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에 처음 간 우울증 환자는 무얼 할까

(1)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 일어나는 일들

by jingzhen

2025년 4월 28일 우울증을 진단받았습니다.

당일 저녁 6시 30분쯤 홍대입구역 인근 건물 2층에 있는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 가기 위해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자꾸 눈물이 났습니다. 의사 선생님에게 무슨 말을 할지 머릿속으로 되뇌다 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병원에 울면서 들어가는 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안경을 벗어 손등으로 자꾸 눈물을 닦아냈습니다. 그런데 조금 있으면 또 눈물이 났습니다. 눈물을 잘 닦아냈을 때 얼른 병원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엘리베이터는 지하로 내려가 지하에 있는 모든 층을 꼼꼼히 훑고 나서야 올라왔습니다.


병원에 들어가니 여성 간호사 선생님 두 분이 접수대에 앉아 계셨습니다. 그중 목소리가 차분하신 중년의 간호사 선생님께서 제 이름을 부르시며 'OOO 씨이신가요?'라고 물으셨습니다. 예약한 시간에 방문했기 때문에 제가 누군지 알고 계셨겠지요. 2주 전 네이버를 통해 병원 첫 방문 일정을 예약할 때 병원에서 예약 확인을 위한 전화가 왔었습니다. 그때 전화로 대화를 나누었던 분이 바로 이 목소리가 차분하신 간호사 선생님이었다는 걸 단박에 알았습니다.


통화에서 간호사 선생님이 제게 '무엇이 불편해서 병원에 오려고 하냐'고 물으셔서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생각이 부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간호사 선생님이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그런 변화가 생길 수 있어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2분 남짓의 짧은 통화였지만 이 분이 의사 선생님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간호사 선생님의 친절한 목소리는 치과 예약을 잡을 때 듣는 치과 간호사 선생님의 친절한 목소리랑은 분명 달랐습니다.


병원에 들어가 접수를 마치니 간호사 선생님께서 간단한 질문이 적힌 종이를 주셨습니다. '지금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직을 하고자 열심히 준비하고 있지만 이직이 잘 안되고 있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가치가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만큼은 아니지만 답변을 적다보니 또 눈에 눈물이 살짝 맺혀 슬쩍 닦아냈습니다. 답을 적은 종이를 간호사 선생님께 드리니 태블릿을 주셨습니다. 태블릿으로 스트레스와 관련된 검사를 비롯해 2~3가지 객관식 검사를 했습니다. 볼펜으로 답변을 적고 태블릿으로 객관식 검사를 하는 데에 총 15~20분 정도 걸렸습니다.


검사를 모두 마치니 간호사 선생님이 잠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베이지색 소파에 앉으니 타원형 모양의 베이지색 스피커가 보였습니다.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나옵니다. 사람 종아리 정도 높이의 화분에는 병원 개원을 축하하는 문구가 적힌 리본이 달려 있습니다. 개원한 지 얼마 안 된 병원이라서 그런지 병원은 깨끗합니다. 병원에 마련된 정수기로 물을 한 잔 마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