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국물과 부드러운 우거지

- 감자탕 여행

by 새로나무


여름에 감자탕을 찾게 될 때는 다 이유가 있다. 지난 1주일간 먹은 걸 분석해보니 고기 섭취가 부족해서 허기를 메우기 위한 것 하나 하고, 두 번째는 완전 장수식품에 속하는 우거지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막걸리 때문이다. 막걸리는 보관 온도가 생명이다. 이 가게는 그 보관 온도가 아주 적당해서 매번 실패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알맞은 시원함과 맛을 선사한다. 온도가 약간만 내려가도 맛이 덜하고 약간만 높아도 시큼한 맛이 진해지기 때문이다.


제일 큰 것을 시킨다. 둘이 먹기에 양이 많으니, 남는 것은 포장해가면 내일 아침 아이들과 가족의 끼니가 해결되기 때문에 늘 그렇게 주문한다. 먼저 들깨가루를 풀어놓는다. 뼈에서 우려낸 국물과 들깨가 조합되어 걸쭉하고 시원한 맛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더운 여름이지만 장은 따뜻한 음식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뼈 한 조각을 접시에 올려놓는다. 젓가락으로 발려먹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고 약간의 노동이 필요한 일이기도 해서 먹으면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느낌이다.


발라낸 살을 우거지와 같이 젓가락으로 말아먹는다. 촉촉한 돼지고기를 햇볕에 말렸다가 국으로 들어온 우거지의 부드러운 살결이 감싸면서 깊은 맛을 낸다. 막걸리는 어느 음식에나 잘 어울리지만 특히 감자탕과 잘 어울린다. 신선하고 아삭한 풋고추와 시큼하면서도 매력적인 맛을 지닌 무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입안이 깔끔하고 개운해진다. 그런데 감자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입안이 텁텁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뼈를 두 개쯤 발려내고 나서 당면 사리를 주문한다. 한동안은 라면사리를 선호했는데 어느 순간 국물이 너무 걸쭉해지고 라면 면발 안으로 국물이 흡수되어 짠맛밖에 느낄 수가 없다. 그리고 활성 글루텐을 많이 먹는 것이 건강한 장내 생태계 조성에 방해가 된다는 정보에 따라 당면 사리로 변경했다. 당면 사리는 국물과 결합하지 않고 온전히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자신의 탱글탱글한 식감을 온전히 선사한다. 당면 사리와 우거지 잘 어울린다. 그러고 보면 우거지는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아 그리고 늘 이 하이라이트를 은근히 기다려왔다. 감자탕 국물의 흔적 위에 새로운 음식 세계를 만든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볶음밥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영역을 만들고 있다. 약간 잘게 썬 무김치는 밥과 섞이면서 진한 맛을 덜어냈지만, 본연의 맛은 살아있어 입안에서 볶음밥과 제대로 어울리며 즐겁게 해 준다. 처음에는 밥만 먹었는데 요즘은 막걸리 안주로 먹게 된다. 제대로 된 한 끼는 포장해서 간 음식을 먹는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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