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라톤에 입문
1996년 사무실에서 막내였던 나는 다섯 명이 일하는 사무실 업무량 전체의 50% 이상을 감당할 정도로 하루하루 업무에 지쳐가고 있었다. ㅋ 신입 일감 몰아주기!! 어느 날 가족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서 우연히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게 인연이 되어 전화업무와 서류업무로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다. 달리다 보면 일상의 사소한 피로와 감정의 골이 잠시 사라져 버렸다. 어느 여름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400미터 트랙을 스물다섯 번 돌았다. 그때의 시원한 추억이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생각났다. 10년간 풀코스 완주 1번, 하프코스 완주 9번을 하고 나서는 그만두었다. 마라톤은 평발이고 허리디스크를 갖고 있는 내가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니었다.
@2. 스피닝 자전거와의 만남
3년 동안의 산악자전거, 3년간 탁구 등을 거쳐 스피닝자전거로 옮겨왔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던 해에 입문했으니 올해로 7년째다. 처음에 TV홈쇼핑으로 중국제 스피닝 자전거를 탔는데 두 달 만에 벨트가 꿇어졌다. 매일매일 두 시간 가까이 타는 바람에 끊어져서, 반품하고 다시 받은 새 제품은 처형댁에 선물로 드리고, 튼튼한 국산 스피닝 자전거를 들여왔다. 스피닝 자전거의 매력은 허벅지에 걸리는 과부하 상태를 조절할 수 있고, 온전히 자전거에만 집중할 때도 있으며, 건강에 필요한 영상을 가볍게 시청하거나 책을 읽으면서도 할 수 있어서 여러 가지로 장점이 많다. 처음에는 좀 지루했는데, 요즘 지루한 건 사라졌다. 운동 후 땀이 씻어준 맑고 상쾌한 몸을 느끼는 즐거움을 단 하루라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간헐적 근력운동
아픈 허리를 잠시 편안하게 해주는 철봉에 오래 매달려 있다가 기운이 빠져서 땅에 내려오면 중력이 끄는 대로 땅바닥으로 향하는 내 몸의 무거움에 힘들어 수도 없이 많은 날들을 힘들어했다. 철봉과 평행봉 운동은 준비운동도 없이 가끔씩 생각날 때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또 한동안 팔 굽혀 펴기를 했었는데 어깨 통증으로 그만두었다. 가끔씩 인바디 검사를 해보면 상체근력운동을 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골격근의 분포가 평균이상이라고 나왔다. 언젠가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상체근육이 체질적으로 많이 발달되어 있어서 무리하게 상체운동을 안 해도 된다는 얘기를 했었다. 사람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그래서 근력운동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픈 허리 근육을 보강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정도로 하체 근육과 등근육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4. 근력운동 입문
아들이 체육대학에 입학하고 보디빌딩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근력운동은 내 관심의 바깥 어딘가에 있었다. 오히려 아들에게 충고를 했다. 무거운 거 들 때 조심하라고.... 보디 빌딩을 하는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십자인대파열된 오른 무릎의 통증이 점점 깊어지면서 근육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아들이 출전한 대회에서 64세의 어르신이 젊은 친구들과 경쟁해서 프로카드를 획득하는 것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되었다. PT를 받기 시작하면서 근력운동에 입문하게 되었다.
지난 한 달 반 동안 근력운동이 몸에 일으키는 긍정적인 변화, 특히 근육의 양과 질적인 면을 동시에 변화시키고 그 변화된 몸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 늦게 시작한 것이 한편으로는 후회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늦었지만 이렇게 시작하게 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아니 늦은 때라는 건 없는 것 같다. 내가 지금 시작했으니 늦지도 빠르지도 않고 적당한 시기에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할 때마다 어깨 근육이 부챗살처럼 펼쳐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놀라운 광경을 매일매일 관찰한다. 점점 가슴이 펴지고 어깨가 벌어지면서 매번 거울 앞에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
헬스장 안의 기구들 각각이 어떤 용도로 만들어졌고 내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차츰차츰 배워나가면서 근육운동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기구와 나, 나와 나의 게임이 그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타인의 시선을 전혀 의식할 필요가 없다. 이건 나에 관한 운동이니까!! 중학교 때 벽돌 깨기, 갤럭시, 제비우스에 한동안 빠져있다가 나왔고 대학생이 되어 팡팡에 빠졌다가 빠져나온 적은 있지만, 그 게임들은 내 몸이 움직이는 게임은 아니었다. 이 게임은 내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내가 평생 해야 될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너무 즐거워서 단 하루라도 이 게임을 하지 않고는 하루를 마감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단 20분 정도의 시간도 서너 종목을 15회 4세트 할 수 있으니.... 지금도 자전거를 타면서 헬스장에 가서 넌 어떤 어떤 종목을 해야 될지 그림을 그려 본다
@5. 내 몸속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의 조화
유산소운동만 꾸준히 하면서 허리와 무릎 통증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근력운동을 병행하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근력운동은 동기부여가 되고, 확실한 결과를 보장하며, 그리고 자신감을 배가시킨다. 유산소운동은 몸에 축적된 노폐물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게 바로 느껴진다. 근력운동은 부하를 늘려나가는 과정을 통해 근육에 통증을 수반한다. 매 세트가 거듭될수록 고통게이지는 점점 올라간다. 스피닝 자전거는 근육에 걸리는 부하와 지루함이라는 고통을 수반한다. 결괏값은 비슷하다. 성취감과 상쾌함을 동시에 건질 수 있다.
근육을 키우는 것과 심폐지구력을 키우는 것 모두 필요하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병행할 것인가? 이에 관해서는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나와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방향은,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 사이에 적당한 간극을 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근력운동 이후 유산소운동을 하면 효과가 높다고도 했다. 지치지 않게 상호보완적으로 진행하련다. 근력운동을 시작한 뒤로 유산소 운동을 오래 하는 것이 힘들다. 적당한 지점을 찾는 것 또한 매일매일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