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귀한 이야기]
사람이 많은 길에서는 이상하게도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괜히 눈에 띄는 것 같고, 괜히 민폐가 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조용히 지나가기를 선택합니다. 남들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길가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몰랐지만,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와 웅성거림으로 상황을 짐작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평소처럼 길가에 앉아 있다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들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을 좀 불쌍히 여겨 달라고요. 주변 사람들은 곧바로 그들을 꾸짖었습니다. 시끄럽다고, 조용히 하라고. 이런 자리에서 그런 식으로 외치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크게 외쳤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 보다 지금 이 순간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기회라는 것은 늘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보다, 마지막까지 부르는 사람에게 가까이 오는 법이니까요.
그때 앞서 가던 사람이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불러 물었습니다. 무엇을 해주면 좋겠냐고요.
그들은 잠시 망설이다가 아주 단순한 부탁을 했습니다.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그날 이후로 그들의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앞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그 사람을 따라 길을 떠났습니다.
아마도 그날, 세상이 처음으로 또렷하게 보였기 때문일 겁니다.
(마태복음 20 : 29~34 능력의 주님을 향한 믿음의 부르짖음)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이 깜깜합니다. 칠흑 같은 어둠이 온몸을 감싸고 있습니다. 코앞에 놓인 문턱에 걸려 넘어질 수 있고,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힐 수도 있습니다. 매 순간 불안과 씨름하고 걱정과 줄다리기합니다. 하루 이틀일이 아닌데도 마음은 늘 불편합니다. 기적을 바랄 힘도,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여유도 없습니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중얼거릴 뿐입니다.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한 달 뒤, 아니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알 수 없습니다. 짙게 깔린 어둠 속을 오늘도 그저 헤엄칠 뿐입니다. 바둥대지 않으면 멈추고, 그 자리에 멈추면 가라앉습니다. 내일의 짐은 무겁고, 내가 가진 것은 가볍습니다. 당겨도 움직이지 않는 줄을 붙잡고 있는 기분입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도, 여전히 버겁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되뇝니다.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주변에서 조용히 좀 하라고 합니다. 별 일 아니라고 합니다. 너보다 힘든 사람도 있다고, 너 정도면 운 좋은 거라고 합니다. 그들은 내 마음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한 번 더 말합니다.
"나는 불쌍한 사람입니다..."
그때 누군가 묻습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원하느냐?"
"눈 뜨기를 원합니다."
정말로 눈이 떠졌습니다. 보이지 않던 세계가 열렸습니다. 나는 그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을 뿐인데 말입니다. 여전히 오늘을 살아야 하고, 현실은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어딘가 조금 다릅니다. 내 작은 속삭임을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그 목소리에 대답해 주는 이가 있다는 것. 나를 진심으로 위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아무래도 나는 그게 필요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