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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Sep 19. 2021

나누는 마음과 맛의 동심원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부모님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한편으로는 입이 즐겁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음식을 먹을 욕구를 참아가면서

한 평생 노동의 전부를 자식들에게 바치신 그 몸과 마음에 대한 

부채의식이 밀려와서 먹먹할 때가 많다. 


어느 순간부터는 부모님이 바라는 삶이 

바로 제대로 즐기는 삶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된 이유 역시 부모님께서 가르쳐 주셨다.

미안한 마음을 수화기 너머로 보내는 순간

두 분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세상을 즐기라고 

내가 너를 기른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뒤로는 좀 더 편히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었다. 


명절을 앞두고 깊은 시름에 싸인 후배를 만났는데

뜻밖에도 나누는 마음을 담은 김치찌개 선물을 받았다. 

홍대 근처 맛집에서 주문해서 받았다고 했다. 

아침에 김치찌개를 끓이는데 그 냄새의 깊이가 

한도 끝도 없이 집안 전체로 퍼져나간다. 

김치찌개 구수한 냄새가 온몸을 휘저으며 맑은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땅속이나 물속 아니면 김치냉장고 속에서 깊이 숙성된 시간만큼의 

밀도와 두께가 감당 못할 정도로 얼얼하게 밀려들어온다.

시름 깊은 후배가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더해져서 소중하게 느껴졌다.


한 숟가락 입안에 머금는 순간 시큼하고 약간은 단맛이 어지러울 정도로

동심원이 되어 조용히 퍼져나간다.

김치찌개 맛의 본질에 성큼 다가선듯한 기분에 젖는다. 

30분이나 지났는데도 그 맛의 여운이 입안에서 가시지 않는다.

아직 자고 있는 두 딸의 몫을 생각하면서도 다시 김치찌개의 깊은 맛을 음미한다.

일요일 한낮의 평화로운 기운과 함께 눈을 감고 조용히 맛의 동심원

멀리멀리 퍼져나가는 맛의 동심원을 음미한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때로 명상의 영역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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