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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Mar 04. 2022

맛깔 내는 아지트를 발견

@1. 새로운 가게를 찾는 모험


새로운 곳으로 음식을 먹으러 가는 일은 일종의 모험이다.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맛에 대한 기대치는 그동안 먹었던 음식들의 평균 수준에서 시작한다. 기대치가 충족된다면 새로운 보물을 발견한 것이며, 음식 자산 목록에 추가하게 된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삶의 질은 올라간다. 새로운 곳을 찾는 시도는 감행하기가 어렵다. 


맛에 대해 무심했던 시절에는 모험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어디로 가자고 하면 따라가는 정도였다. 맛을 깊고 넓게 느끼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일이 일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되었다. 오늘도 아내와 같이 모험을 떠난다. 간판이 바뀌었다.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몹시 궁금했다. 



@2. 첫 만남


밑반찬 두 가지가 깔끔하다. 콩나물을 먹어본 순간,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시는 분이 궁금해졌다. 어떤 메뉴를 먹어야 할지 물어봐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생맥주는 신선하고 목 넘김이 짜릿했다. 생맥주의 선도를 유지하려면 처음 몇 잔을 버려야 한다. 이 가게는 이 원리를 이해하고 있었다. 


오징어순대와 명태 회무침을 주문한다. 오징어순대에는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가 있고 마무리를 전을 부치는 것처럼 했다. 보기에 좋다.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는 순간이다. 오징어순대에 파와 고추 양념이 되어 있는 소스를 얹고 거기에 명태회를 한 점 올려놓어 먹는다. 촉촉한 식감과 명태 회의 새콤함이 잘 어울렸다. 제대로 된 아지트를 만났다. 젊고 인상 좋은 사장님께 물어본다. 추가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홍합 조개탕은 이름만으로도 시원한 국물을 연상시킨다. 숙주와 홍합, 조개가 잘 어우러져서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완성되었다. 식재료를 넉넉하게 사용하는 인심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 나와 코드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두 가지 모두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음식을 먹으면서 자꾸 웃음이 나왔다. 제대로 된 아지트를 만났다는 기쁨에 겨운 웃음이다. 


@3. 두 번째 만남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올린 글도 이백 여편이 넘었고 조회수도 조금씩 늘었는데 오늘 드디어 20만 조회를 넘어섰다. 작은 성취를 아내와 나누기 위해 다시 한번 아지트를 찾았다. 이번에는 바로 사장님께 메뉴 설명을 요청드렸다. 

골뱅이 무침은 자극적이지 않은 매콤한 맛을 선사했다. 보통 국수사리를 곁들이는데 이곳은 특이하게 쫄면 사리를 곁들인다. 음식을 할 때 모양을 신경 쓸 수 있다는 것은 맛에 쫓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맛의 완성은 장식이다. 예쁘게 모양이 나오도록 신경을 쓴 티가 보인다. 당근과 양배추, 양파와 오이를 넉넉하게 넣었다. 골고루 얹어 쫄면과 같이 먹었다. 탱글탱글한 쫄면의 식감이 골뱅이와 서로 양보 없는 경쟁을 한다. 대만족이다.  

한 가지 더 추천받은 메뉴는 따끈한 국물 요리다. 딱 새우를 사용했다고 해서 새우 수제비탕을 주문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건새우가 아닌 딱새우는 보기에도 시원한 맛을 줄 것 같다. 적당히 끓자 국물을 한 모금한다. 홍합 조개탕의 얼큰 시원함과는 다른 장르의 얼큰 시원함이 입안에서 감돈다. 역시 웃게 만든다. 두 가지 메뉴 모두 양이 넉넉하다.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있는 막내딸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다. 


@4. 커가는 자식들과 한잔 하는 기분


큰 딸과 둘째 아들 녀석 대학 들어가면 퇴근 무렵에 학교 근처에서 만나 맥주 한잔할 수 있기를 잔뜩 기대했는데 큰 딸은 주로 혼술을 하고 둘째는 헬스에 빠져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다. 자식과 한잔 하고픈 갈증을 막내딸이 해결해주었다. 쨍하고 잔을 부딪치니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흐뭇했다. 다 커서 술 한잔 나눌 수 있다니 믿기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한 차례 검증해본 오징어순대와 명태회 무침을 주문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웃음이 나오는 맛이다. 


앞으로 남은 숙제 때문에 또 한 번 미소 짓는다. 여기 메뉴들을 다 먹어보려면 올해 상반기 동안 부지런히 다녀야 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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