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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제비 Jan 19. 2024

기차역 풍경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멍 때리며 쓰는 글

공항과 기차역의 공통점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는 것이다. 공항의 공기는 조금 낯설면서도 묘한 흥분감이 느껴진다. 비즈니스로 인한 공항이용객도 있지만, 많은 경우 여행을 위해 공항을 찾기 때문이다. 공항에는 기분 좋은 설렘과 기대감이 둥둥 떠다닌다.


기차역은 좀 다르다. 여행, 가족상봉, 비즈니스 등 이용 목적은 비슷하지만 공항과는 뭔가 다른, 딱 집어 말하기가 애매하지만 다른 무언가가 있다.


일단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연령대가 다양하다. 비행기를 이용하는 고객들에 비해 특히 노인들이 많다. 아마도 비행기가 아닌 기차를 이용하더라도 대부분 목적지에 갈 수 있기 때문일 테지. 이용이 간편한 기차에 비해 탑승수속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한 부분도 번거롭고 귀찮을지도 모르겠다.


기차는 비행기에 비해 더 많이, 자주 운행된다. 가만히 보면 사람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정한 속도로 지나다니는 모습이 익숙해질 때쯤이면 TV 드라마 속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공항이 아닌 역사에서 유독 많이 보이는 풍경들도 있다. 호두과자 같은 각종 지역 특산품을 파는 상점들, 반짝이는 눈으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연인들,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고 고향과 군부대를 향하고 있을 패기 있고 늠름한 군인들의 모습까지.


기차 안의 풍경도 다양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이나 영화를 보거나 숙면을 취하는 비행기와는 달리, 기차를 타면 여러 가지 형태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들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혼나는 사람, 본인 좌석인 줄 알고 앉아있다가 뒤늦게 잘못 앉은 것을 확인한 뒤 어색하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사람, 노트북과 전자기기를 펼쳐놓고 일을 하는 사람, 가끔씩 간발의 차이로 기차가 떠난 이후 탑승장에 도착해서 기차를 놓치는 사람 등등.


기차에는 비행기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 있는데, 바로 '유아동반석'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몇 시간 동안 어린아이를 데리고 비행을 하는 것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아이가 칭얼대고 울기라도 한다면, 승객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 아이를 달래는 내내 나도 다른 사람들도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기차에는 유아동반석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물론 대놓고 막(?) 떠들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의 생활소음은 배려해 주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유아동반석 이용하기를 즐긴다. 아이들이 소중하지만 이들이 커가기 힘든 시대에, 모두가 저출생을 걱정하지만 아이를 갖는 것이 미련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아이들을 위한 이런 배려가 반갑기 때문이다.


쓰다 보니 어느덧 기차 안이다. 아이들의 옹알이 소리와 함께 기차가 덜컹거리며 움직이는 사운드가 나쁘지 않다.


절대적인 이용 경험의 차이도 있지만 비행기에 비해 기차가 익숙하고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람냄새가 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많은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다양한 삶의 향기를 잠시나마 엿볼 수 있으니.


이제 30분 후면 부산에 곧 도착이다. 금요일이 행복한 이유는 가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항하는 각자의 발걸음들이 가벼운 하루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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