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기 위한 운동

by 새로나무
KakaoTalk_20200920_084315203_03.jpg
KakaoTalk_20200920_084315203_05.jpg
KakaoTalk_20200920_084315203_13.jpg
KakaoTalk_20200920_084315203_02.jpg

먹기 위해 사는가 아니면 살기 위해 먹는가라는 질문은 아주 진부한 질문인 동시에 매번 새로운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 대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운동을 살기 위해 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몸을 위해 뭔가 억지로 해야 하는 느낌이 있다. 99세로 생을 마감한 고 김기운 회장도 몸을 위해 하는 운동은 가급적 피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신체가 아주 건강한 상태가 아니어서 운동을 해야만 기본적인 생활을 하고 신체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살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나는 허리 통증과 무릎 통증이 늘 내 곁에 머물고 있다. 아주 다정한 친구는 아니지만 어느덧 34년과 11년 된 친구다. 이따금 찾아오다가 12년 전부터 오지 않는 신장결석이라는 친구는 23년 지기다. 그러므로 나는 살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체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


계단을 오르는 것이 마냥 즐거운 운동은 아니다. 탁구공을 주고받으며 강력한 드라이브가 어쩌다 하나 들어갔을 때의 통쾌함이나, 자전거로 도로 위를 시속 30km로 달릴 때의 짜릿함, 담장을 곧바로 때리는 2루타를 쳤을 때의 희열도 없다. 10년간 마라톤을 하면서 여러 번 결승선을 통과할 때만큼의 커다란 성취감도 없다. 버디나 이 글을 했을 때의 환호성도 없다. 오직 뚜벅뚜벅 한걸음 한걸음 오르는 나를 묵묵히 확인할 뿐이다. 그런데 그 운동이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즐겁지는 않지만 조금씩 즐겁기 시작했다. 피로와 스트레스를 조금씩 털어내고 사소한 감정의 여과물들을 털어내는 즐거움은 시간을 들여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깨달기 어려운 지점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인데, 퇴근 후 소파에 누워 살 푸시 잠들었다가 깨어나면 몸은 무거워져 문밖을 나설 엄두를 못 낸다. 그런데 막상 겨우 겨우 문을 열고 지하 1층에서 한걸음 한걸음 옮기면서 어느덧 21층까지 두 세트 정도를 마치고 나면 내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를 띤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의 안색은 붉은 기가 아주 은은하게 감돈다. 네 번째 세트 11층쯤 올라가면서는 서서히 땀이 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반바지와 반팔이 잘 어울리지 않을 만큼 약간 쌀쌀한 기운이 느껴졌으나, 몸이 풀리고 땀이 나면서 몸은 다시 에너지를 얻어내고 있다. 계단을 오르면서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그게 반복되면 몸은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참 신기하다.


가을바람은 더없이 상쾌하다. 미세먼지가 없음을 확연히 느낀다. 작년에는 계단 문을 열면 곧바로 먼지 내음이 들어와 계단을 오르면서도 폐 속으로 먼지가 들어오는 듯한 착각이 자주 들었었다. 올해 들어와 미세먼지가 사라진 공기를 조금씩 느껴왔지만 가을이 되니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가을의 신선한 공기가 코끝에 와 닿고 그 짜릿한 느낌이 온몸에 퍼진다. 숨을 쉬는 게 이렇게 기분 좋고 즐거운 일인 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살기 위한 운동과 즐기기 위한 운동의 경계는 모호하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떤 운동이건 처음에는 운동효과를 몸과 마음으로 갖기 위해 시작한다. 때로는 즐기고 그게 자주 반복되면 계단 오르기처럼 즐기게 된다. 힘들다고 해서 즐겁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이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슬며시 즐거움이 내 몸에 스며든다.


그리고 계단을 한걸음 한걸음 오르면서 오늘의 일을 정리한다. 그리고 오늘 내게 쌓인 감정을 정리한다. 타인이 내게 감정적인 자극을 준 일이 없는 오늘 같은 날에도 내가 혹시 타인에게 감정적으로 상처를 준 곳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살펴본다. 그리고 나는 오늘 내가 만족할만한 일들을 했는지 돌아본다. 그리고 한 걸음 뗄 때마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을 할 것인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고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로 생각을 확장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을 매일 반복해서 하면서 저 산등성이의 푸른 나무처럼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 느낌은 텍스트나 영상에서 얻을 수 없는 나만의 깨달음이다.

(168층)


이전 15화깊은 숙면을 도와주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