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가방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패드가 사라진 것이다. 처음에는 어제 숙소의 상황을 생각해 보았다. 문을 열어놓고 나갔는데 문이 저절로 닫혀있어서 누군가 들어왔다 나간 것인지를 의심했다. 그러다가, 아이패드를 분실했을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지금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한번 더 생각해 보니 혹시 비행기 좌석에 놓고 온 것인지 약간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그동안 출장을 얼마나 많이 다녔는데, 이걸 놓고 내린단 말인가? 최근 뇌공부를 하면서 언제든 오류 가능성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가가 했다. 그러고 나니 상실감이 많이 줄었다. 마음속으로 베스트 시나리오를 그려보았다. 내일 비행기 탈 때 내가 분실한 아이패드를 가져다주는 상황을 생각했다. 분실물센터에 접수된 물건에 내 아이패드는 아직 없었다.
아침 식사를 하러, 2층 식당에 내려갔다. 다양한 음식들이 즐비하다. 내 몸을 위한 루틴을 적용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습관을 들인 터라 브로콜리와 양배추, 오이 등의 채소와 생선, 계란말이와 된장국 정도를 판에 담았다. 후배님이 내가 먹는 양을 보고 놀랜다. 예전에는 아침을 엄청 많이 먹었다. 거기에는 밥과 달달한 빵종류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는 오렌지 주스와 사과주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는 그런 음식을 먹지 않게 되었다. 더구나 전날 이미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한 터여서 몸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기로 한다.
마쓰야마 역에서 JR을 타고 간다. 가기 전에 시간이 남아서 커피숍을 방문했다. Stella’s라는 커피숍은 아담하고 아주 예뻤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해살이 싱그럽다. 텀블러에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할 때 대충일본어로 얘기했는데, 그냥 물만 담아주셔서 거기에 스푼으로 커피를 조금씩 옮겨놓았다. 이렇게 연하게 먹는 게 너무 좋다. 커피라기보다는 커피차에 가깝다. 디저트로 제공하는 쿠키는 스킵했다. 이제는 이렇게 지나치기가 아주 쉽다. “Warm heart communication from our home to yours가 약간 어색한 영어지만 뭘 의미하는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2023 CES 방문 시 일본회사들의 부스에서 본 그런 약간 어설픈 영어 느낌도 있지만, 뭘 그렇게 따질 일인가? 마음만 받으면 그만이지!!
드디어 열차를 타고 우치코로 향했다. 날씨가 맑아서 바깥의 풍경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특히 차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너무 좋다. 시골 마을의 풍경은 비슷비슷한 거 같다. 가는 길에 우치코좌라는 옛날 극장을 관람했다. 사람 사는 곳에 예술이 빠지면, 먹고사니즘이라는 뼈대만 남는다. 삶에 살을 붙이고 활력소가 되는 것은 예술이다. 이 극장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웃고 울고 했을까? 2층에서 햇살을 받으며, 극장 안을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았다. 일본 정치인들의 탐욕이 일본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불러일으켰고, 이렇게 방문할수록 그 편견을 걷어내게 된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
다시 길을 나서, 왁스와 화장품 원료 제조를 통해 부를 축적한 대갓집을 방문했다. 소나무와 다른 나무들을 섞어서 못이나 이런 거 사용하지 않고 서로 끼워 맞춰 만든 집은 약간은 소박한 느낌을 풍긴다. 30평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40명이고 가정부가 다섯 명이었다고 한다. 집안과 밖의 일본식 조경은 아담하고 이쁘다. 이제 배고픈 느낌이 온다. 아침을 많이 먹고 많이 소화시키는 것보다 이렇게 가볍게 사뿐사뿐 먹는 재미가 있다.
여섯 명 모두 메밀정식을 선택했다. 생맥주가 없어 병맥주를 주문했는데, 맛이 비슷하다. 메밀은 쫀득쫀득했다. 고추냉이와 파를 한 접시 더 달라고 해서 국물에 넣었는데, 욕심이 과했다. 고추냉이로 입안이 얼얼하다. 물을 계속 부어 연하게 만들어 먹었다. 한 번은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고추냉이가 제대로 자극한다. 자극하고는 곧바로 빠져나가는 그런 느낌이다. 튀김은 반 정도 남겨놓고 나왔다. 예전에는 아주 좋아했던 음식인데, 튀긴 밀가루가 장 생태계에 미치는 좋지 않은 영향을 공부하고 난 뒤로는 가급적 먹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먹게 될 때는 아주 맛있게 먹는다. 빈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안 먹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튀긴 음식은 맛있지 않은가?
역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오즈역을 향했다. 맑은 날씨에 이렇게 상쾌하게 걸으며 서로 깔깔대고 웃는 모습이 소풍 나온 거 같다. 오즈의 마법사의 오즈는 아닐 것이다. 점심을 가볍게 먹어둔 덕분에 간식을 먹으러 갈 수 있었는데, 캔맥주를 판다고 해서 다른 곳을 찾아 이동한다. 가락국수집을 만났다. 아쉬운 대로 병맥주와 치킨 가라아게, 새우튀김, 돼지고기구이 등을 주문한다. 가격이 2천 원대에서 5천 원대라 전혀 부담이 없다. 이번에 다니던 직장을 옮기게 된 후배님이 간식을 쏘기로 해서 기분 좋게 먹는다. 나도 그 이동에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었기 때문에 뿌듯했다. 치킨 가라아게는 겉바속촉의 진리를 잘 구현했다. 국물이 먹고 싶어 라멘을 주문했는데, 해산물 베이스의 육수가 감칠맛이 나고 맛있었다. 어느덧 빈병이 수북이 쌓였다. 마쓰야마로 가는 열차에서 20분 정도 꿀잠을 잤다. 몸 전체가 개운하다.
곧장 도고온천으로 향한다. 그동안 다녔던 온천 경험에 비추어,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일까? 온천탕은 너무 실망스러웠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렇지 좁은 데다, 노천탕도 없었다. 대충 20분 정도 있다가 곧바로 나왔다. 숙소로 가기 전에 실을 사야 한다는 멤버와 함께 트램을 타고 가다가 중간에 내렸다. 실을 사고 숙소로 향하던 중 반가운 뉴스가 왔다. 교자만두 간식을 먹고 있다고…. 바로 옆이었다. 생맥주에 완두콩 찐 것과 양배추, 그리고 교자만두를 먹었다. 육즙을 잔뜩 머금고 있어서 그동안 먹었던 바삭한 만두와는 다른 식감을 제공했다. 하 이번에도 간식이라고 또 후배님이 쏜다. 너무 많이 얻어먹는데 감사한 일이다.
이제 메인 코스를 향해 출발한다. 1인당 소고기 8점의 접시가 등장했다. 고기의 양과 가격을 생각하면 참 일본 답구나! 고기의 맛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적쇠도 갈아달라고 하면 잘 갈아줘서…. 그동안 같이 일본여행 와서 먹었던 고깃집들이 스쳐 지나간다. 홋카이도에서 먹었던 양고기 구이(아 이 집은 불판을 절대 바꿔주지 않는다. 자욱한 연기가 꽉 찬 방이었지만 맛있게 먹었던 기억), 벳푸의 와규집이 고기의 질은 가장 좋았던 것 같다(카드가 안된다고 해서 할 수 없이 후배님의 현금을 빌려 계산하고 나중에 돌려주는 해프닝이 있었다. 일본은 여전히 현찰을 좋아하고 현찰을 고집한다.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일까 아니면 카드 수수료가 높아서일까 내 생각에는 현금을 보유하려는 기질이나 특성이 있으리라고 본다)
우레시노에서는 고기를 먹었는지 잘 모르겠다. 하카타에서는 먹었다. 번화한 거리만 생각난다) 음식은 과거를 소환하는 기능이 있다. 음식을 먹으며 과거를 소환해서 여기 이 자리에 지금 먹고 있는 고기 속에 넣으면 고기맛은 배가 된다. 물론 같이 시간을 보내는 멤버들의 얼굴을 쳐다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안주거리다.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시며, 깔깔거리는 이 시간….. 행복한 순간…. 현재의 삶은 항상 영원으로 나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