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다시 찾아왔다. 한 6개월 정도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 여전히 가을이지만 뿌연 먼지가 뒤덮고 있다가 어제부터 맑은 하늘이 다시 온다. 그리고 곧 사라지고 다시 나타난다. 세 번째 세트를 시작하면서 비로소 계단 창문을 연다. 날씨가 쌀쌀해져 그때쯤 되어서야 땀을 식히려 연다. 미국은 하루 8만 명, 프랑스는 하루 4만 명, 영국도 2만 명이 넘고 심지어 방역을 잘한다는 독일마저 1만 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중국은 코로나 확진자 발생이 현저히 낮고 잠잠하다. 아마도 이것이 저 미세먼지가 다시 나타나는 원인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코로나는 일상적인 나의 삶을 바꿔놓을 뿐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것을 주문한다. 계단을 오르며 엘리베이터에서 마스크를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이제는 익숙하다. 매일매일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하루 종일 마스크 쓰는 일도 가능해졌다. 어느새 마스크를 쓴 채 사진을 찍는 일도 익숙해졌다. 올초부터 거의 매일매일 계단 오르기를 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웬만하면 저녁 모임을 가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상적으로 꾸준히 운동을 해주는 것이 몸 전체의 면역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ACE2효소는 코로나 단백질이 몸으로 파고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금에 절인 양배추에서 나오는 물질은 바로 그 ACE2 효소를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The Sun>에서 발표한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우리 몸이 면역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만큼이나 먹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제는 고인이 된 하병근 박사는 <비타민 박사의 비타민 C 이야기>, <신비로운 비타민 C> 등을 통해 비타민 C의 항산화 작용과 면역력 강화 기능, 나아가서는 고용량 비타민 C 투입 등에 관해 많은 메시지를 던졌다. 그 자신이 원인 모를 병을 앓고 미국으로 건너가 라이너 폴링 박사를 만나 고용량 비타민 C 투입을 통해 그 병에서 회복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코로나는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코로나와 공존해야 한다. 언제 우리나라에도 팬데믹이 찾아올지 모른다. 그러니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씩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네 번째 세트를 오르며 코로나가 가져다준 새로운 환경 속에서 어떤 가치를 가져야 할 것인지 계속 생각해본다. 한 순간에 확진되어 사라질 운명을 예측할 수 없다. 그런 현상을 보면서 지금 살고 있는 내 삶의 가치와 의미가 어디 먼 무지개 근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계단을 오르는 이 한 걸음 한 걸음 속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먼 미래에 얼마나 대단한 것을 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 작은 일상의 행복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삶의 모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쪽에 더 무게를 두게 되었다.
오늘은 발걸음이 매우 가볍다. 사람의 컨디션은 참 알 수 없다. 어느 때는 아주 힘들어 겨우 겨우 발걸음을 옮기기도 하는데 오늘은 매 세트를 마칠 때마다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받는 느낌이어서 발걸음이 가볍다. 뭔가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던 때에는 음악을 들어도 어떻게든 그 파일을 소유하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의 결실로 처음에는 100기가 바이트, 나중에는 후배의 도움으로 2 테라바이트(약 60만 곡)의 파일을 수집했다. 지금은 이렇게 저렇게 흩어졌다. 처음에는 애착을 가졌으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한참 이용하고 나니 소유의 필요성이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심지어 해외 출장을 가서도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면 어디든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뭔가를 꼭 손에 쥐어야 내가 그로부터 만족감을 얻거나 의미를 찾고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아니다. 손안에 넣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내가 꼭 손에서 놓지 않아야 할 것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다. 계단을 한 걸음 오르는 만큼 덜어내야 할 것들을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모두에 대해 적용된다. 하나씩 버리고 빈 곳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와 의미로 채워 넣는다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는 일상의 깨달음을 매 순간 느끼게 하는 힘이 계단을 오르는 근육 속에 박히는 것 같다. 근본적으로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지속시킨다면 그 비우는 과정이 좀 더 쉬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다. 그 비운다는 것이야말로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가치가 될 거라고 생각해본다. 실행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내일도 계단을 오르며 그 생각을 이어나가야겠다.
(189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