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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Nov 28. 2020

매콤한 주꾸미안에서 일상의 고단함을 녹이다


봄에 모를 심고 여름에 김을 매고, 가을의 뜨거운 햇볕에 익어갈 무렵 벼들은 아니 쌀나무들은 그간의 날씨의 풍화를 견디며 자신의 몸속에 그 정보를 깊이 깊이 쌓아둔다. 벼가 익어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치는 과정에서도 그 경로와 손길의 정보들은 고스란히 쌀에 쌓인다. 드디어 지금 이 식탁에 오른 밥은 그간의 지난한 과정의 정보들을 담고 나와 대화를 나눌 준비를 마친 상태. 그러니 밥 한숟가락어찌 가볍게 여길 수 있겠는가 ? 사람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하루 하루를 살아나가는 것이며, 음식을 먹으며 그런 찰나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면 그것으로부터 행복은 시작된다. 어디 쌀만 그렇겠는가 ? 이 식탁에 올라온 다른 식재료들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쳤을 터이다.


올 한해는 코로나 19가 일상을 압도하고 있다. 서로 말은 하지 않지만 그 누적된 피로감과 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를 팬데믹에 대한 공포는 여전하다. 언젠가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취급되겠지만. 고추에 함유된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은 적당히 식욕을 자극하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다만 많이 먹으면 오히려 점막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나는 매운 음식을 잘 못먹는다. 가끔은 매운 음식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물론 다음날 화장실을 다니며 후회한다. 그런데도 매운 음식에 대한 유혹은 좀처럼 떨치기 어렵다. 매운 고추에 함유된 캡사이신은 적당히 먹을 경우, 몸의 순환과 스트레스 해소 등에 좋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붉닭볶음면이 있기 있는 비결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가 그 매운맛에 있다고 생각한다.


동네에서 간판이 바뀌는 걸 보면 안타까운 마음과 기대가 교차한다. 생활동네 음식자산의 변화는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게 한다.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잘 지켰으면 하는 바램인데, 코로나로 인해 더더욱 음식점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의 어깨가 무겁다. 새로 생긴 음식점에 간다는 것은 약간의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매운맛과 보통맛중 보통맛을 선택했다. 주꾸미와 삼겹살이 불에 익혀지며 서로 엉키는 장면은 볼수록 신기하다. 음식에서 불이 하는 가장 큰 역할은 식재료를 뒤섞고 결합하게 만든다. 주꾸미와 삼겹살 한 점, 콩나물과 부추무침을 깻잎에 싸서 한 입 먹는다. 매콤한 맛이 입안을 자극한다.


우동사리는 탱글탱글한 면발을 유지한채 매콤한 양념과 서로 얽힌다. 우동 면발의 겉은 양념이 묻지만 그 안쪽은 그대로여서 덜 맵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볶음밥을 만든다. 양념은 끝까지 자신의 임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렇게 여러번 매콤한 맛에 빠지다보면 일상의 사소한 시름들을 잠시 잊을 수 있다. 그리고 매운 맛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된다. 일상을 견디는 힘 하나를 보태어준다. 이렇게 얻은 개운한 기분은 꽤나 오래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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