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
직전에 정신건강의학과에 왔을 때는 의사 선생님이 내가 괜찮아 보인다며 한 달 뒤에 보자고 하셨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걱정된다며 2주 뒤에 보자고 하셨다. 다행히 항우울제 용량을 늘리지는 않았다.
어제 회사 선배들과 소맥을 마시며 회사에 대한 불만을 말했다. 4월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는 말도 했다.
"저도 회사가 너무 싫었어요. 그렇지만 누가 칼 들고 협박한 것도 아닌데, 회사가 그렇게 싫으면 관두면 되는데, 내가 돈 벌려고 다닌 거잖아요. 그렇다면 내가 감수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상을 넓게 볼 필요가 있어요. 본인이 덜 힘드려면 '저 사람은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생각보다 세상의 많은 것을 바꿀 수 없답니다. 내가 그렇게 잘나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올 거예요."
선배들의 말이 나를 때렸다. 표정 관리가 안 됐다. 자기도 회사 때문에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었다면서 어떻게 저런 말이 나오지. 벌레 같아.
남자친구의 차를 타고 집에 가며 울었다. 남자친구가 물었다.
"선배들 말을 들었을 때 네 마음은 어땠어?"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나중에 후배가 너와 같은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넌 뭐라고 말해줄래?"
네가 더 좋은 직장으로 옮겨가게 된다면 나도 기쁠 거야. 이 회사에 남아 있는 동안에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