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에 처음 간 우울증 환자는 무얼 할까

(2) 진료실에 들어가면 일어나는 일들

by jingzhen

진료실 문을 여니 기다란 나무 책상 너머로 의사 선생님이 앉아계셨습니다. 의자에 선생님을 마주 보고 앉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지금 직장에서 하시는 일이 본인의 가치관이랑 잘 안 맞아서 힘드실 것 같아요.”


눈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말씀하시기조차 힘든 상황이신 것 같아요.”


책상 왼편으로 각 휴지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한 장을 뽑아 눈을 꼭 눌렀습니다.


“언제부터 힘이 드셨을까요.”


올해 초부터 힘이 들었습니다. 이직을 너무나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러 회사에 지원했고 면접도 몇 번 봤습니다. 그런데 최종 합격하지는 못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이직을 준비하며 연말까지 이직에 성공하겠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고요. 그런데 1월, 2월이 되어도 회사를 옮기지 못하면서 점점 우울해졌던 것 같습니다.


병원을 찾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회사 동기의 말이었습니다. 병원을 찾기 한 달 전쯤 동기가 그러더군요. 제가 지난해 여름과 많이 달라졌대요. 원래는 잘 웃었는데 요즘은 표정이 어둡대요. 부정적인 말을 하는 빈도도 증가했고요. 남이 보기에도 그렇다면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을 하며 휴지를 몇 장 더 뽑았습니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살죠. 행복해지려면 자아가 여러 개 있어야 해요. 예를 들면 이직하기를 원하는 나, 운동을 좋아하는 나, 친구로서의 나 등등이요. 하나의 자아가 너무 크면 그게 좌절됐을 때 많이 우울해질 수 있어요. 지금 이직을 원하는 자아가 너무 큰 것처럼요.”


이직을 목표로 하는 내가 아닌 다른 나에게 신경을 쓰는 건 이직을 위해 써야 할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누구나 살면서 좌절을 겪어요. 엄청난 천재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하지는 못해요.”


저는 웃었습니다.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우울증을 진단하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여요.”


놀랐습니다. 의사 선생님과 대화한 지 10분도 안 됐거든요. 원래 이렇게 우울증 진단을 쉽게 내리는 건지 의심이 되기까지 했습니다. 불안과 스트레스는 직장인이라면 어느 정도씩 겪는 것 아니었나요.


“조금씩은 그럴 수 있죠. 그런데 그것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이라고 봅니다. 회사 동기에게 짜증을 많이 내신다고 하셨죠.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도 우울증 증상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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