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로 주시는 홍어탕과 홍어무침, 자리에 가만 앉아있기 황송하다. 말간 홍어탕 국물을 한 술 뜨니 속이 아늑하고 편안하며, 삭힌 맛이 주는 무게감을 느낀다. 배추는 하늘거리고 홍어 뻐는 흐물흐물거린다. 에피타이저가 갖춰야될 덕목을 골고루 갖췄다. 이번에도 서비스로 주시는 홍어무침. 시큼하고 달콤하면서도 뒤끝이 약간 단맛. 이 맛을 느끼면서 문득 나는 한적한 곳에서의 고요를 느낀다. 잠시 눈을 지그시 감고 명상을 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내 스스로를 느낀다. 내 몸의 존재감을 홍어무침은 알려준다. 어디서 몸이 어떻게 작동하고 뭘 느끼는지 자세히 살펴보기를 권한다. 입안에서 침방울이 팡팡터진다. 뒷덜미에서 사소한 전율이 몸으로 흘러내린다.
음식을 먹으면서 "아유 감사합니다", "오늘 완전 계 탄 거 같아" "정말 괜찮은 기분이야" 음식을 만들어 주는 분들, 식재료를 만든 분들, 음식들을 끊임없이 유통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얼마나 감사를 드려야 될지 모르겠다. 완성된 음식을 먹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없었으면 내가 온전히 음식을 즐길 수 있었겠는가 ? 오늘 메인으로 등장한 과메기만 해도 그렇다. 나는 바다가 무섭다. 배를 타는 거 무섭다. 파도치는 밤바다는 생각만해도 너무 무섭다. 그 배 위에서 흔들리며 잡아온 청어와 꽁치. 바닷바람에 널고 거두기를 반복하며 보냈을 수없이 많은 시간들. 차가운 바람속에서 견뎠을 저 육질들의 늠름함. 그러니, 과메기를 먹는 것조차 너무 너무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내 삶을 만들어 오는 그 모든 사람들의 대해 그 모든 식재료들에 대해 내가 명상 할 수 있는 기회다. 명상을 통해 나는 한 단계 거듭나고 한 단계 더 진보한 인간이 될 것이다. 인식 차원은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 옹졸하게도 나만 알던 인간에서 모든 사람들의 노력과 수고를 알고자 이해하고자 노력하는인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또한 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동물과 식물의 생명을 먹어야 하는 필연적인 운명에 관해 명상한다. 그동안 내 몸을 유지하기 위해 내 몸에 들어온 수많은 생명들을 생각한다. 음식을 먹는 것은 명상하는 것이고, 명상하는 가운데 음식을 깊이 즐길 수 있다.
과메기를 씹으면 씹을수록 비린맛은 사라지고 고소한 맛만 남으니 과연 여기가 천국이다. 구룡포가 어디냐 했더니 바로 내 입안에 있다. 깊은 안개속 어스름 바닷바람이 만드는 파도들 틈사이로 떼지어 다니는 꽁치와 청어들이 아른거린다.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배춧잎과 김 한장, 다시마를 바탕에 깔고 과메기 한 점과 마늘, 파, 마늘쫑, 고추, 고소한 콩이 담긴 막장을 올려 입안에서 융합한다. 융합의 힘속에서 음식은 나와 깊은 호흡을 한다. 그 맛의 꼭지점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