 마치 전세를 낸 것처럼 밀양향교를 휩쓸었고 개개인으로 온 사람들은 그 사람들의 기에 눌려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들이 밀양 향교에서 가장 이쁜 포인트에 해가 딱 비치며 이쁜 시간대에 누군가 사진을 찍고 있었음에도 순서 따위.. 모델을 밀고 올라가더니 마치 전세를 낸 것 처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그들 옆에서 내가 나오지 않는 각도에서 아침해와 매화를 담았다. 아침 빛은 금방 사라져 나도 매화와 아침 해를 찍고 싶었을 뿐이다.



Jin



내 카메라가 누군가의 앵글에 거슬렸는지 동호회 아저씨들 무리 중 어떤 분이 '저 카메라 뭔데' 라는 늬앙스의 한 소리를 했다. 그 소리를 듣고 내 옆에 있던 동호회 회원 중 한 명이 나에게 아니꼬운 말투로 아직 덜 찍었냐고 했다. 내 성격상 '그럼 너네는 나보다 일찍 시작했는데 아직 덜 찍었냐?'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이가 옆에 있어서 친절하게 (다정함은 지능이니까..) ' 저도 아침 해랑 매화랑 같이 찍고 싶어서 아침 일찍 온 겁니다.'라고 하자 아니꼬운 말투로 '아네네~ 그럼 많이 찍읏으세요' 라고 비아냥 거렸다.


왜 내 카메라가 보급형이라 그래? 그래서 너네보다 사진 실력도 없으면서 나대는 것 같아? 라며 그 아저씨 머리채를 잡고 싶었지만 나는 배운 사람이니까... 참았다. 그러자 주변에 서 계시던 한 남자분이 '다들 기다리는 거 안보입니까?'라고 말하자 그들은 그제야 아 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나한테는 빨리 가라더니, 옆 아저씨한테는 아무 소리도 못하는 걸 보니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 싶었다.



Jin


아침 해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서 아저씨들에게 한 소리 들으며 찍은 밀양 향교 아침 매화샷을 올려놓고 (도망) 간다. 사실 이 밑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구도가 어색하더라도 이해를.. 쫑쫑! (저기 빈 공간에 아이를 세우고 싶었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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