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의 정수, 삼겹살과 냉면의 이상적인 조합

by 새로나무

김치찌개의 맛은 김치가 좌우한다. 신김치 특유의 톡 쏘는 맛이 끓으면서 육수와 뒤엉켜 은은하게 옅되 깊은 맛으로 돌아온다. 한 숟가락 들어 올리면 좌우를 돌아 곧장 나의 혀를 자극하는 신맛의 맑은 깊이를 음미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이 국물 맛은 변하지 않았다. 배추와 고춧가루 등 식재료가 바뀌어도 국물 맛은 오히려 더 깊어간다. 한 숟가락의 국물 안에서 나는 30초 정도 눈을 감고 그 맛에 몰입했다. 깊고 넓게 퍼지는 그 맛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삼겹살은 기름 부위와 살 부위가 적당한 비율로 나뉘어야 불판에 구울 때 노릇노릇하게 구워진다. 돼지고기의 지방과 오리고기의 지방을 흔히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으로 분류하는 방식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을 추천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돼지고기의 지방은 맛도 좋을뿐더러 영양과 몸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재평가받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언뜻 스치고 지나간다. 삼겹살이 익어가는 과정은 그 자체가 별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압축해서 보는 것과 같다. 붉은 살들이 서서히 익어 노르스름한 빛을 내고 지방은 자신의 몸의 일부를 내어 살점 사이로 스며들고 고소한 김치를 만들어내는데도 쓰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름받이 그릇에서 일생을 마감한다.


알맞게 구워진 삼겹살을 위해 냉면이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 점의 고기와 마늘과 된장 거기에 냉면을 올려놓으면 고기쌈 냉면이 완성된다. 따뜻한 삼겹살의 질감과 차가운 냉면의 면발이 뒤엉키면서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입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저 그러려니 하고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그리고 숟가락은 다시 김치찌개로 향한다. 이번에는 김치 국물이 잘 배인 두부(아무리 끓여도 두 부 안으로 국물이 완전히 스며들지는 않는다.)와 김치를 먹는다.


그리고 김치찌개의 부드러운 국물 맛을 내주던 돼지 앞다리 혹은 뒷다리살에 냉면을 살짝 얹어 먹는다. 돼지고기는 한없는 부드러움을 선사한다. 국물 종류의 요리에 그동안 라면사리를 애용했었다. 그런데 라면 사리가 물기를 빨아들여 국물과 라면 둘 다 짜게 된다. Micro Biome에서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 장내 미생물과 장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항생제와 활성 글루텐을 꼽는다. 밀가루를 기름에 튀기면 나온다는 그 활성 글루텐을 이제는 조금씩 멀리할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했기에 당면 사리를 떠올렸는데, 없다고 하셔서 칼국수 사리를 넣어 끓인다. 알맞게 익은 칼국수와 국물과 김치는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이 가게의 디저트는 수정과 한 잔. 일행들 약속이나 한 듯이 한 그릇을 더 달라고 한다. 삼겹살과 김치찌개의 여운을 이 정도 선에서 끝내기에 아주 적당한 계피향이 돋보인다. 5년 전 가끔 보던 선배가 점심을 이곳에서 하자 했는데 다른 일정이 있어서 가지 못했다. 그때 이 가게를 들렀더라면 맛있는 김치찌개의 세계에 일찍 들어갈 수 있었는데 역시 일상의 보물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점을 다시 깨닫는 하루다.


지난 7월 13일 <The Sun>에서는 코로나 19와 관련,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 연구진의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소금에 절인 양배추나 발효식품에 들어있는 항산화물질이 코로나 19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ACE2효소를 감소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독일을 비롯해 유제품 유산균을 많이 먹는 불가리아와 그리스의 코로나 19 확진자 중 사망률이 낮은 원인을 거기서 찾고 있었다. 김치에 포함된 유산균을 많이 먹는 것은 결국 장 건강과 연결되어 있고 장 건강이 인체 면역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맛있는 김치찌개를 먹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으니 자주 이 가게를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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