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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Aug 14. 2023

근력운동 명상 #1

6월 처음 PT를 받은 이후 오늘까지 거의 매일 헬스장을 찾는다. 유산소 운동과 달리 근력운동은 순간순간 자신의 몸과 기구와 대화를 나누면서 변화하는 움직임을 알아챌 수 있는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매력은 오늘처럼 여러 사람이 운동을 하고 있어서 그 열정적이고 힘찬 에너지를 서로 교환하면서 운동을 하는 매력이 있다. 같은 공간에서 운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살피게 된다. 기구를 사용하는데도 순서를 기다려야 할 때가 있고 내가 운동하는 그 시선 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기도 한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의 수행능력을 올리는데 타인이 기여하는 매력. 근성장이란 말 혹은 근테크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나의 성장은 근육이 찢어지고 다시 붙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 결과를 받아보는 매일매일의 나의 모습이 치명적인 매력이 아닐까? 

토요일 오후 사람들이 붐비는 헬스장에서 제일 먼저 레그 익스텐션을 잡는다. 무게를 45킬로에 맞추고 첫 세트를 시행하면서 조용히 눈을 감아본다. 시선을 정면에 두고 있을 때의 밝은 세상과 달리 눈을 감는 순간 온전히 내 몸 안으로 집중할 수 있고,  내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천천히 살펴보게 된다. 나는 뇌를 통해서 이 동작을 명령한다. 그 명령은 신경을 통해, 다리 근육에게 전달되고, 대퇴사두근은 이 명령을 곧바로 수행한다. 허벅지 안쪽에서 시작된 이 동작은 허벅지 전체를 움직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발목받침대를 밀어내는 발목과 그리고 반원을 그리는 발꿈치를 의식한다. 눈을 감고 운동하는 자칭 <근력운동 명상>에 들어간다. 눈을 감고 동작을 시행하며 내 몸에 깊이 집중한다. 지금 여기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집중하게 된다. 

지난 일주일 동안 벌어졌던 시시콜콜한 세상 이야기들은 잠시 나와 분리된다. 특히 불쾌했던 기억들을 잠시 접어둔다. 즐거웠던 기억도 잠시 접어둔다. 만약 내 기억 속에서 망각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나는 내가 경험한 일들에 파묻히게 될 것이다. 적당한 망각을 통해 나는 숨을 쉬며 현재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근력운동 명상>은 운동과 동시에 명상을 수행하는 과정이다. 망각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긍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느낌과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내 몸 안의 무엇을 생각하게 된다. 

High Low를 50킬로에 맞춰놓고 운동을 수행한다. 이 운동의 매력은 내 바깥 어깨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 지난 두 달간 당기는 동작과 놓아주는 동작을 할 때 내 몸의 변화를 보며 신기해했다. 으쓱해지고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순간을 경험했다. 오늘은 눈을 감고 동작을 시행한다. 눈을 떴을 때와 달리 코치님이 처음 이 동작을 가르쳤을 때의 메시지들이 하나씩 되살아난다. 손목을 쓰지 않도록 팔은 직선을 유지하고, 팔꿈치로 당기고 그 스피드를 조금 끌어올리며, 팔꿈치가 완전히 뒤로 향해서 어깨 뒤쪽 근육이 자연스럽게 말리는 과정을 찬찬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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