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로나무 Jul 23. 2022

한 사람이 온다

- 한 사람 그 가슴 시린 말에 관하여

한 사람이 온다.   

그가 겪었던 수많은 사건들 그리고 시간들은 

뒤로 물러나 흩어지거나 사라지지 않고

마치 오랜 시간을 흘러 우리들에게 오는 별처럼 

그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다. 

그 빛을 알기 전까지 그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한 사람이 온다. 

사랑과 행복과 고독과 번민 속에서 보냈던 수많은 생각과 느낌들

그 생각과 느낌들이 누군가에게 미쳤을 영향들에 관하여

나와 우리들은 알 길이 전혀 없으므로

그 느낌과 생각에 조금이라도 가 닿기 전까지

그가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선 안된다. 


한 사람이 온다

그가 만났던 혹은 지면으로 접했던 영상으로 접했던

사람들과 관계의 점과 선과 면에 관하여 

나와 우리들은 전혀 알 길이 없으므로 

그가 누구라고 말하기 전에 그가 만났던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해야 한다. 



한 사람이 나와 우리들에게 오는 순간부터

내가 혹은 우리가 덜어내고 비워내서 만든 공간에 

그 한 사람의 경험과 시간과 생각과 느낌과 관계의 선과 점과 면을 함께 공유하게 될 것이다. 


그 사람은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는가 ?

그 사람의 삶의 방식과 태도는 어떤 곳을 향하고 있는가 ? 

그리고 그 사람이 내게 와서 나와 우리와 함께 새롭게 펼칠 삶은 무엇일까?



그 아이가 우리 아이에게 왔다.

그리고 그 아이가 우리 아이를 통해 우리에게 왔다. 

그 아이가 내 아이를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존중하고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지를

내 아이가 그 아이를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존중하고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하는데 우린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그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또 어떤 삶을 배울 수 있는지를

하얀 도화지 위에 그 아이와 우리 아이와 우리들이 함께 

연필로 조금씩 그림을 그리게 될 것이다. 


그들이 그리는 그림을 바라보고 

때로는 함께 그림을 그려나가며

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을 새로운 캔버스 위에 그리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출발이며, 

새로운 우주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출발이자,

일상 속에서 새로운 신비를 경험할 수 있는 축복의 순간인 것이다. 

그러니 헤세의 메시지를 기억하자. 



모든 꽃이 시들듯이 

청춘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생의 모든 과정과 지혜와 깨달음도 

영원하진 않으리.   


삶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새로운 문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이별과 재출발의 각오를 해야만 한다.   


무릇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그것이 우리를 지키고 살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공간을 하나씩 지나가야 한다. 


어느 장소에서도 고향에서와 같은 집착을 가져선 안 된다. 

우주의 정신은 우리를 붙잡아 두거나 구속하지 않고 

우리를 한 단계씩 높이며 넓히려 한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 있는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나리라. 


그러면 임종의 순간에도 여전히 새로운 공간을 향해 

즐겁게 출발하리라.   

우리를 부르는 생의 외침은 결코 

그치는 일이 없으리라. 

그러면 좋아, 마음이여 

작별을 고하고 건강하여라.


- 헤르만 헤세, 유리알 유희 중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책과 음식과 인연과 플랫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