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독립 근육 키우기 #2]
아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워 날이 밝은 땐 쉽게 꺼내지 못한 속 마음을 어둠의 힘을 빌려 조심스럽게 털어놓습니다.
아이가 잠 잘 준비를 마치면 나란히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야기 주제는 따로 없습니다. 오늘 했던 일,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한 비밀 이야기 등 생각이 흘러가는 데로 이야기도 흘러갑니다. 다른 양육자들은 베드타임 스토리라 하여 잠자기 전 한두 권씩 책을 읽어 준다고 하는데, 저는 그다지 부지런하지 않아 책을 읽어주진 못합니다. 그 대신 매일은 아니지만 틈틈이 잠자는 시간을 활용해 아이와 교감하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합니다.
잠자기 바로 전 시간이라 온몸에 긴장이 풀려 그런지 아니면 닫혀있는 깜깜한 방안에 엄마와 아이 단 둘밖에 없단 안도감 때문인 지는 몰라도 아이는 낮 시간엔 꺼내 놓지 못한 마음속 이야기를 조심스레 털어놓습니다. 물론 저도 집안일과 회사일에 더 이상 신경을 곤두 세울 필요가 없어 이 시간이 되면 듣는 귀도 열려있습니다.
침대 머리 대화의 시작은 언제나 제가 먼저 시작을 합니다. “오늘은 어땠어?”, “누구랑 같이 놀았어?”같은 일상적인 안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어느새 마음을 알아가는 질문으로 바뀌어갑니다. “요즘 학교에서 힘들 일이나, 엄마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니?” “요즘 속상한 일이나 엄마한테 말 못 한 일이 있니?”
그런데 며칠 전 침대 머리 대화의 첫 질문은 제가 아닌 아이가 먼저 주저함 없이 시작했습니다.
“엄마 나는 어떤 아이인 것 같아?”
저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습니다. 만약 아이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한다면 아이는 자신을 솔직히 들여다볼 기회를 잃을 것이고 제가 너무 부정적으로만 이야기한다면 아이 마음이 상해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엉, 우리 시원이는 하고 싶은 일은 열심히 집중해서 부지런히 하는데,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덜 부지런한 것 같아. 그림 그리고 하는 건 시원이가 좋아해서, 오랫동안 집중해서 앉아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는 건 부지런히 준비하지 않아서 자주 지각을 하지”
라고 저는 가능한 부정적인 단어인 [게으름] 대신 [덜 부지런한]으로 단어를 바꿔 아이에게 제가 그동안 보았던 것과 생각했던 것들을 솔직히 이야기했습니다.
“근데 엄마,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좋아하지 않는 게 더 많은 거 같아.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을까?”
라며 아이는 더 대답하기 어려운 다음 질문으로 이어나갑니다.
어른들은 이미 잘 알고 있지요.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것도 그리고 일을 하기 싫어도 먹고살려면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살아오면서 몸소 배웠고 지금도 출근 준비를 하면서 깨닫고 있지요.
하지만 아이에게 “아니 어쩔 수 없어,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단다”라고 말한다면 아이에게 결코 와 닿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초등학교 2학년 아이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해야 하지 잠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아이가 얼마 전 성공한 혼자 짜장라면 끓이는 방법이 생각났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혼자 밥을 차려 먹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인데 그 첫 번째 미션이 바로 혼자 짜장라면 끓여먹는 것이었습니다.
“시원이 짜장라면 좋아하지? 그리고 요즘 혼자서 끓이고 있지?”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응, 난 짜장라면 엄청 좋아해”
“짜장라면 만들려면 뭐가 필요해?”
“짜장라면이랑, 냄비랑, 채랑, 포크, 그릇이랑”
“응 그래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근데 냄비랑, 채랑 포크랑 그릇이 아직 설거지가 안 되어 있으면 어떻게 해야 돼?”
“설거지를 해야지”
“응 맞아 짜장라면을 먹으려면 그걸 만들기 위해 설거지를 해야 돼. 설거지는 하기 싫지만 짜장라면을 만들어 먹으려면 싫어하는 설거지를 해야 되는 거지”
“아 그렇구나, 내가 원하는 걸 하려면 싫어하는 일도 해야 하는 거구나”
“응 맞아, 그리도 또 하나 알려줄 게 있어. 설거지가 수북이 쌓여있어 너는 그걸 한 번에 다 씻을래? 아니면 필요한 냄비랑, 채랑, 포크랑 그릇만 씻을래?
“나는 필요한 것만 씻을래”
“응 그래, 어떤 사람들은 쌓여 있는 설거지를 한 번에 다 할 수도 있는데, 만약 네가 원하는 것만 씻고 싶으면 네가 필요한 게 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돼. 만약에 짜장라면을 끓이는데 프라이팬을 씻거나, 칼을 씻으면 사용할 수 있을까?”
“아니, 아~ 내가 필요 있는 걸 정확히 알아야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구나”
아이는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조금씩 배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짜장라면 끓이기가 별 볼 일 없이 단지 배만 채우는 행위겠지만 저와 아이에겐 교감을 나누게 하고 어른이 아이에게 쉽게 삶의 교훈을 전달하는 아주 좋은 재료가 되었습니다.
침대 머리 대화법은 사실 별거 없습니다. 읽어 주어야 할 책도 필요 없고, 엄마가 많은 것을 알 필요도 없습니다.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건 아이 말을 경청하고 아이의 행동을 비판하지 않으며 아이 스스로 마음을 열어 이야기하는 것에 감사만 하면 됩니다.
사실 많은 부모님들께서 잠자리 대화, 밥상머리 대화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이야기를 다 듣기 전에 부모의 생각을 전달하려고 머릿속에 해결책이나 충고, 조언의 말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기회를 빌려 부모가 그동안 아이에게 하지 못했던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네가 방 정리 좀 잘했으면 좋겠어. 학교 갔다 오면 가방 내려놓고 숙제 먼저 하고 놀았으면 좋겠어”.
아이의 속마음이 어떤지, 요즘 고민은 있는지 알고 싶어 대화를 시작하지만 결국 어른들은 어렵게 꺼낸 아이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해결을 하려고 합니다. 물론 아이가 힘들어하거나 고민이 있다면 언제든 돕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겠지요.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아이가 마음을 솔직히 열어 이야기해준 것에 대해 먼저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합니다. “네가 이런 고민이 있었구나, 엄마한테 이야기해줘서 정말 고마워”.
부모님들은 아이 고민과 질문에 바로 해답을 줄 필요는 없습니다. 때론 고민을 마음속 밖으로 꺼낸 것 만으로 스스로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고,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준다는 것 만으로 위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부모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다음날 날이 밝은 후 천천히 이야기해도 괜찮습니다.
아이가 솔직한 자기 생각과 감정을 잘 털어놓지 못하는 아이라면 부모 스스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었으면 합니다. 몇 해 전까지 제 자신을 돌볼 줄 몰랐던 저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합니다. 저는 힘든 생각은 애써 잊으려고 하고 부정적 감정은 좋지 않은 거라 생각해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힘들고 미워하고 질투하는 부정적 감정이 느껴지면 제 자신을 나쁜 사람 탓하면서 감정의 내면은 드려다 보지 않았습니다. 힘들어하는 제 자신을 위로하긴커녕 채찍질만 하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우울증이 찾아와 회사까지 그만두게 되었지요.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내면을 하나씩 들어다 보며 나쁜 감정도 내 것이고 좋은 것도 내 것이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야 하며, 지금 내가 느낀 감정의 내면을 깊게 들어다 보며 생각과 감정의 뿌리를 찾게 되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처럼 아이가 솔직한 자기 마음과 감정을 보이기 위해서는 부모님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모습을 비춰주셨으면 합니다. 엄마라고 해서, 어른이라고 해서 언제나 옳은 말을 할 필요가 없고, 슬픔을 느끼지 않아야 되며, 부끄러움을 느끼지마라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부모도 하나의 인간으로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보여줘야 아이들도 따라 배우고 부모와 같이 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