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어느 날 밤의 정취.
어린이날이 지난 오월의 어느 밤, 아카시아 향기가 가득한 조용한 거리를 걷는다.
살포시 내린 어둠 사이로 곳곳에 가로등 불빛이 별처럼 반짝인다.
조금은 축축한 밤거리를 걷는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다.
걱정하던 미세먼지는 어둠과 함께 고요히 바닥에 가라앉았다.
혹여 쌀쌀할까 챙겨온 외투는 하릴없이 어깨에 걸쳐있다.
친구와 나눴던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머릿속에 남아있지만,
조용하고 향기로운 밤거리를 걷는 동안 머릿속은 점점 어둠과 동화된다.
벚꽃이 찬란한 아름다움을 뽐내던 시기는 지나갔다.
솜사탕 같은 아카시아는 달콤한 내음새를 풍기며 새로운 거리를 만든다.
우유를 사러 편의점으로 향하는 새벽 한시의 발걸음.
오는 길엔 달랑이는 우유봉지와 덤으로 얻은 아카시아 밤향기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