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표현하는 대륙 - 숯불 닭꼬치

by 새로나무


여름이 되면 시원한 맥주가 생각난다. 해외출장을 여러 군데 다니면서 우리나라에 대해 가장 아쉬워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왜 우리는 맥주가 맛이 없을까?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상큼한 기운은 날아가고 알코올과 물을 섞어 놓은 듯한 미지근한 맛에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맥주 맛에 변화가 감지되었다. 웬만한 가게에 가도 생맥주가 상큼하고 시원하며 톡 쏘는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집 앞에 이런 곳이 있다니 얼마나 큰 축복인가?


사장님은 닭꼬치 굽는 기술을 강동구에서 이걸 직접 하시는 분에게서 전수받으셨다고 하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염통 꼬치다. 대학시절 닭 곱창은 많이 먹어봤지만 염통은 먹을 기회도 없거니와 염통이란 단어가 주는 위압감도 한 몫한다. 내게 염통이라는 단어는 비릿한 맛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가게의 닭 염통 꼬치를 접하고는 그런 공포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적당한 온도에서 구워낸 염통 꼬치는 즙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겉은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고소한 촉촉함을 맛볼 수 있다. 다섯 점에 천 원이라 주문할 때마다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맛있다. 혹여 비릿함을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소금구이를 권한다. 나에게는 양념 보통맛이 최적이다. 그리고 가끔 스트레스들이 스멀스멀 언덕 너머로 쳐들어올 때면 매운맛으로 무장하여 적들을 물리친다. 효과는 명확하다.


맛을 표현하는 언어는 단순하다. 그래서 맛을 잘 전달할 수 없다. 고소함만 해도 그렇다. 고소함이라는 커다란 맛의 대륙이 있고 고소함이라는 나라들이 여럿 있으며 각각의 고소함이라는 나라를 구성하는 고소함이라는 지역들이 각각 자리를 잡고 있다고 생각하면 고소함에 대한 표현이 어느 정도 정의가 될 것 같다. 그만큼 맛을 표현하는 언어의 한계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절감하게 된다. 감칠맛, 단맛, 쓴맛, 신맛, 달콤 쌉싸름한 맛들도 제각기 커다란 대륙을 형성하고 있다는 전갈을 받은 지 오래다.


브라질산 육계는 국내산보다 훨씬 부드럽고 맛이 풍부하다. 두툼해서 입안에 넣고 씹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닭꼬치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대파를 중간중간 넣고 구워낸 파닭은 가장 선호하는 메뉴다. 파와 닭은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입안에서 수행하면서 미각을 자극한다. 네 가지 맛으로 나뉘는데 파닭의 절대 지존은 소금구이다. 소금과 후추가 적당히 뿌려진 소금구이 파닭 꼬치는 맛보는 동안 잠시만 눈을 감으면 홍콩이나 대만의 먹자골목 혹은 태국의 거리를 연상시킨다.


그다음은 떡과 닭이 만난 떡 닭꼬치. 떡을 구워내면 그 맛이 역시 고소하다. 겨울이면 즐겨먹는 인절미 구이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연상된다. 떡과 닭이 만났으니 가장 빨리 시장기를 면할 수 있다. 그리고 떡과 파와 닭이 만난 롱 꼬치는 이 둘의 조합이다. 이름 그대로 조금 더 길고 한 꼬치 안에서 이 세 가지 맛을 같이 즐길 수 있다. 이 꼬치들에 쓰이는 닭은 여러 부위가 섞여있다.


순살 꼬치는 닭가슴 부위의 살로만 꼬치를 구워내서 부드럽다. 그리고 콜라겐을 섭취할 수 있는 닭발이 있다. 닭발은 대개 매운 양념 맛으로 먹지만 이곳의 닭발은 온전히 불에 구워내 겉으로는 약간 빈약해 보이지만 닭발 특유의 감칠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안암동에 유명한 닭발집이 있다. 1987년 어느 여름부터 가을을 지나 겨울의 턱밑까지 100일 동안 매일 닭발과 양념돼지갈비에 소주 네 병을 친구와 먹었다. 안주는 습작시였는데 서로 써온 시를 읽고 비평을 해주고 그리고 술을 마셨다. 그때 닭발은 교정을 둘러싼 최루탄의 매움을 덜어내 주면서 문학청년의 꿈을 만들어 나가는데 훌륭한 역할을 했다.


닭꼬치와 염통을 어느 정도 먹고 나면 소시지 구이를 시킨다. 소시지는 일일이 칼집을 내고 그 사이로 불맛이 스며들도록 하되 바짝 굽지 않아 촉촉함과 바삭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소시지 하나만으로도 아주 훌륭한 안주감이다. 물론 이렇게 안주가 바뀌는 과정을 신선한 새로운 맥주잔들이 계속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꼬치안주를 주문하고 나오는 빈 공간을 반찬 성격으로 나오는 무와 땅콩이 메워준다.


찬바람이 불면 어묵탕을 주문한다. 후추 내음과 어묵 국물 특유의 맛이 절묘하며, 어묵은 부드럽다. 반건조 오징어 역시 숯불에 구워 나오는데 말 그대로 반건조된 촉촉한 맛이다. 촉촉한 오징어는 씹기에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바다의 짠내가 옅게 배어있어 잠깐이나마 동해의 망망대해를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가끔은 노가리와 아귀 포를 먹을 수 있는데 다들 여느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촉촉함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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