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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Oct 09. 2022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것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동묘역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걷던 도중 앞에서 탁탁 바닥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눈이 안 보이는 한 분이 앞에서 걸어가신다. 노랗고 음각과 양각이 되어 있는 맹인 전용 보도는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한꺼번에 많은 생각들이 밀려온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설치한 인프라를 아무렇지 않게 걷고 있는 사람들의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이 처음에는 들어왔다. 곧이어 만약 내가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밖을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 하루하루 사는 것이 새로운 도전일 것이라는 생각들. 


@1. 장애가 없다는 축복


손가락이 절반 절단된 선배와 오래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다. 나는 그 장애가 어떤 일상의 불편함을 가져오는지 알지 못했다. 그 선배님의 티 안 나게 일하려는 노력도 있었겠지만 상대적으로 무관심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분의 불편함은 그분의 것이지 나의 것이 아니라는 짧은 생각. 그로부터 2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신체적으로 장애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나이가 들며 점점 깨닫게 된다. 비록 허리디스크와 몇 가지 불편한 곳이 있지만, 매일매일 어떤 벽과 마주하는 그런 장애는 없었기에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허리 통증이나 무릎 통증을 느끼면서 더더욱 장애가 없이 살아온 삶에 대해 감사하고 지금 현재 장애가 없다는 것에 감사드린다.


@2. 감정이입은 가능한가?


당장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떠올려보았다. 일단 삶이라는 거대한 전체 속에서 내가 어떻게 자리 잡을지 걱정이 앞선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하나의 거대한 산이다. 그 산은 가볍게 한 존재를 삼킬 만큼 거대하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앞이 안 보이는 분에게 존경심이 들게 된다. 앞이 안 보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숱한 번뇌의 시간을 보냈을 것인지 헤아리기 두렵다. 그리고 마침내 용기를 내어 한 발을 내디딜 때까지의 감정의 변화. 그 무수한 시도와 실패 속에서 얼마나 많은 감정의 변화를 겪었을 것인가? 지금 이렇게 담담하게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는 노란 보도블록을 피해 맨바닥을 툭툭 치며 앞으로 걸어 나간다는 것의 위대함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3. 행동이 입은 더 어려운 문제


몸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걷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로봇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지구상에서 제작된 수많은 로봇들이 완벽한 걸음걸이도 제대로 완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데니스 홍의 얘기에서 알 수 있듯이 걷는다는 것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 완벽한 운동이다. 그 완벽한 걷기를 함에 있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거대한 장애물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완벽한 균형을 잡으며 걷고 있는 분이 그래서 더 대단해 보인다. 도전은 어렵고 포기는 쉽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익숙하게 만들어 마침내 완벽한 균형 속에서 지팡이로 눈을 삼아 앞으로 가는 걸음걸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밀려온다.


불 꺼진 어두운 방 안에서 방향을 잠시만 잃어도 불편함을 느낀다. 완전히 깜깜한 게 아니라 희미하게 반사되는 옅은 불빛들이 있어도 불편함을 느끼는데 완전히 보이지 않는 상황은 감정이입과 마찬가지로 행동이 입을 하기가 불가능하다.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고 잠을 자고 있는 동안만은 깜깜한 세상이지만 그건 보려고 하지 않을 때라 내가 보려고 해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답답할 것이다.  


@4. 감사하는 마음


나는 지금 여기서 내 몸이 온전함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비록 잠시 스쳐갔던 분이지만, 앞이 안 보이더라도 더 많은 감각과 느낌을 보실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 있고 온전히 보고 듣고 느끼고 만질 수 있고 호흡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라는 뜻일 것이라 생각한다. 단지 감사하고 여기 이 순간에 머물며 그 감사한 마음 안에서 평안을 누릴 수도 있고 그 감사한 마음을 바탕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그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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