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아들이 유튜브 촬영을 한다고해서 아내와 같이 수원을 향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무더운 날씨가 계속된다.
맑은 날씨에 예쁜 구름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있어서 더운 와중에도 위안이 된다.
아들과 헤어진 후 곧바로 팔달문을 향했다.
팔달문을 중심으로 6개 시장이 하나의 거대한 시장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일요일에는 시장에 가는 사람들을 위해 길가 주차할 곳이 여러 군데 눈에 들어온다.
그중 한 군데에 주차하고 다양한 먹을거리를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는 못골 종합시장을 향했다.
없는 것 빼놓고는 다 있을 법한 시장이다.
아침부터 길을 나서 출출한 위장을 살짝 달랠 겸 어묵과 국물을 맛나게 먹었다.
요즘은 어묵파는 곳에서 다양한 해산물을 넣어 끓이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어느 곳을 가도 시원하고 감칠맛 나는 국물을 맛볼 수 있다.
요즘 들어 약간 상품성이 떨어지는 채소들을 싸게 파는 곳이 많이 늘었다.
그중 한 군데를 방문했다. 당근 대여섯 개를 담은 바구니를 500원에 판다.
헐 정말로 가게 상호 그대로 막 퍼주는 집이다.
양파와 버섯, 체리와 사과 등을 샀다. 비닐의 장력은 대단하다.
이렇게 많은 물건들을 담았는데도 잘 버텨준다.
주차한 곳까지 가는 동안 비닐이 손의 살 속을 파고들어 통증이 감지된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이동한다. 이렇게 무거운 물건을 들고 갈 때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생각과 그래도
아직은 삶에 대한 열정이 내 손안에 가득하다는 이중 감정이 스치고 지나간다.
이렇게 에너지를 소모한 이유는 점심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다.
이 시장은 네 번째 방문한다. 그런데 그동안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손칼국수>라는 간판이 오늘은 여러 번 눈에 띈다.
그 사이에 다양한 후보군들을 만났다.
칼국수와 보리밥, 우렁쌈밥, 중식, 순댓국 등등.
그래도 시장에 왔으면 시장 안의 가게를 가야 한다.
까다롭고 내공 있는 시장 상인들에게 검증된 가게는 분명히 맛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얀 백발의 주인장께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사람은 어느 정도 돈을 벌고 자리를 잡게 되면 게을러지거나 타성에 젖게 마련인데,
주인장께서는 홀과 주방을 휘젓고 다니신다. 보기에 좋다.
그리고 단 한 점의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액자에는 꽃을 머리에 장식한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그림인지 물어보지 않는다.
세상 모든 일을 꼭 다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
그저 그 모습을 잠시 감상하면 그만이다.
부추전과 김치전을 반반 섞어 놓은 전을 주문했다.
아내는 부추전을 나는 김치전을 원해서 처음에는 부추전을 주문했으나,
칠판에 써놓은 메뉴에 반반 전이 있어 수정 주문했다.
주문을 다시 하길 잘했다. 부추전은 고소한 감칠맛과 부추의 풋풋한 내음이 잘 어울렸다.
사장님이 오셔서 부추 전위에 간장 섞인 청양고추 슬라이스와 겉절이 김치를 같이 올려 먹으면 좋다고 했다. 부추전과 겉절이 청양고추는 제각기 각자의 위치를 고수하면서도
한꺼번에 융합되는 힘을 입안에서 발휘하고 있었다.
매생이 칼국수의 손수 만든 면발은 혀에 착 감기는 맛이 있었다.
멸치 국물은 깊고 은은한 맛을 우려내었다.
짧은 시간 우려내면 멸치 맛은 위로 향한다.
그런데 이곳은 아주 오래 우려내고 뭔가 특별한 레시피를 한 듯하다.
멸치 내음이 심해처럼 깊고 은은하게 국물 사이로 흐른다.
아 이런 맛은 말로 표현하기 대단히 어렵다.
굴과 매생이가 멸치 내음 은은한 공간 사이사이를 휘젓고 다닌다.
고소한 굴과 아늑한 매생이에 점점 취한다.
그 취기는 온몸을 땀으로 흥건히 적시고 있다.
잠깐 아내의 손칼국수 국물을 떠먹어본다.
멸치 칼국수의 본향을 방문한 듯한 착각이 든다.
담백하고 깔끔하며 맑은 하늘 같은 맛이다.
그러고 보니 심해의 푸른빛과 하늘빛은 서로 닮아있다.
저 하늘 위로 멸치들이 헤엄치는 것을 상상해본다. 전혀 어색하지 않다.
다시 매생이 칼국수에 집중한다.
칼국수의 양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아 점점 배부른 나를 초조하게 만든다.
이런 맛있는 음식을 남기게 될까 봐.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 음식은 그런 걱정 안 해도 된다. 배불러도 금방 소화가 되니 말이다.
겉절이 김치와 잘 익은 김치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 보였다.
얼마 전 스탠퍼드대학의 연구 내용에 따르면
김치가 몸의 염증을 낮추는데 탁월한 효과를 낸다고 보고하고 있다.
K방역이면에는 K-Food의 저력이 숨어 있다고 나는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작년 7월경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에서도 소금에 절인 양배추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유도 효소인 ACE2를 제어하는
항산화물질을 만들어낸다고 보고하고 있다.
일과 한국이 방역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 김치를 많이 먹자. 땀을 연신 훔치면서 주인께 감사의 인사를 여러 번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