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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서 3일 : #4 체코 맥주 라운드 2

by 새로나무

밤이 되어도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문득 바닥에 박힌 돌들을 바라본다. 아스팔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깊이 새겨져 있다. 심지어는 색깔별로 디자인된 길들도 열려있어서 다채롭다. 한두 사람의 아이디어는 아니었을 것이다. 작업은 더디고 힘들었을 것이다. 대량생산된 블록들을 맞추는 일도 여간 힘들어 보이지 않는데, 돌을 하나씩 깎고 다듬어 촘촘하게 이를 맞추는 일은 고단한 일이었을 것이다. 힘든 일을 해야 편한 즐거움을 맞을 수 있다고 했는데, 이런 작품들은 세대와 세대를 넘어서는 일들이고, 그 혜택을 까마득한 뒷세대들이 받는 것이다. 처음에 길을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낮과 밤의 차이는 미묘하다. 건축의 아름다움은 빛 속에서 빛나고 빛이 사라진 가운데 인간이 만들어낸 빛을 통해 그 빛을 발한다. 오래된 것들이 줄 수 있는 아름다움은 오직 오래 축적된 시간의 퇴적 속에 존재하는 것. 빨리빨리 짓고 빨리빨리 재건축 심사를 하고 빨리빨리 새 건물을 짓는 문화 속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람도 이와 같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오래된 사람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후대에 남기지 않으려고 애쓰고 후대 사람들이 그런 오래된 아름다움을 칭송하면서 학습하는 열린 사회는 정말 불가능한 일인가?

웬세스라스광장에서 바라본 국립박물관의 정경이 아름답다. 발길은 숙소를 향한다. 가는 길에 쇼팽의 두상이 서있다. 쇼팽은 폴란드만의 바르샤바만의 쇼팽이 아니다. 그가 다녔던 곳, 그가 삶의 흔적을 남긴 곳에 쇼팽이 있다. 짧지만 강렬한 음악을 남기고 간 그의 음악을 떠올린다. 발라드, 마주르카, 왈츠, 에튀드, 피아노협주곡, 너무나 좋아하는 폴로네즈, 스케르조.... 그리고 지금 이 밤에 딱 어울리는 녹턴 2번까지....

밤만 되면 맥주에 대한 욕심과 욕망이 분출한다. 체코에서는 아니 프라하에서는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그래서 또 다른 맥주를 만나러 간다. 숙소 바로 밑의 Meet Beer. 이 가게의 상호가 아주 매력적이다. 밖에 걸어둔 간판에는 Meat Beer라고 쓰여있었고, 가게 정면에는 Meet Beer라고 씌어 있었다. 중의적 표현이다. 가게 주인의 위트가 느껴진다. 아주 근사했다.

Březňák은 체코 Velke Brezno에서 생산되는 필스너형 맥주다. 문헌-상으로는 1606년에 처음 언급되었고, 1753년 Ferdinand에 의해 설립되었다고 한다. Victor Cibich(1856-1915)는 그 지역에서 이 맥주를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의 초상화는 생전인 1906년부터 라벨에 실렸으며, 1945년 중단되었다가 1990년에 다시 재개되었다고 한다. 필스너 보다 약간 가볍고 깔끔하다. 비엔나에서 의문을 품고 있다가 프라하에서 그 의문을 걷어냈다. 바로 거품의 맛과 부드러움!! 거품맛을 점점 더 알게 된다.

호기심은 또 다른 호기심을 불러온다. Krusovice! 오늘만 세 번째 라거 맥주. 투명한 황금빛, 실제로 황금은 투명하지 않고 빛나기만 하지만, 이 투명한 황금빛은 빛을 투과시키며 영롱한 자태를 뽐낸다. 향은 별로 없고, 탄산감과 목 넘김이 강한 라거. 'Lager'라는 말은 독일의 '저장고'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 뭘 저장하고 있다는 것일까? 하면 발효를 과정에서 효모들이 바닥에 가라앉아 저장고에 위치한다는 뜻일까? 세계 맥주소비의 70%를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이 황금빛의 유혹 때문이 아닐까? 아니 맑고 깨끗하면서 시원한 맛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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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에서 맥주생산은 9세기부터 수도원에서 양조를 시작한 것이 기초가 되었습니다. 이후 13세기에 체코 지역에서 본격적인 맥주 양조가 활성화되었고, 19세기에는 현대적인 필스너(Pilsner) 스타일이 등장하며 전 세계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맥주의 첫 공식 기록 (993년): 보르지보이(Boleslav II) 공작이 수도원에 맥주 양조 허가를 내준 것이 체코 맥주의 시작으로 여겨집니다. 중세 맥주 양조 (13~14세기): 체코 전역에서 양조장이 증가하며 본격적인 상업적 맥주 생산이 시작되었습니다. 플젠의 혁명 (1842년): 필스너(Pilsner) 스타일의 맥주가 처음 탄생하여 현대 라거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체코는 현재도 1인당 맥주 소비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로, 맥주 문화가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채소가 몸에서 하는 역할을 공부한 뒤로는 친구처럼 지낸다. 구운 채소 요리는 익힘 정도가 무르지 않고 딱딱하지 않은 적당한 수준이어서 좋았다. 브로콜리를 다루는 솜씨가 예술이다. 대충 만들거나 냉동음식을 조리해서 주는 곳이 아니라, 제대로 된 요리를 해주는 곳이라, 내일 저녁 식사장소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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