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로나무 Nov 03. 2020

Microbiome, 장 면역기능 활성화를 돕는 음식

- 나의 유년기를 지켜주었던 두부와 산나물과 김치 

마이크로 바이옴의 핵심 주제는 장에 관한 것이다. 장은 인체 면역기능 중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특히 면역기능이 잘 작동하는가 하는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에머런 메이어 박사는 <더 커넥션>에서 "장과 장내 미생물군은 밀접한 상호작용을 통해 음식 선호도, 식사량, 우리의 감정과 통증 민감도, 사회적 상호작용, 더 나아가서는 우리의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대략 100조 개나 되는 장내 미생물군이 장과 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장내 미생물의 역할에 놀랐다. 인간의 장이 소화해낼 수 없는 음식 성분을 소화하고, 물질대사를 조절하며, 음식 속 위험한 화학물질을 해독하고, 면역체계를 조절하고 교육하며, 위험한 병원체의 침입과 성장을 예방하는 일을 한다고 한다. 또한 장내 미생물군은 수백만 개의 유전자에 저장된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이용, 부분적으로 소화된 음식을 수백, 수천만 개의 대사산물로 바꾼다. 그리고 이 대사산물이 위장관과 그 안의 신경, 면역세포에 영향을 미친다. 혈액으로 흘러들어 장거리 신호전달 경로를 통해 뇌를 포함한 모든 기관에 영향을 준다. 특히 뇌와 장의 관계는 그 핵심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내 삶에서 장내미생물군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일상생활의 사소한 부분이라 여겼던 활동이 생각보다 소중하다는 경험을 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호흡하는 자유로움, 주변 사람들과 거리를 두지 않고 편안하게 대화하기, 그리고 음식을 같이 나눠 먹기 등이다. 대면접촉이 많고 다양한 오프라인 일정들은 식사가 일을 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 가볍게 생각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사소한 일이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다. 나의 경우 2019년 11월  마이크로 바이옴의 세계를 접하면서 장의 면역기능 강화와 관련된 음식 에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다행히 메이어 박사에 따르면 우리 식단이 아주 적합하다고 말한다.


7세 되던 해에 아버님을 따라간 가게에서 순대에 나오는 간을 한 점 먹고 토한 뒤로는 일체 육류를 먹지 못했다. 그동안 부모님은 장남인 내가 육류를 먹어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삼겹살, 소고기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셨지만 먹이지 못하셨다. 내가 10살 되던 무렵 아버님은 두부공장을 공동 운영하기 시작하셨다. 그래서 거의 매일 두부와 콩국물, 순두부를 먹을 수 있었다. 제조 및 배달과정에서 파손되는 두부를 꼭 싸오셨기 때문이다. 콩국물은 식감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먹을 수 있어서 1주일에 2-3회 한 컵씩 마셨다. 순두부는 그냥 먹기에는 싱겁고 어머님이 말아주신 양념장을 풀면 한 그릇 거뜬히 먹었다.


아버님은 봄철이 되면, 태백산을 오르셨다. 대략 4-5가지의 산나물을 거의 두자루 채취해 오셨다. 그 나물들을 마루 천장에 걸어놓고 일 년 내내 먹었다. 나물무침 역시 아주 훌륭한 음식이었다. 여기에 고등어와 멸치를 꾸준히 어머님께서 찬으로 내오셨다. 그리고 어머님께서 해주시는 김치는 양념을 많이 하지 않고 새우젓을 주로 사용해서 늘 시원하고 달콤했다. 고등학교 진학하며 강릉으로 가기 전까지 꾸준히 이런 식생활을 유지했다. 52세가 된 지금까지 몸에 별 탈이 없는 것은 아마도 그 시기를 잘 보내서 그런 것 같다.


메이어 박사에 의하면 그가 2016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전통식단에 놀랐다고 한다. 청국장, 두부를 비롯한 콩류, 김치와 같은 절임 음식, 그리고 식물의 뿌리, 줄기, 잎을 같이 먹는 식단, 육류와 어류의 조화 등을 보며 장에 유익한 유익균과 유산균을 많이 먹을 수 있는 식단이라고 했다. 마이크로 바이옴과 관련된 연구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결과가 나올 것이나, 나는 내가 섭생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얻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음식을 먹는 일이 생각보다 너무 중요하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 최고의 수확이다. 맛있게 먹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특히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라면 마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김치와 관련된 놀라운 기사가 올라왔다. 장 부스케 프랑스 몽펠리에대 폐의학과 명예교수가 이끈 연구진은 코로나 19 사망자 수와 국가별 식생활 차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고 한다. 연구진은 특히 한국, 그리고 유럽에선 독일의 사망자 수가 적은 이유에 주목했다. 두 나라는 식생활에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발효한 배추나 양배추를 주식으로 먹는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김치, 독일은 사워크라우트(sauerkraut‧양배추를 싱겁게 절여 발효시킨 독일식 김치)를 먹어 코로나 19 사망자 수가 적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발효한 배추는 ACE2(앤지오텐신 전환 효소 2)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ACE2는 사람 세포막에 있는 효소로, 코로나바이러스는 바로 이 ACE2와 결합해 세포 속으로 침투한다. 김치가 일종의 'ACE2 천연 억제제’란 의미다. 따라서 연구진은 “배추가 코로나 19 예방에 도움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임상·변환 알레르기(Clinical and Translational Allergy)'에 실렸다.(The Sun, 2020년 7월 13일)



매거진의 이전글 선어회를 먹을 수 있는 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