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세트를 마치니 18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밑으로 내려간다. 어깨와 목에 집중하면서 태극권의 가장 기본적인 체조를 한다. 우선 왼쪽 팔을 천천히 크게 돌린다. 어깨에 쌓인 피로가 느껴지며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다. 20회 정도 하고 다시 오른팔을 천천히 크게 돌린다. 왼쪽과 오른쪽의 어깨 자극이 서로 다르다. 이 체조를 하기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지났는데 처음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매일매일 이렇게 풀어야 한다고 느낀다. 여전히 어깨를 돌릴 때마다 미세한 통증이나 약간은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아주 조금씩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두 번째 세트를 마쳤을 때 엘리베이터는 지하 1층에서 올라온다. 이번에는 양손을 깍지 끼고 팔을 위로 높이 올린 다음 왼쪽으로 기울였다가 오른쪽으로 기울인다. 팔과 어깨가 자극이 되고 목도 약간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옆구리와 허리까지 영향을 준다. 웬만한 스트레칭 동작들은 대개 한 부분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몸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몸 전체의 균형을 잡는 동작이라고 생각된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웃들을 만나지 않을 경우, 계속 이 동작을 해준다. 계단 오르기 초반에는 지하 1층에서 23층까지 오르고 나면 숨 고르기도 바빴다. 상체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신체적으로 여유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계단 오르기는 주로 하체 운동을 하지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은 상체운동을 하면서 균형을 잡는다.
세 번째 세트를 마쳤을 때도 여유가 있다. 이번에는 등 뒤로 양손을 깍지 낀다. 유연성이 많이 떨어져서 양손을 등 뒤로 깍지 끼는 것도 힘겨웠다. 그래서 요령을 찾았다. 땀을 닦기 위해 가져온 수건을 양손으로 잡으니 뒤로 양팔을 펴기가 수월하다. 그 상태에서 턱은 앞으로 당기고 팔은 뒤로 쭉 뻗어준다. 어깨가 아프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든다. 이 동작은 매번 힘들지만 하고 나면 어깨와 목이 개운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어깨와 목을 조금씩 풀어주면 계단을 오를 때도 몸 전체가 좀 더 균형이 잡힌 상태에서 오르게 된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세트를 마치고 나니 엘리베이터가 22층에 멈춰있다. 곧바로 타고 내려간다. 여섯 번째 세트를 마친 뒤 다시 여유가 생긴다. 이번에는 '고양이 세수하기'동작을 한다. 왼쪽 발을 앞으로 내민 상태에서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얼굴 가까이 가져가는 동작이다. 어깨와 팔, 옆구리와 허리 그리고 골반까지 자극이 된다. 이 동작은 천천히 한다. 내 몸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그리고 이 동작을 통해 어디가 좀 더 편안해지는지 잘 관찰할 수 있다. 태극권의 기본체조는 스트레칭에서 시작해서 경직된 몸 전체를 풀어준다. 그렇게 몸이 안정을 찾아가도록 하는 동시에 계단을 오를 때 맑은 기분으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게 해 준다.
일곱 번째 세트와 여덟 번째 세트를 마치면서 이번에는 '허리 주위 돌리기'라는 동작을 한다. 양팔을 허리 높이로 벌린 다음 왼쪽과 오른쪽으로 팔을 서서히 돌리는 동작이다. 역시 허리를 중심으로 상체 전체가 자극이 된다. 태극권의 기초적인 이 동작들은 몸에 자극을 주고 오늘 하루 내가 어떤 신체부위를 많이 썼고 어디에 피로가 쌓여있는지를 미세하게 관찰할 수 있게 해 준다.
문득 나의 몸은 물과 흐름이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혈액과 수분, 기운 등 세 가지가 끊임없이 우리 몸을 흘러간다. 혈액은 초당 60m의 속도로 흐른다. 수분은 우리 몽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탁한 기운과 맑은 기운이 번갈아 호흡을 통해 우리 몸을 돌고 있다. 계단 오르기는 그 세 가지가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체 중심의 유산소 운동과 상체 중심의 스트레칭은 서로 씨줄과 날줄이 되어 몸이 물처럼 흐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느낀다. 막힌 곳을 풀고 닫힌 곳을 열어 몸이 개방성과 유연성을 유지하도록 매일매일 자극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189층)
*태극권 기본체조 https://www.youtube.com/watch?v=OYjJvnTCuiU&t=455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