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장 다녀오는 길. 오후 5시 15분에 수서역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PT 하기 전 충분히 스트레칭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러시아워에 걸린 버스에서 발만 동동 구르다가 7시 10분이 되어서야 겨우 도착했다.
오늘의 PT 중점사항은 가슴과 어깨 근육과 관련한 운동이다. 덤벨 승모근 운동은 10킬로 덤벨을 들고 양팔을 뻗은 자세에서 양쪽의 승모근만 으쓱하며 말아서 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근력운동을 하기 전 가장 많이 나를 힘들게 한 승모근. 장시간 앉아서 근무하다 보면 통증이 거기로 몰려 어느 해에는 매주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갔다. 이 운동을 통해 그동안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통증 유발자로서의 입지를 갖고 있던 승모근을 새로운 위치로 격상시키는 운동이다. 무게가 가벼워 18킬로까지 늘려 15회 4세트를 마무리한다. 오래 앉아 있을 경우, 이 운동을 통해 승모근을 풀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승모근(僧帽筋/등세모근/Trapezius)은 근육 중 광배근, 척추기립근과 함께 대표적인 근육 중에 하나이며, 상부 승모근과 중부 및 하부 승모근으로 나뉜다. 통증을 유발하는 곳은 대개 상부와 중부 승모근이다. 승모근 중심으로 어깨가 많이 아플 때는 밤새 잠을 못 이룬 적도 많다. 승모근에 대한 근력운동은 통증 유발 가능성을 낮춰주며, 머리근육과 어깨와 팔과 연결되어 있어서 이곳들도 편안하게 할 수 있다. 상부 승모근이 발달되면 강인하고 다부져 보이는 인상을 갖게 되는데, 나는 거기까지는 가지 않으려 한다. 안정적으로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통증을 유발하지만 않는다면 좋다. 중부, 하부 승모근을 키우면 등이 두꺼워져서 보기 좋은 체격이 될 뿐만 아니라 견갑골이 벌어지게 해서 어깨가 넓어지는 효과뿐만 아니라 허리 디스크를 앓아온 나를 위해서도 견갑골이 벌어지는 것은 허리 건강에도 좋다.
몸 공부는 하면 할수록 모든 것들이 연결되어 있고,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지점에 이르면 도대체 이 배움의 끝이 과연 있기는 한 걸까라는 생각과 함께 거기까지 굳이 가지 않더라도 조금씩 모르던 것을 알고 운동을 통해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몸과 마음 행복지수가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데 생각이 이른다.
두 번째 운동은 바벨 벤치프레스. 예전에 태백에 내려가서 아들을 따라 헬스장을 방문했었다. 그때 멋모르고 50킬로 무게를 들어 올렸는데 지금 그 동영상을 보면 동작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무리하게 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선명하다. 다만, 한 번도 근력운동을 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그 정도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만 놓고 보면 아들이 볼 때도 대견해 보였나 보다. 그걸 곧이곧대로 칭찬으로 받아들였으니...
오늘은 20킬로의 빈 바벨을 들고 4세트 12회씩 진행한다. 빈 바벨도 만만치 않다. 가슴을 열고 정확한 자세로 바벨을 움직이는 동작. 이전에는 들고 내리는 동작으로 이해했지만, 코치님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밀고 당기는 동작이라고 하셨는데 그 느낌을 이해하면서 동작을 소화하니 20킬로도 결코 가볍지 않다. 무게가 중요한 게 아니라 레일 위의 바벨을 들어 올리는 것처럼 레일 없이 빈 바벨을 정확한 자세로 누운 상태에서 밀고 당길 수 있는 플랫폼을 내 몸에 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세 번째 운동은 바벨 오버헤드 프레스다. 이전에도 배운 적이 있었는데 혼자 연습할 때는 한 번도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 핵심적인 운동이지만 고난도 운동이어서 동작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빈 바벨로 시작한다. 가슴을 열고, 복부와 하체를 단단히 고정한 다음 반듯하게 들어 올리는 동작을 10회 수행한다. 그동안 어깨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빈 바벨로는 가볍게 코치님의 가이드와 눈높이를 맞출 수 있었다. 뿌듯하다. 무게를 올리신다길래 내심 뭐 10킬로나 20킬로를 생각했다. 그런데 2.5킬로 추를 양쪽에 달아주신다. 막상 10회 수행하는데 이 무게가 만만치 않다. 아직 내 몸 안에 오버헤드 프레스를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 구축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바벨을 다루는 모든 사람들이 존경스러워진다. 아주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사람은 불가리아 출신으로 터키 대표로 활약했던 147cm의 나임 쉴레이마놀로다. 그는 인상경기에서 자신의 몸무게인 60킬로그램보다 2.5배인 152.5킬로를, 용상경기에서는 자신의 몸무게의 3배가 넘는 190킬로그램을 들어 올렸다. 올림픽에서 세 번이나 금메달을 따냈다. 과연 그 경지가 어떤 곳인지 상상하기 어렵다. 내 몸의 잠재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잊고 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것을 보면 내가 근력운동을 정말로 점점 더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습해야 한다.
혼자 운동할 때 연습하지 않으면 PT 받는 것이 의미 없다. 하기 싫고 어려운 운동일수록 반복훈련을 통해 내 몸 안에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무리하게 무게를 올리는 것보다는 가볍게 여러 번 반복하면서 무게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매번 PT 받을 때는 이렇게 다짐하는데 막상 혼자 운동할 때는 하기 싫거나 자세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운동은 잘 안 하게 된다. 흠. 앞으로 이틀간 나를 두고 보겠어!!
오늘 마지막 운동은 Cable Chest Press. 이 동작 역시 엉덩이를 뒤로 밀어내고 다리를 살짝 구부린 상태에서 바벨 벤치 프레스와 같이 밀고 당기는 동작인데, 그동안 혼자 연습을 잘 못해서 그런가 어깨 통증 때문에 팔꿈치를 수평으로 유지하기가 어렵다. 근력운동을 마치고 스트레칭을 하느냐고 물어보시길래 안 한다고 했더니 스트레칭을 운동 시작 전과 끝난 후에 반드시 해줘야 한다고 했다. 통증이나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꼭 해야 한다고. 그러고 보니 운동을 마칠 때 한 번도 스트레칭을 하지 않았다. 팔꿈치로 움직이는데 수평이 되지 않아 억지로 마쳤다. 꼭 스트레칭으로 어깨를 풀어주고 다음번에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PT를 받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