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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Mar 05. 2022

2007년 겨울 도쿄 #2



@ 6. 도쿄 타워에서 보는 전경과 성인식


도쿄 타워에서 바라본 풍경은 한마디로 엄청 복잡하고 빼곡하다. 서울과 확연히 다른 모습. 아파트는 드물게 보이고 높이도 높지 않다. 유럽과 서양 문물을 닮고 싶은 의도였을까? 대부분 도심 주변의 빌딩과 멀리 그리고 가까이 단독 주택들이 빼곡하다. 에펠탑에서의 전망은 사방으로 곧장 뻗은 대로들이 눈에 보이는데 이곳의 도로 전경은 약간 어지럽다. 타워를 내려와 거리를 다녀보면 거의 모든 곳이 정비가 잘 되어있고 깨끗하고 여유가 있다. 


1958년 TV 방송국의 전파 발신을 위해 준공되어 지금까지 도쿄의 심벌로서 사랑받고 있는 도쿄타워는 높이가 333m에 달한다. 지금은 전파 탑 역할을 도쿄 스카이트리가 담당하고 있지만 도쿄 스카이트리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도쿄타워가 예비 전파 탑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도 라디오 FM은 도쿄타워의 전파를 통해 발신되고 있다. 


오늘이 일본의 성인식 날이면서 공휴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는 아주 한산하다. 도쿄청전망대를 일찍 내려와서 근처 공원을 한 바퀴 거닐었다. 오늘 기모노를 입고 있는 여자들은 대부분 성인식과 관련되어 있다는데 공원에 사진을 찍고 있는 남녀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노숙자들의 표정이 여유로워 나의 값싼 동정심을 자극하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놀이터에는 노는 아이들과 이를 지켜보는 엄마들이 있다. 이런 풍경은 어느 나라에 가건 마찬가지다. 이동하면서 러브홀릭의 노래를 들었다. 혼자 도쿄 공원을 산책하다 오니, 일행들은 어디로 가고 방향을 잘 못 잡겠다. 가게에 들러 다시마 캐러멜을 몇 번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사지 않았다. 대신 1층 야채가게에서 소주 안주를 좀 샀다. 유럽여행 때 술을 많이 못 챙겨가서 낭패를 겪었기에 이번에는 아예 4홉 소주를 5개 사 가지고 왔다. 그래서 가방이 더 무겁기도 하다. 


@7. 생맥주(생맥주) 제대로 만나다


까르네스테이션이라는 식당으로 갔다. 왜 술을 공짜로 준다 그러면 그렇게 기분이 좋고 사족을 쓰지 못하는 걸까? 음식을 무한 리필로 주는 뷔페지만, 대부분 술은 사서 먹는 곳에 살다가 술마저 그냥 제공하는 곳에 오니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다. 아사히 생맥주를 난생처음 마셨다. 20대 초반에는 한 번에 500CC 스무 잔을 1시간 만에 먹었던 난데, 3잔에 그로기 상태가 되었다. 아마도 생맥주의 신선도가 너무 좋아서가 아닐까? 아니면 도쿄에서의 첫 밤이라 설렘과 그동안의 누적된 피로, 일단 걱정과 근심을 훌훌 털어버리고 무장해제된 상태에서 마셔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기분 좋게 취했다. 그 뒤로 일본에 가면 늘 하는 상용구를 챙긴다.

"生ビール をください"(생맥주오 구다사이)


음식들도 비교적 괜찮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안주를 챙겨 먹지 못했다. 숙소는 New Otani Hotel. 도쿄에서 최고급 호텔에 속한다고 한다. 일본을 자주 다닌 가이드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리 넓지 않은 크기인데 일본에서는 굉장히 큰 축에 속한다고 했다. 짐을 풀고 반신욕을 하니 땀도 나고 개운하고 취기도 가신다. 밤거리를 돌아다니고픈 충동이 든다. 일행 8명이 거리를 나선다. 


@8. 도쿄 밤거리


호텔 근처에 자와 따미라는 선술집인데 안주 가격이 싸다. 한국에서 가봤던 이자카야와 비슷하다. 여기가 원조일 것이다. 안주 가격과 술 가격은 이곳이 더 저렴하다. 환율 때문인지 먹을 것에 대한 인심이 넉넉해서인지는 알 수 없다. 오기 전에 도쿄 물가가 굉장히 높다고 했는데, 자세히 생각해보니 환율 때문인 것 같다. 안주를 이것저것 시키고 맥주와 사케 한 잔씩을 하니 가득이다. 한참 얘기를 나누다가 밤거리를 걸어 돌아왔다. 일본의 밤풍 경은 조용하다. 유럽의 거리들과 비슷한 풍경이다. 가게들은 11시에 거의 문을 닫는데 이 가게만 새벽 5시까지 연다고 했다. 나중에 센다이에 묵을 때 알게 되었지만 체인점이다. 


여행지에서의 밤은 사람을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다. 몇 시에 귀가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밤거리의 유혹은 치명적이다. 한 잔 하고 거리를 걷는 그 자유로운 느낌. 물론 다음날이면 늘 후회를 하게 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낯선 곳의 길을 걷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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