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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기쁨

김숨 <무지개 눈>을 읽고

by 손수제비

구매하거나 읽기로 킵해놓은 책들이 있다. 며칠 전 도서관에 가니 읽기로 한 책 2권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나란히 놓여있었다. 도서관 마감시간 5분을 남겨둔 채 파블로프의 개처럼 무의식적으로 책을 빌렸다.


김숨의 <무지개 눈>은 5명의 시각장애인을 인터뷰한 뒤 쓴 글이다. 비슷한 듯 다른,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야기를 읽으며 이 책이 연작소설임을 새삼 깨닫는다.


그녀는 서사보다는 묘사를, 행동보다는 마음을 부각한다. 문장을 읽다 보면 이게 소설인지 시인지 분간이 잘 안 된다. 시인이 쓰는 소설의 느낌이랄까.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5명의 시각장애인들을 수개월간 인터뷰하며 그들을 인터뷰이가 아닌 '친구'로 대했다고 한다. 한 명의 결혼식에 다녀오고, 함께 성당도 다니며 가족을 소개받기도 했다고.


당신은 눈먼 제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제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제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신은 열린 문이자 열린 거울,


파란 하늘에 흘러가는 뭉게구름이자 흰 토끼,


꿈속에서도 사랑을 노래하는 사랑밖에 모르는 가수,


솔직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고독한 모험가,


아이들이 모두 떠난 놀이터의 미끄럼틀 위에서 궁전의 추억을 연주하는 기타리스트였습니다.


그녀는 그들을 통해 자신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그녀를 통해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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