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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소설 <시티뷰>를 읽고

by 손수제비

오랜만에 맛있는 소설을 읽었다. 책이라기보다 익숙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삶과 욕망이 우리네 현실과 참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책 <시티뷰>에는 크게 4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필라테스 원장이자 조각 같은 외모를 가진 수미, 수미의 남편이자 의사인 석진, 연변에서 온 요구르트 공장 노동자 유화, 그리고 젊고 매력적인 (남자) 트레이너 주니.


자본주의 시대는 가진 것이 곧 권력이고, 자신의 욕망을 좇는 것이 삶의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최상위층의 삶을 살아가는 수미, 석진과 이들에 비해 가진 것이 부족하고 열악한 삶을 살아가는 유화, 주니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수준과 형태는 다르지만 그들의 삶은 닮은 점도 있다. 가진 경제력은 다르지만 행복은 그것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것.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는 내면의 상처가 그들의 본질에 더 가깝다는 것을 글쓴이는 담담하게 보여준다.


수미는 가진 것이 많지만 외모에 대한 극단적인 강박이 있다. 내노라는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들 2명이 있고 남편이 의사이지만, 그녀에게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존재한다. 그녀는 남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신체를 탐하도록 함으로써, 바로 그 순간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석진은 나름 성공한 의사이지만 지독하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술과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있으며, 아내 수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범한 자신의 외모에 떳떳하지 못한 모습이다. 그는 긴장을 하거나 불편한 상황에서 나오는 헛기침을 못 참는데, 이조차 수미 앞에서는 숨겨야 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수미와 석진 부부는 겉으로는 남부럽지 않은 조합이지만, 상처와 결핍을 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 채운다. 석진은 연변에서 온 가난한 노동자에게서 왠지 모를 애틋함을 느끼고, 수미는 남편과는 달리 젊고 건강하며 매력적인 주니에게서 쾌락을 찾는다.


글쓴이는 송도라는 일류 도시를 배경으로 최상위 부유층과 빈자의 대조적인 삶의 밑바닥을 적나라하게 끄집어내면서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우리는 누구나 더 많이 가지길 원하지만, 부자가 된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지는 않는다고. 가진 것이 많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것 같아도, 물질로는 채워지지 않는 삶이 존재한다고.


씁쓸한 내용과 결말이 현실적이라 더 와닿는다. 시원하고 매끄럽게 잘 읽힌다는 것은 그만큼 책이 재미있고 작가의 필력이 우수하다는 것이겠지. 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물 흐르듯 넘어가는 책장을 덮고 한 번쯤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 또한 더 많이 가지는 것 만을 삶의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은지.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다른 헛된 것들로 대체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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