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쓰는 글 누구나 쓸 수 없는 글

매일 써야 나오는게 글이야

by 진희

16살 부터 19살까지 인터넷 소설을 썼다. 다음카페에 연재를 했다. 나는 장편 소설을 쓰지 않았다.

나의 소설은 다 단편이였다. 세편에서 다섯편 정도 되는 소설이였다. 지금 보다 감수성이 풍부했을

때 였고 모든 나의 감정이 낯설었고 외로웠고 외로웠고 외로웠다. 누구도 내 편이 아닌 기분.

내가 헤쳐나가야 하는 나는 어디서나 외톨이 기분이였다. 그걸 난 소설로 이겨내려 했다.

나의 소설에는 주인공은 10대가 아니였다. 모두 성인이였다. 심지어는 연령이 없는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기도 했다. 인터넷 소설이 활발했던 2000년대 초반 귀여니 작가(작가 이름이 기억이 잘 안나)

늑대의 유혹을 시작으로 여중 여고 사이에서 인터넷 소설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우리의 낭만을 인터넷 소설이 다 품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왜 성인도 안된 내가 성인의 이야기를 썼을까?

생각해본데,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른이 되면 외롭고 외롭고 외로운 나의 감정들이

성숙해지고 수그러들고 나의 외로움을 받아줄 수 있는 이성이 나타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막연한 믿음

성인이 되면 모든게 해결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나의 굳은 결심과 예습을 나는 소설로 풀어낸 것 같다.

가끔, 나는 내가 썼던 소설을 보고 싶다. 22살에 나의 10대 때 모든 사진과 파일 USB를 잃어버리면서

나의 십대는 날라갔다.(이 계기로 사진은 인쇄가 답이야 라는 혼자만의 답을 내렸지. 아날로그가 좋은거야라는) 그래서 나는 내 소설을 볼 수가 없다. 심지어 19살에 야침차게 장편을 써보겠노라고 쓴 소설이 있는데 줄거리는 아직도 머리에 맴돌지만.., 그것 마저도 잃어버렸다. 나의 단편 소설은 생각보다 인기가 있었다.

엄청난 선풍적인 인기는 아니였지만 내 소설을 꾸준히 보고 댓글을 달아주고 다음편을 기대한다는 댓글이

있었다. 참 생각해보면 어쩌다 소설을 썼는지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다시 나에게 소설을 써보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하면 단 한 자도 못쓸것이다. 쓸 수가 없다. 글을 쓴다는 건 일단 쓰면 되는건데 써봤는데 내가 읽고도 아니면? 내가 소설을 쓰느라 오히려 지금 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 소설을 공개하여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등등등 엄청난 전제가 지금은 깔린다.


생각할려 하지 않아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전제들 누구는 그걸 순수성을 잃었다 현실에 너무 치여 그렇다 말을 할 것이다. 맞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것 보다 더 한 것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창의적인 자신감' 소설을 썼을 때는 모든 것이 나에게는 아이디어의 원천이자 혼자만의 망상과 상상으로 가득했다. 드라마를 보다가 영화를 보다가 친구를 만나다 비오는 길을 걷다 낯선 사람을 보다 나랑 비슷한 나이대의 이성을 보다 내 삶 자체가 내 아이디어이자 콘텐츠 였다. 그리고 망상이라 생각하는 그것에 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흘려보내지 않는 나의 망상은 저런다면 이런다면 어떨까 어떻게 됬을까 나라면.

기대에 부분 창의적인 자신감이였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내 소설에 쏟아냈다. 어느날은 잠이 안오는데

왜 잠이 안오는 걸까. 잠이 안오는 이유는 내 방 창문넘어 요술사가 내가 잠을 자지 말고 다른걸를 하라는

신호 아닐까? 생각이 번뜩 들어 일어나 아침까지 소설을 썼던 기억도 있다.


참 웃기는 개소리다. 뭔말이야 그게? 지금은 잠이 안오면. 내가 최근에 무슨일을 했고 일주일 동안

술을 얼마나 먹었고 요즘 걱정하는 고민 때문에 그런건가 생각하다 신체적 리듬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고

이러며 안되겠단 생각에 스마트폰으로 잠을 잘 잘수있는 법을 검색하다 나도 모르게 잠을 스스륵 빠져버릴

거다. 나는 잃었다. 27살에 '창의적 자신감'을 어른이 되고 싶어 소설을 썼던 나는 어른이 되어서 소설을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나는 글을 쓴다. 소설 말고, 일기. 에세이라 말 할 수 있지만 아니다

그냥 일기다. 일기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잘 쓰고 싶다. 10대의 나처럼 쓰고 싶다.


내 생각에 내 타이핑이 속도를 못맞춰 혹시나 잊어버리면 안되는 생각에 온 힘을 다해 내 생각을 쫒아 글을 썼던 그 시절처럼 히지만, 그럴 수 없다. 지나간 이야기.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본다. 글을 잘 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건가. 누구나 글은 쓰는데.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없는. 그러니까 나는 누구나에서 글을 잘 쓰는 누구나가 되고 싶은데.


"요즘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근데 글이 잘 안나와요 잘 쓰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글이 잘 나올때만 글을 쓰는건
진짜 글이 아니야.
잘 나올때도 안 나올때도 계속 쓰는거
그래서 진짜 내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

어쩔땐,
머리 지워짜고 굴려봐도 글이 안나올때가 있지
그럴 때도 쓰는거야 뭐라도.뭐라도 써.
그렇게 쓰다보면 어느 순간 일기였던 글에서
너만의 문맥이 잡힐꺼야
그때 누구나 쓸 수 없는 너만의 글이 나오는거야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재주가 없는 것 같아 빠른 포기를하고 결국 평범한 회사원이 되고 직장생활

15년을 때려치우고 갑자기 요리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7년동안 스튜디오를 열심히 운영중인 나보다 감수성이

백배는 많은 나의 멘토의 이야기.


10대 때 아이디어도 넘쳐났지만, 매일 소설을 썻다. 복잡한 아이디어는 한컴에 쓰고 밑바탕을 마련하고 다시 읽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괜찮다 싶으면 카페에 글을 가지고 와서 수정하고 다시 글을 덧붙이는 작업을 했다.

글을 안쓸 때는 가족들이랑 여행을 가거나 친구들이랑 특별한날이 아니면 항상 저녁먹고 내가 하는 건 글을 쓰는 일이였다. 글이 안 써질때는 다른 작가의 글을 읽다 문득 생각이 나면 문장 하나만 쓸 때도 있었다.


글이란, 유명 작가도 그러지 않는 작가도 아마추어 작가도 모두 똑같은 고뇌를 준다. 매일매일 글이 잘 안써지고 매일매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고뇌. 그것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매일매일 글을 쓰는 것

시간을 정해놓고 글과 씨름하는 것. 그 외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은 작가마다의 역량일 것이다.


그래서 매일 써보련다. 글을. 그것이 무엇이든. 일단.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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