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 Curl로 자리를 옮겨 20킬로그램을 달고 왼 다리로 15회, 오른 다리로 15회 시행한다. 이번에도 눈을 감고 시행한다. 무릎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서 주의 깊게 집중한다. 왼 다리는 통증이 없으나, 한번 다친 오른 다리에 신경이 쓰인다. 통증이 일으키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부자연스러운 동작이 시행된다. 이걸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른쪽 무릎 안쪽에서 지진의 진앙처럼 퍼지는 통증의 진원지를 의식적으로 집중하면서 이 동작을 시행한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15킬로를 달았을 때도 오른쪽 안쪽 무릎에 미세한 통증이 느껴졌었다. 그동안 동작을 반복하면 통증이 조금씩 줄어들었는데, 오늘은 그럼 통증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무릎 통증의 원인이 그 어디에 있었고, 이 통증이 내 몸에서 어떻게 작용을 하고 있고, 이 통증을 뇌를 통해 자각하게 되는 그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게 된다. 내 몸의 동작을 통해 근육 세포들의 작동원리와 뇌신경계통의 작동 원리를 어떻게 세세하게 알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근력운동 명상, 내가 지어낸 말인데 너무 매력적인 언어다>을 하면서 통증이 나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근력운동 혹은 보디 빌딩의 궁극적인 목적이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겠지만, 나는 살아있는 동안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내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내 몸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동작을 하나씩 수행하면서 뭔가 대단한 것을 만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루하루 삶을 사는 방식의 일부이고, 과정일 뿐이라는 걸 오직 지금 이 순간 여기서 내가 근력운동을 하면서 눈을 감고 완전히 내 몸에 집중할 뿐이다.
. Plate Loaded Incline Press. 이 기구는 앉아서 준비하고 호흡을 고르는 동안 잠시 눈을 감아본다. 사선으로 앉게 되는 이 자세가 주는 편안한 느낌을 먼저 가져본다. 엉덩이가 자리 가장자리에 밀착되고, 몸은 완전히 사선에 기댄다. 몸을 끌어당기는 중력의 편안함에 이끌린다. 이 기구는 내가 이제까지 봤던 어떤 기구보다도 나를 편안하게 감싸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곧 근육 운동을 실시하면 그런 무게감과 고통을 느끼겠지만, 그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눈을 감고 이 사선으로 뉘어진 의자에 누워 편안함을 한껏 즐겨본다. 눈을 잠깐 뜨고 손잡이의 그립을 확인하고 다시 눈을 감고 첫 세트 12회 동작을 시행한다. 어깨에 전해지는 자극과 팔꿈치의 각도, 가슴이 열리는 느낌, 그리고 밀어낼 때의 무게감, 밀고 내려받는 속도의 일정한 상관관계를 생각하며 진행한다. 근육의 자극, 미세한 그 자극을 느끼며 지금 이 순간 온전히 내 몸에 집중하고 있다. 아 이런 엄청난 혜택을 받으며 살고 있다는 엉뚱한 생각이 나를 감싸 조용히 웃음을 참으며 네 세트를 마무리한다.
8킬로그램 덤벨을 들고 스쿼드 자세를 잡는다. 눈을 감고 몸의 균형과 중심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약간은 염려가 된다. 우선 아래 몸의 각도를 확인하고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고 지면과의 관계를 설정한 후 눈을 감는다. 그리고 15회를 실시한다. 코치님의 메시지 중 제일 힘들고 수행하기 어려웠던 일이 호흡이다. 내려가고 올라가는 동작의 과정에서 호흡을 몰아서 한 번에 후 하고 다시 들이마시고 동작을 수행하는 일이 따라 하기 어려웠다. 스쿼드가 이렇게 힘든 운동인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타이밍에 맞게 일정한 호흡을 할 수 있다. 엉덩이를 뒤로 밀면서 내려갈 때, 몸에 전해지는 무게감과 중력, 올라올 때 엄지발가락에서 발전체로 그리고 하체 전체로 지면의 반발을 느끼면서 중력을 밀어내는 느낌을 확인한다. 이번에는 내려가면서 무릎을 좌우로 벌리고 골반이 열리는 것을 느낀다. 무엇보다 호흡을 가다듬고 호흡의 타이밍을 잡을 수 있어서 기분 좋다.
Low Low로 옮겨 호흡을 가다듬고 무게추를 40킬로그램에 맞춘다. 눈을 감고 갑자기 엉뚱한 상상을 한다. 김훈의 <칼의 노래>에 등장하는 격군들의 어깨를 상상한다. 한번 전투가 시작되면 며칠 동안 선실에서 노를 저어야 했던 그 엄청난 노동을 생각한다. 목숨을 건 전투에서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그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상황 속에서 오직 노를 저어가며 앞으로 전진하던 격군들의 어깨너머에 애잔한 삶의 영혼이 보이는 듯하다. <근력운동 명상>이 주는 혜택은 운동에만 머물지 않고 상상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기 이 공간은 인류역사상 유례 없는 평화의 시기라는 점에 감사한 마음이 스며든다. 당길 때 내 몸이 작동하는 방식과 근육이 형성되는 모양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전함의 격군들을 상상하며 점점 더 힘을 낸다.
이번에는 눈을 뜨고 <근력운동 명상>을 한다. 네 개의 원판을 사방에 놓고 한쪽 다리를 들고 골반을 접어 숙이면서 맨 앞의 원판을 두 손으로 터치하고 일어선뒤 다시 왼쪽의 원판을 터치하고 그다음 오른쪽의 원판을 터치하고 가장 어려운 뒤쪽 원판을 한 손으로 터치한다. 이번에는 발을 바꿔 시행한다. 몸 전체의 균형과 동작을 수행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균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게 쉽지 않다. 근력운동을 하기 전만 하더라도 평범해 보였던 그 모든 것들이 제대로 시작하면서 하나도 쉽지 않다.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몸이 좀 더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지는 긍정적인 지평으로 가고 있음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