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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나무 Oct 23. 2020

찬바람을 이겨내게 해주는어탕과 어죽


어탕은 어죽과 동의어라고 생각한다. 정육식당과 어탕은 어색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둘이 뭉쳐야 할 확실한 근거를 나는 경험 속에서 간직해 왔다. 전남 장흥 토요 우시장을 방문했을 때 소고기 등심과 키조개를 같은 불판에서 요리하는 것을 보면서 해물과 육류를 융합하는 문화의 멋진 생소함을 체험했다. 몸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자체로 아주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나는 어머님 대지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내 생명의 원천은 저 해양 한가운데에서 생명으로 싹트기 시작한 미생물에서 출발한다. 내 배속에는 여전히 30억 년 전의 미생물의 흔적이 100조 개나 되는 장내 미생물로 나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 장내 미생물은 나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내가 그들을 거역하면 그들은 장내 세포와 결합해 나를 공격할 것이다. 그러니, 매 순간 나의 몸과 감정을 잘 누그러뜨려 그들과 공존해야 한다. 


어탕은 끓기 전에는 차가운 모습이다. 거기에 국수 줄기가 맥없이 늘어져 있다. 그런데 끓기 시작하면 생선을 갈아 넣은 특유의 구수한 국물이 나를 반길 준비를 한다. 그전날 술을 먹었든 안 먹었든 해장이 되는 느낌이다. 위장 세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시 태어난다. 그러니 매일매일 위장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건강이 유지된다. 정반대로 장세포는 15년 9개월 주기로 다시 태어난다. 


어탕은 위장을 따뜻하게 만들고 장내 미생물에 먹이를 공급하면서 몸 생태계 전체에 균형을 잡아준다. 계란탕은 사이드 메뉴였는데 처음에는 별도로 먹다가 그 어탕과 어죽에 합류시키자 완전히 다른 역할을 수행했다. 어탕과 어죽의 약간은 무딘 날카로운 맛을 잠재우는 부드러움으로 입맛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위와 장도 더더욱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4년 동안 어탕과 어죽만 먹다가 삼겹살을 곁들이는 선택을 했다. 육류와 해물 간의 협력적 분위기는 수백 개의 미각 수용체를 깨어나게 할 뿐만 아니라 신선한 느낌도 불어넣어 주었다. 삼겹살은 원재료가 주연과 조연을 도맡아 한다. 익기 전 빛깔과 익은 후 빛깔은 선명하고 명확하며 마침내는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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