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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Nov 20. 2020

메기 매운탕 국물에 땀을 흘리다

- 깔끔하고 바삭한 빙어튀김

낮에는 바닥이나 돌 틈 속에 숨어있다가 밤에 먹이를 찾아 활동하는 야행성이며, 대부분의 수중동물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특징이 있다. 단백질, 비타민 함량이 풍부한 영양음식이며 특히 당뇨병이나 빈혈 등에 좋다고 한다. 메기에 관한 추억은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동하고도 풍산이 외가집인데 방학을 맞아 열차를 타고 갔었다. 외가집은 풍산면에서도 십리길을 걸어들어갔다. 나중에야 알게되었지만 바로 근처에 서애 유성룡 선생이 공부를 하시던 병산서원이 있었다. 며칠 농삿일을 거들다가 사촌형과 동생들이랑 개울에 물고기를 잡으 갔다. 한참 돌틈을 뒤적거리고 한 두마리 잡고 있었는데, 물 상류쪽에서 펑하는 폭발음이 울렸다. 잠시 뒤 메기를 비롯한 민물고기들이 둥둥떠서 내려와 냄비 한가득 받아 고추장을 풀고 나물을 넣고 끓여서 포식을 했다. 아마도 누군가가 폭발물을 물속에서 터뜨렸을 것이다. 모양은 사납게 생겼으나 끓여놓은 메기살은 아주 부드럽고 고소했다.


어탕을 제대로 하는 곳으로 가려면 도심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몇 번 들렀는데 그 참맛을 잘 몰랐다. 역시 음식자산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노력외에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내가 그 음식을 잘먹기 위한 컨디션도 중요하고 재료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주인장의 컨디션이 좋아야 한다. 오늘은 그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진 날이다. 간이 약간 쎄다는 인상을 단번에 지워버리게되는 맛을 발견했다.


빙어튀김을 먹었다. 튀김옷을 얇게 입혀서 빙어의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보조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에 반해 한접시를 더 주문했다. 빙어는 껍질이 얇아 터지기 쉬워 통째로 요리하므로 칼슘과 비타민이 풍부하며, 육질이 연하고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 담백한 맛으로 인기가 좋은 생선이다. 빙어는 '호수의 요정'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고 한다. 빙어()라는 이름은 조선말의 실학자인 서유구(1764~1845)가 《전어지》에 '동지가 지난 뒤 얼음에 구멍을 내어 그물이나 낚시로 잡고, 입추가 지나면 푸른색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다가 얼음이 녹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여 얼음 '빙'()에 물고기 '어'()자를 따서 '빙어'라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빙어 [pond smelt, 氷魚] (두산백과)


메기는 비교적 오래 끓여야 제 맛이 나는 것 같다. 빙어 튀김 두 접시를 순삭하고도 무우김치를 한 접시 다 먹을 때까지 나타나지 않는다. 어느 틈에 시장기가 가셔서 과연 저 메기 매운탕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건 순전히 기우였다.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미나리와 팽이 버섯을 건져 먹을 때도 그 국물맛이 진하게 배어 있다. 그런데 이 국물에 밥없이 그냥 먹기에는 허전하다. 그렇다고 사람 숫자대로 공기밥을 시키기에는 너무 양이 많을 것 같았다. 이 역시 기우였다. 곱게 지은 쌀밥과 국물이 완전히 일체가 되어 모두들 공기밥을 다 먹고 말았다. 메기를 한마리씩 건져 먹는다. 살은 부드럽고 감칠맛이 나며 뒷맛은 아주 깔끔했다. 고기와 채소를 건져내고 국수를 넣어 뒷마무리리를 하고 나니 땀이 쏟아진다. 계단오르기와 스피닝 자전거로 평상시 땀을 자주 흘리므로 음식을 먹으면서 땀을 흘릴 일이 별로 없었는데 오늘은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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