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은 아들이 한창 보디빌딩을 하던 때, 선배 헬스트레이너를 만나 운동도 하고 유튜브 촬영을 하러 자주 왔던 곳이다. 아들이 운동을 하는 동안 수원 못골종합시장에 들러 장도 보고, 시장에서 파는 국수도 즐겨 먹었다. 숙소에 체크인하며 제일 먼저 피트니스 센터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출장업무를 끝내고 저녁식사를 하기 전 짬을 내어 피트니스 센터를 방문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좋은 시설에서 운동했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호텔의 피트니스 센터라고는 하지만 기구가 낡고 초라해 보였다. 그런데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 구도를 짜고 나니 그런 생각은 금방 사라져 버렸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그 구도를 구체화시킨다. 상체와 하체로 구분해 보면 스트레칭은 상체에 70% 가까이 투자한다. 하체는 언제든 근력운동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만, 상체는 좀 더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운동하다가 다치면 말짱 도루묵이므로 다치지 않는 게 목적이고, 근력운동과정에서 걸리는 부하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그다음이다. 처음에는 스트레칭 자체가 지루했었지만, 지금은 그 중요성을 점점 더 느껴서 그런지 그 자체도 즐기게 된다. 약간 과장하자면 하루종일 스트레칭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몸을 이완하고 몸의 상태가 어떤지 잘 살펴보고 몸이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점에서도 스트레칭은 매력적인 운동이다.
뿐만 아니라 운동을 하면 할수록 호흡의 중요성과 호흡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점점 더 심화학습을 하는 느낌이다. 호흡의 존재를 느끼고 사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 국선도를 처음 접한 20대 시절을 제외하면 호흡의 중요성과 그 의미를 깊이 인식하지 못했다. 가끔 명상을 깊이 하는 과정에서 복식호흡 혹은 단전호흡을 하면서 호흡의 중요성을 깨닫곤 했지만 잠시였다. 근력운동에서 호흡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들숨과 날숨과 근육의 움직임이 상호의존적 관계임을 매 순간 느낀다. 호흡은 근육을 만드는 근원적인 에너지다. 스트레칭은 근력운동의 다양한 부하지점을 체크하고 속속들이 호흡이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길잡이다.
내 몸 중 많이 아끼고 보듬어야 할 부위는 허리와 무릎이다. 오랜 세월 통증으로 고통받던 곳이고, 아프기 전에는 그 중요성을 몰랐다가 아프고 나니 더 소중함을 알게 된 존재다. 평상시 사용하던 기구와는 다른 기구라 우선 허리와 엉덩이를 단단히 받쳐둘 지점을 찾는데 집중한다. 무게는 그다음이다. 오래전 미국에서 제작된 기구라 무게 단위가 파운드라 잠깐 헷갈린 지점을 정리한다. 첫 세트, 첫 회는 늘 새롭다. 엊그제 최코치님의 피드백을 제대로 지켜보고자 한다. “매 회를 할 때마다 제대로 세팅되어 있는지 살펴보면서 진행한다.”는 대목이다. 세트 단위로 새롭게 세팅은 했지만, 매 회 동작 프로세스를 섬세하게 체크하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랫풀 다운 기구 역시 평소 사용하던 것과는 달라 시작지점을 찾고 세팅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내가 만들어온 플랫폼을 다듬는 게 중요하므로 무게는 신경 쓰지 않는다. 기구가 작동하는 미세한 소리와 나의 호흡이 채우는 이 공간 이 시간의 느낌이 너무 좋다. 기구는 단 한 개 분이지만 네 가지 종목이 가능하다. 그 외에는 덤벨만 있다. 덤벨로 할 수 있는 종목은? 20파운드 덤벨을 들고 스쾃 4세트, 10파운드 덤벨을 양손에 들고 좌우로 레이즈, 상체를 완전히 접은 상태에서 레이즈, 전방으로 레이즈, 그리고 처음엔 20파운드, 나중에는 25파운드를 들고 한 손 레이즈 이렇게 다섯 종목을 소화한다. 근력운동을 마무리하는 종목은 스피닝 자전거.
지금 이 순간 내가 아무런 문제 없이 현재를 즐기고 있다.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은 아주 믿을만한 동반자다. 굳이 오늘 흘린 땀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갈지 생각하지 않아도 좋다. 불안과 근심과 걱정을 뒤로하고 든든한 몸을 거울에 비춰보는 빛나는 순간만 간직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